매매의 절차와 거래 비용
"6억 2,000만원짜리 집을 사면 6억 2,000만원만 있으면 되나요?" 민태호가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답은 '아니다'이고, 모자라는 돈은 생각보다 크다. 취득세, 중개보수, 등기 비용, 국민주택채권, 이사와 수리를 합치면 집값의 2~4%가 더 든다. 돈만이 아니다. 집을 사는 일은 하루에 끝나지 않는다. 가계약금을 보내고, 계약서를 쓰고,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고, 30일 안에 거래를 신고하고, 60일 안에 취득세를 내고 등기를 한다. 그 사이 몇 달 동안 계약을 깰 수 있는 조건과 대가가 날짜에 따라 바뀐다. 이 장은 하늘네가 B시 C아파트와 같은 84㎡를 6억 2,000만원에 산다고 가정하고, 그 절차와 영수증을 날짜와 숫자로 하나씩 따라간다.
- 가계약금 → 계약금 → 중도금 → 잔금·소유권이전등기의 순서와 각 단계의 법적 의미를 설명하고, 잔금일을 전세 만기와 맞추는 일정표를 짠다.
-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돌려주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조건(이행 착수 전)과, 시세가 움직일 때 해제 유인이 어떻게 생기는지 계산한다.
- 부동산 거래 신고(계약일부터 30일 이내)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요건을 구분한다.
- 중개보수 상한 요율표의 계단과 취득세 6~9억 구간 공식을 그래프로 읽고, 생애최초 감면과 다주택 중과의 크기를 비교한다.
- 법무비, 국민주택채권 할인 비용, 이사·수리비까지 넣은 매수 영수증을 만들고, 매도인의 계산도 함께 본다.
집값 말고 드는 돈, 날짜 말고 정할 것
하늘네가 처음 떠올린 계산은 단순했다. 집값 6억 2,000만원에서 전세 보증금 중 자기 돈 2억원과 예금을 빼고 나머지를 대출로 채운다. 태호는 그 계산에 두 줄을 더 적었다. 하나는 '집값 외에 드는 돈', 다른 하나는 '날짜'다. 앞의 줄은 1장에서 본 거래 비용이다. 집은 사고팔 때마다 비용이 붙는 자산이고, 그 비용의 대부분은 사는 쪽이 낸다. 뒤의 줄은 이 장에서 처음 나온다. 하늘네의 보증금 4억원은 2027년 4월 전세 만기에야 돌아온다. 그런데 집을 사는 데 필요한 돈은 계약일, 중도금일, 잔금일에 나뉘어 나간다. 돈이 들어오는 날과 나가는 날이 어긋나면, 충분한 돈이 있어도 거래가 막힌다.
매매는 크게 다섯 단계로 이루어진다. 아래 그림은 각 단계에서 무엇이 오가고, 법이 정한 기한이 언제부터 세어지는지를 한 줄에 놓은 것이다.
계약금·중도금·잔금: 돈이 나가는 날짜
계약을 맺기 전에 매수인이 매도인 계좌로 몇백만원을 먼저 보내는 일이 흔하다. 가계약금(Provisional deposit)은 "이 집은 내가 사기로 했으니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지 말라"는 표시로 보내는 돈이다. 법률 용어가 아니라 시장의 관행이다. 가계약 단계에서 무엇이 정해졌는지(가격, 잔금일, 중도금 여부 같은 중요한 조건)에 따라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가 달라지고, 이 문제로 다투는 유형의 분쟁이 적지 않다. 그래서 가계약금을 보낼 때는 "본 계약 불발 시 반환" 같은 조건을 문자로 남겨 두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
본 계약서를 쓰는 날 매수인은 계약금(Down payment)을 낸다. 법이 정한 비율은 없지만 매매대금의 10%가 오래된 관행이다. 6억 2,000만원 집이라면 6,200만원이고, 미리 보낸 가계약금은 여기에 포함된다. 그다음 중도금(Interim payment)은 계약과 잔금 사이에 대금의 일부를 미리 치르는 돈이다. 매매대금의 10~40%를 한두 번에 나눠 내기도 하고, 아예 없이 계약금과 잔금만으로 거래하기도 한다. 마지막 잔금(Balance payment)을 치르는 날 매도인은 집 열쇠와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넘기고, 매수인의 은행은 같은 시각에 주택담보대출을 매도인 계좌로 보낸다. 법적으로 집의 주인이 바뀌는 것은 등기가 끝났을 때다.
세입자인 하늘네에게 이 일정이 까다로운 이유는 보증금이다. 4억원은 2027년 4월 만기에 집주인이 돌려줘야 쓸 수 있는 돈이다. 그 전에 나가는 계약금과 중도금은 예금 8,000만원에 매달 모으는 250만원으로 감당해야 한다. 아래 시뮬레이터의 손잡이 두 개(계약일과 잔금일)를 끌어 일정표를 짜 본다.
잔금일을 전세 만기에 맞추기
잔금일이 만기보다 이르면 아직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만큼 돈이 비고, 늦으면 살 곳이 빈다. 세입자의 매수는 결국 세 사람의 일정을 맞추는 일이다. 매수인(하늘네), 하늘네의 집주인(남궁현), 그리고 하늘네가 살 집의 매도인이다. 만기 날짜에 잔금을 맞추면 하늘네는 오전에 보증금을 돌려받아 전세대출을 갚고, 오후에 그 돈과 주택담보대출로 잔금을 치르는 하루를 보낸다. 같은 날 두 번 이사하는 일정이라 실무에서는 오전 보증금 반환이 늦어질 경우를 대비해 집주인과 반환 시각을 미리 정해 둔다.
계약을 깰 수 있는 값: 계약금 포기와 배액 상환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계약이 절대 깨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민법은 매매에서 계약금을 주고받았다면 당사자 중 누구든 상대가 이행에 착수(Commencement of performance)하기 전까지는 대가를 치르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한다(민법 제565조). 매수인은 낸 계약금을 포기하면 되고, 매도인은 받은 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주면 된다(배액 상환). 매도인이 돌려주는 두 배 가운데 절반은 원래 매수인의 돈이니, 실제로 매도인이 잃는 돈도 계약금 한 번만큼이다. 양쪽이 같은 값을 걸고 있는 셈이다.
이 규칙을 숫자로 바꾸면 해제의 유인이 보인다. 계약 직후 시세가 오르면 매도인은 배액을 물어 주고 계약을 깬 뒤 더 비싸게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다. 시세가 계약금보다 더 오르면 그 거래가 이익이다. 반대로 시세가 내리면 매수인은 계약금을 버리고 더 싼 집을 살 유인이 생긴다. 아래에서 손잡이를 끌어 계약 뒤 시세 변화를 고르고, 계약금 비율을 바꿔 본다.
시세가 움직이면 누가 계약을 깨고 싶어지나
그래프에서 두 선 사이의 넓은 회색 띠가 계약이 지켜지는 구간이다. 그 폭은 계약금의 두 배다. 계약금이 클수록 띠가 넓어져 웬만한 시세 변화에는 누구도 계약을 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계약금 10%라는 관행은 이 띠를 시세가 몇 달 안에 쉽게 넘지 못할 만큼 넓게 잡은 숫자로 읽을 수 있다. 집값이 한 달에 몇 %씩 오르던 시기에는 띠를 넘는 일이 실제로 생겼고, 매수인들이 계약 직후 중도금을 일부라도 서둘러 넣어 '이행 착수'를 만드는 일이 흔해졌다. 거꾸로 하락기에는 매수인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떠나는 일이 늘어난다. 같은 규칙이 시장의 방향에 따라 다른 쪽을 시험한다.
거래 신고와 자금조달계획서: 30일과 돈의 출처
계약을 맺으면 정부에 알려야 한다. 부동산 거래 신고(Real-transaction price report)는 매매 계약의 실제 가격과 날짜를 계약일부터 30일 안에 시·군·구에 신고하는 제도다(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중개사가 거래를 중개했다면 중개사가 신고하고, 직거래라면 매도인과 매수인이 함께 신고한다. 신고된 값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올라오는 실거래가다. 이 숫자가 어떻게 집계되고 왜 호가와 다르게 움직이는지는 16장에서 다룬다. 계약이 해제되면 그 사실도 30일 안에 신고해야 한다. 높은 값에 계약을 신고해 시세를 끌어올린 뒤 해제하는 수법을 막기 위한 장치다.
일부 거래에는 돈을 어디서 마련하는지도 적어 내야 한다. 자금조달계획서(Funding plan)는 집을 사는 돈을 자기 예금, 주식 매각, 보증금 회수, 증여, 금융기관 대출, 그 밖의 차입으로 나눠 적는 서류다. 2026년 기준으로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는 가격과 관계없이 모든 주택 거래에, 그 밖의 지역에서는 6억원 이상 주택 거래에 내야 하는 것으로 보도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계획서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예금 잔액 증명, 대출 신청서 같은 증빙도 함께 낸다. 서울 25개 구 전역과 경기 일부가 2025년 10.15 대책 뒤 규제지역이 되었으므로(15장), 서울에서 집을 산다면 금액과 관계없이 이 서류를 쓴다고 보면 된다.
하늘네가 B시에서 6억 2,000만원 집을 산다면 B시가 비규제지역이어도 6억원을 넘으니 자금조달계획서를 낸다. 적을 내용은 이미 손에 있다. 예금 약 8,000만원, 전세 보증금 회수 4억원(그중 2억원은 전세대출 상환), 그리고 주택담보대출이다. 계획서는 돈의 출처를 정직하게 적는 서류일 뿐 숨은 벌칙이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적은 내용과 실제 돈의 흐름이 다를 때다.
중개보수: 요율표의 계단
중개사가 받는 중개보수(Brokerage fee)는 거래 금액에 상한 요율을 곱한 값을 넘을 수 없다. 2021년 10월 개정된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의 주택 매매 요율은 5,000만원 미만 0.6%(한도 25만원), 2억원 미만 0.5%(한도 80만원), 9억원 미만 0.4%, 12억원 미만 0.5%, 15억원 미만 0.6%, 15억원 이상 0.7%다. 2026년 기준으로도 같다. 이 요율은 '상한'이라 그 안에서 협의할 수 있다. 중개사무소가 일반과세자이면 보수에 부가가치세 10%가 더 붙는다.
요율이 금액 구간마다 계단처럼 바뀌는데, 구간이 바뀌면 높아진 요율이 거래 금액 전체에 적용된다. 그래서 보수는 매끄러운 곡선이 아니라 구간 경계에서 뚝 뛰는 모양이 된다. 아래 그래프에서 손잡이를 끌어 9억원 경계를 넘겨 본다.
중개보수 상한: 거래 금액에 따른 계단
9억원 바로 위의 집을 사면 그 아래 집보다 보수 상한이 약 90만원 높다. 계단의 높이는 구간 경계에서 요율 차이(0.1%p)에 경계 금액을 곱한 값이다. 9억원에서 90만원, 12억원에서 120만원, 15억원에서 150만원이 뛴다. 상한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이 계단은 협상의 근거가 된다. 계약 전에 보수 요율과 금액을 중개사와 서면으로 정해 두면 잔금일에 다툴 일이 줄어든다.
서울에서는 이 계단의 위쪽이 낯설지 않다. 2026년 8월 KB부동산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원대(16억 739만원)이고, 한강 이남 11개구의 중위가격도 16억원대다. 15억원 이상은 0.7% 한 구간뿐이라, 2026년에 40억원대 거래가 나온 서울 강남권 84㎡를 40억원에 사면 매수인 쪽 상한만 2,800만원(부가가치세 포함 3,080만원)이다. 하늘네 후보 6억 2,000만원의 보수 상한 248만원보다 11배 넘게 많다. 집값이 16배 넘게 차이 나는데 보수 차이가 그보다 작은 것은, 요율이 구간마다 오르기는 해도 0.4%에서 0.7%까지만 오르기 때문이다.
취득세: 6억과 9억 사이의 비탈
집을 사면 시·군·구에 취득세(Acquisition tax)를 낸다. 주택을 유상으로 사는 경우 1주택 기준 세율은 취득가액 6억원 이하 1%, 9억원 초과 3%이고, 그 사이는 금액에 따라 세율이 조금씩 올라가는 공식을 쓴다(지방세법 제11조). 2020년 전까지는 6억원과 9억원에서 세율이 1%→2%→3%로 계단처럼 뛰었다. 6억원을 조금 넘는 집을 사면 세금이 600만원 넘게 뛰는 절벽이 있었고, 그래서 계약서의 가격을 5억 9,900만원에 맞추는 거래가 몰렸다. 지금의 공식은 그 절벽을 비탈로 바꾼 것이다.
세율이 이어져도 '내는 돈'은 여전히 가파르다. 세율이 오르면 그 세율이 집값 전체에 다시 곱해지기 때문이다. 6억원에서 9억원으로 3억원이 오를 때 취득세(지방교육세 포함)는 660만원에서 2,970만원으로 2,310만원이 는다. 늘어난 3억원의 7.7%가 세금이다. 그리고 9억원 바로 아래에서는 1억원을 더 낼 때마다 세금이 1,000만원 가까이 는다. 9억원을 넘어서면 세율이 3%로 고정되어 1억원당 330만원으로 꺾인다. 세율 그래프에는 절벽이 사라졌지만, '1억원을 더 낼 때 세금이 얼마나 느는가'를 그리면 9억원에 절벽이 남아 있다. 아래에서 확인한다.
취득세율, 낼 세금, 1억원을 더 낼 때 느는 세금
위쪽 굵은 선(실효 세율)은 6억원에서 9억원까지 이어지는 비탈이고, 아래쪽 점선이 '한 걸음 더'의 비용이다. 이 차이는 협상에서 의미가 있다. 8억 9,000만원짜리 집을 9,000만원 깎아 8억원에 사면 취득세만 약 820만원 준다. 깎은 돈의 9%가 넘는다. 반대로 9억 2,000만원과 9억 8,000만원 사이의 협상에서는 깎은 돈의 3.3%만 세금에서 준다. 같은 1,000만원의 가격 협상이 구간에 따라 다른 무게를 갖는다.
생애최초 감면은 본인과 배우자가 한 번도 주택을 가진 적이 없는 가구가 12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취득세를 최대 200만원 줄여 주는 제도다(지방세특례제한법 제36조의3). 2026년 기준 소득 요건은 없고, 산출세액이 200만원 이하이면 전액 면제된다. 대신 조건이 붙는다. 취득일부터 3개월 안에 그 집에 전입해 살아야 하고, 3년 안에 팔거나 증여하거나 임대로 돌리면 감면받은 세금을 다시 낸다. 일몰은 2028년 말로 알려져 있으나 확인이 필요하고, 40세 미만에게 감면을 300만원으로 늘리는 안은 2026 지방세제 개편안에 담겨 추진 중이다(확정 전).
다주택 중과는 반대 방향의 장치다. 취득 후 주택 수가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이면 8%, 3주택 이상이면 12%, 그 밖의 지역에서는 3주택 8%, 4주택 이상 12%의 세율이 적용된다(지방세법 제13조의2). 이사 때문에 새집을 먼저 사고 헌집을 나중에 파는 일시적 2주택은 정해진 기한 안에 종전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일반세율을 적용받는다. 이 처분 기한은 취득세와 양도소득세에서 따로 정해져 있고, 양도소득세 쪽은 두 집이 모두 조정대상지역이면 2년(2026년 10월 1일 시행, 그 전 취득·계약분은 3년), 그 밖은 3년이다. 취득세 쪽 처분 기한은 대체로 3년으로 안내되나 확인이 필요하다.
60일의 숙제: 취득세 납부, 등기, 법무비, 국민주택채권
잔금을 치른 날이 세법의 취득일이다. 취득세는 취득일부터 60일 안에 신고하고 내야 하며(지방세법 제20조), 늦으면 가산세가 붙는다. 소유권이전등기도 잔금일부터 60일 안에 신청해야 한다(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대출을 끼고 사면 은행이 근저당을 설정해야 하므로 실무에서는 잔금일 당일 은행이 지정한 법무사가 취득세 납부와 등기 접수를 한꺼번에 처리한다. 하늘네가 받는 법무사 청구서에는 보통 다섯 가지 줄이 있다. 취득세 등 세금, 등기 신청 수수료와 인지세, 국민주택채권 할인 비용, 법무사 보수, 그리고 제증명 발급 같은 실비다.
이 중 낯선 것이 국민주택채권(National housing bond)이다.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사람은 주택도시기금이 발행하는 이 채권을 시가표준액(주택은 공시가격)에 지역과 가액별 비율을 곱한 만큼 사야 한다(주택도시기금법). 예를 들어 서울·광역시에서 시가표준액 6억원 이상 주택은 그 3.1%를 산다. 대부분의 사람은 산 채권을 그 자리에서 은행에 되판다(즉시 매도). 채권은 금리가 낮은 장기 채권이라 시장 가격이 액면보다 낮고, 그 차액(할인료)이 매수인이 실제로 내는 비용이 된다. 할인율은 시장 금리에 따라 매일 바뀌어 주택도시기금이 공시한다.
국민주택채권을 사서 바로 팔면 남는 비용
법무사 보수는 사무소마다 다르고 여러 곳에서 견적을 받을 수 있다. 대출 은행이 법무사를 지정하더라도 보수와 실비 내역서를 미리 받아 볼 수 있다. 이 책의 엔진은 법무사 보수와 등기 실비를 합쳐 집값의 약 0.2%로 잡는다(교육용). 6억 2,000만원 집이면 124만원이다. 셀프 등기로 이 비용을 아끼는 사람도 있지만, 대출이 있으면 은행이 근저당 설정 때문에 법무사를 쓰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등기부등본(당일 발급): 계약일 이후 새로 생긴 근저당·가압류·가처분이 없는가. 매도인의 기존 대출은 잔금으로 갚고 말소하기로 했는가, 말소 서류를 법무사가 받았는가.
- 매도인 신분과 소유자 일치: 신분증, 인감증명서(부동산 매도용, 매수인 인적 사항 기재)와 등기부의 소유자가 같은가.
- 잔금 계좌: 계약서에 적힌 매도인 명의 계좌인가. 당일 문자로 계좌가 바뀌었다는 연락은 의심한다.
- 관리비·공과금 정산: 잔금일 기준 관리비, 장기수선충당금(세입자가 아니라 소유자가 내는 돈), 도시가스 요금이 정산되었는가.
- 법무사 청구서: 취득세 금액이 생애최초 감면을 반영했는가, 국민주택채권 할인료와 보수·실비가 항목별로 적혀 있는가.
영수증에 없는 돈: 이사와 수리, 그리고 시간
세금과 수수료는 법이 정한 숫자라 미리 계산된다. 이사와 수리는 그렇지 않다. 포장이사 비용은 짐의 양과 거리, 계절에 따라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차이가 나고, 손 없는 날과 월말에 몰리면 비싸진다. 지은 지 17년 된 C아파트 같은 집을 사면 도배·장판만 할 수도, 욕실과 주방까지 고칠 수도, 확장과 배관까지 손댈 수도 있다. 수리비는 거래 비용이라기보다 '집값의 일부를 나중에 내는 것'에 가깝다. 같은 단지에서 수리가 잘된 집이 수천만원 비싸게 거래되는 것도 그래서다.
수리는 시간도 잡아먹는다. 잔금 뒤 2~4주 공사를 하려면 그 사이 살 곳이 필요하다. 세입자가 사는 집을 사면 그 세입자의 만기까지 들어갈 수 없다. 하늘네처럼 전세 만기와 잔금일을 맞춘 가구가 큰 수리를 원하면, 매도인과 협의해 잔금 전에 공사를 시작하게 해 달라고 하거나(분쟁 위험 때문에 매도인이 꺼린다) 만기를 조금 늦춰 달라고 집주인과 협의해야 한다. 앞의 일정표 시뮬레이터에서 본 '공백 비용'이 이렇게 생긴다.
한 가지 더. 수리비와 중개보수, 취득세는 나중에 이 집을 팔 때 필요경비로 인정받아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뉜다. 섀시 교체나 확장처럼 집의 가치를 늘리는 공사는 대개 인정되고, 도배·장판처럼 유지·보수 성격의 지출은 대개 인정되지 않는다. 영수증과 계약서를 보관해 두는 이유다. 자세한 계산은 14장에서 한다.
매도인의 시각: 파는 사람의 영수증
거래에는 반대편이 있다. 하늘네의 집주인 남궁현이 C아파트를 판다고 해 보자. 그는 2021년에 이 집을 6억 8,000만원에 사면서 세입자의 보증금 4억 5,000만원을 끼고 자기 돈 2억 3,000만원을 넣었다(갭투자). 2025년 재계약 때 시세가 내려 보증금을 4억원으로 낮추면서 5,000만원을 돌려줘야 했다(역전세, 5장). 지금 시세는 6억 2,000만원이다.
매도인의 영수증은 매수인과 모양이 다르다. 취득세는 없지만 매도 중개보수를 내고, 세입자가 있으면 보증금을 돌려주거나 매수인에게 승계시켜야 하며, 남는 차익에는 양도소득세가 붙는다. 양도소득세는 보유 기간, 주택 수, 지역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2026년 5월부터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중과가 다시 적용되므로, 계산은 14장에서 따로 한다. 아래에서는 세금 앞의 단계, 곧 '팔면 손에 무엇이 남는가'를 본다.
남궁현이 C아파트를 팔면 손에 남는 돈
남궁현의 숫자는 갭투자의 비대칭을 그대로 보여 준다. 집값이 9% 내렸을 뿐인데 그가 넣은 돈은 4분의 1 가까이 줄었다. 그가 집을 살 때 쓴 지렛대(보증금)가 손실도 키웠다(10장). 이 가격 변화는 어느 힘에서 왔는가. 2021년의 고점은 낮은 금리와 기대가 겹친 시기였고, 2022년 이후의 하락에는 금리 상승이 가장 큰 몫을 했다(3장). 거기에 B시 인근의 입주 물량(4장)과 대출 규제의 변화가 더해졌다. C아파트 자체는 그대로인데 그 위를 지나간 힘들이 값을 바꿨다. 이 책은 그 몫을 정확히 나누지는 않는다. 다만 매도인의 손실이 대개 '집'이 아니라 '시점과 지렛대'에서 온다는 것은 분명하다.
매도인에게는 날짜의 문제도 있다. 세입자를 낀 채로 팔면 매수인은 전세를 끼고 사는 투자자이거나 만기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람으로 좁혀진다. 비우고 팔면 실수요자가 붙지만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새집을 먼저 산 1주택자라면 일시적 2주택 처분 기한 안에 헌집을 팔아야 양도소득세 비과세와 취득세 일반세율을 지킬 수 있다. 하락기에 이 기한에 쫓겨 값을 낮추는 매도인이 생긴다. 매수인은 이런 사정을 협상에서 알게 되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것과 존중하는 것 사이의 선은 각자가 정한다.
매수 영수증 종합
이제 앞에서 하나씩 본 비용을 한 장의 영수증에 모은다. 집값, 지역, 주택 수, 생애최초 여부, 중개보수 부가가치세, 수리비를 바꾸면 영수증이 다시 찍힌다. 막대는 각 비용이 집값의 몇 %인지, 맨 오른쪽 숫자는 그 비용이 하늘네 월 저축 250만원의 몇 달 치인지 보여 준다.
매수 영수증: 집값 말고 드는 돈 전부
집을 살 때 드는 돈의 순서는 분명하다. 다주택 중과를 받는 경우가 아니면 취득세가 가장 크고, 그다음이 중개보수, 이사, 법무비, 채권 순이다. 수리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개 다른 항목을 다 합친 것과 비슷하거나 크다. 그리고 이 비용은 대출이 아니라 자기 돈으로 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행은 집값을 기준으로 빌려줄 뿐 취득세를 빌려주지 않는다. "집값의 몇 %를 대출로"라는 계산에 거래 비용을 따로 더해야 하는 이유다.
- 등기부등본을 직접 떼어 소유자 이름과 매도인이 같은지, 근저당 채권최고액과 가압류가 있는지 본다.
- 가계약금은 등기부상 소유자 명의 계좌로만 보낸다. 대리인 계좌라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먼저 받는다.
- 문자로 매매가, 계약일, 중도금 유무와 금액, 잔금일, 그리고 가계약금의 성격(본 계약 불발 시 반환 여부)을 남긴다.
- 잔금일이 내 전세 만기와 보증금 반환일에 맞는지, 집주인과 날짜를 확인했는지 본다.
- 대출이 필요하면 은행에서 한도를 미리 상담했는지 본다. 한도가 모자라 잔금을 못 치르면 계약금을 잃을 수 있다(9장).
- 취득세 생애최초 감면 대상인지, 자금조달계획서 대상인지 확인한다.
하늘네 집 노트
6억 2,000만원 집의 영수증 2,245만원, 그리고 4월 30일
태호는 하늘네가 B시에서 C아파트와 같은 84㎡를 6억 2,000만원에 산다고 가정하고 영수증을 뽑았다. 이 책의 모델로 계산하면 취득세는 세율 1.13%로 702만 6,460원, 지방교육세 70만 2,646원이고, 둘 다 집을 가진 적이 없어 생애최초 감면 200만원을 빼면 572만 9,106원이다. 중개보수 상한은 0.4%로 248만원, 부가가치세를 더해 272만 8,000원이다. 법무사 보수와 등기 실비 약 124만원, 국민주택채권 할인료 약 75만원(공시가격 약 4억 2,780만원 × 2.5% × 할인율 7%, 교육용 가정), 이사 200만원을 더하면 순수한 거래 비용이 약 1,245만원, 집값의 2.0%다. 17년 된 집의 도배·장판과 일부 수리에 1,000만원을 잡으면 약 2,245만원이 된다. 하늘네의 월 저축 250만원으로 9개월 치다. B시는 비규제지역이지만 6억원을 넘으니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날짜도 정했다. 계약금은 관행대로 10%인 6,200만원으로 하되, 예금 8,000만원으로 낼 수 있게 중도금은 두지 않는다. 잔금일은 전세 만기(4월 말로 가정)와 같은 날로 잡고, 남궁현에게 그날 오전 보증금 반환을 약속받는다. 보증금 4억원이 돌아오면 전세대출 2억원을 먼저 갚고, 남은 2억원과 예금, 주택담보대출로 잔금을 치른다. 태호는 "잔금일을 만기보다 일주일 늦출 수 있게 매도인과 특약을 넣자"고 했다. 남궁현의 보증금 반환이 늦어질 때를 대비한 여유다. 남궁현 쪽에서 보면 하늘네가 나가는 것은 새 세입자를 구하거나 집을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시세에 세입자를 낀 채 팔면 그가 넣은 2억 8,000만원 가운데 약 6,248만원이 돌아오지 않는다(세전). 하늘이 "그럼 우리가 이 집을 사면 어떨까"라고 묻자, 태호는 그 경우도 영수증은 같고 날짜만 쉬워진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금 정할 일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핵심 정리
- 매매는 가계약금 → 계약금(관행 10%) → 중도금 → 잔금·소유권이전등기로 이어진다. 세입자의 매수에서는 잔금일을 전세 만기와 맞추는 일정이 돈만큼 중요하다.
- 이행에 착수하기 전에는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도인은 배액을 돌려주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양쪽이 계약금만큼을 걸고 있어서, 시세가 계약금보다 크게 움직이면 해제 유인이 생긴다.
- 거래 신고는 계약일부터 30일, 취득세 신고·납부와 등기 신청은 잔금일부터 60일 안에 한다. 자금조달계획서는 2026년 기준 규제지역에서는 모든 주택, 그 밖에서는 6억원 이상 주택 거래에 낸다.
- 중개보수는 상한 요율 안에서 협의하는 돈이고, 요율이 바뀌는 구간 경계(9억·12억·15억원)에서 거래 금액 전체에 새 요율이 붙어 계단이 생긴다.
- 1주택 취득세는 6억원 이하 1%, 9억원 초과 3%, 그 사이는 공식으로 이어진다. 세율의 절벽은 없어졌지만 9억원 바로 아래에서 1억원을 더 낼 때 느는 세금은 약 10%에 이른다. 생애최초 감면은 최대 200만원, 다주택 중과는 8~12%다.
- 법무사 보수·등기 실비, 국민주택채권 할인료, 이사·수리비까지 더하면 6억원대 집의 매수 비용은 집값의 2~4%이고, 대부분 대출이 아니라 자기 돈으로 낸다.
- 매도인은 중개보수와 양도소득세를 내고 보증금 반환·승계와 처분 기한을 따진다. 갭투자로 산 집은 집값 하락이 넣은 돈에 몇 배로 들어온다.
확인 퀴즈
6억원짜리 아파트를 계약금 6,000만원에 계약했다. 중도금을 치르기 전 시세가 7억원으로 올랐다. 매도인이 민법상 해약금 규정으로 계약을 해제하고 7억원에 다른 사람에게 판다면, 매도인의 셈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거래 비용은 무시)
2026년 기준 1주택자의 주택 취득세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전세 보증금 4억원(그중 2억원은 전세대출)을 4월 30일 만기에 돌려받는 세입자가 집을 산다. 다음 중 일정 위험이 가장 작은 계획은?
국민주택채권 '즉시 매도'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