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6

월세와 임대차 제도

하늘네의 전세 계약은 2027년 4월에 끝난다. 집주인 남궁현에게서 문자가 온다. "다음 계약은 보증금을 조금 낮추고 월세를 받는 쪽으로 하면 어떨까요?" 하늘은 월세라는 말에 마음이 철렁한다. 매달 나가는 돈이 생긴다는 것이 손해처럼 느껴진다. 재원은 반대로 묻는다. "보증금 2억을 돌려받으면 전세대출을 갚을 수 있잖아. 이자가 줄어드는 만큼 월세를 내는 거면, 정말 손해야?" 둘 다 일리가 있다. 보증금과 월세는 서로 바꿀 수 있는 돈이고, 그 교환 비율을 법이 일부 정해 두었다. 세입자가 한 번 2년을 더 살 수 있는 권리와 그때 올릴 수 있는 보증금의 상한도 법에 있다. 이 장에서는 보증금과 월세를 같은 저울에 올리는 법, 임대차 제도가 그 저울을 어떻게 기울이는지, 그리고 세입자가 한 해에 실제로 내는 주거비를 계산한다.

같은 집, 세 가지 계약서

C아파트 84㎡ 한 집을 빌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보증금 4억원을 맡기고 월세를 내지 않는 전세, 보증금 5,000만원 남짓을 맡기고 매달 140만원대를 내는 월세(Monthly rent), 그 사이 어딘가에서 보증금 2억원에 월세 80만원대를 내는 반전세(Semi-jeonse)가 있다. 반전세는 법률 용어가 아니라 시장에서 쓰는 말로, 보증금이 큰 월세 계약을 뜻한다. 보증금이 클수록 월세는 작아지고, 보증금이 작을수록 월세는 커진다.

세 계약서는 다르게 생겼지만 집주인이 받는 대가는 비슷하다. 전세 집주인은 4억원을 이자 없이 빌려 쓰는 대가로 집을 내주고(5장), 월세 집주인은 매달 현금을 받는 대가로 집을 내준다. 세입자도 마찬가지다. 전세 세입자는 월세를 내지 않는 대신 보증금에 묶인 돈의 이자를 포기하거나 전세대출 이자를 내고, 월세 세입자는 목돈이 덜 묶이는 대신 매달 현금을 낸다. 아래 그림은 세 계약의 돈 흐름을 나란히 놓은 것이다.

전세 반전세 월세 세입자 세입자 세입자 보증금 4.0억 보증금 2.0억 월세 83만/월 0.5억 월세 146만/월 집주인: 같은 집을 내주고 받는 대가 목돈을 무이자로 목돈 절반 + 현금 매달 현금
그림 1. 세 가지 계약의 돈 흐름. 전세 4억원 집을 법정 전환율 상한(2026년 기준 연 5%)으로 바꾸면 보증금 2억원 반전세는 월세 약 83만원, 보증금 5,000만원 월세는 약 146만원이 된다. 위 칸의 높이는 같은 값이다. 보증금이 줄어든 만큼이 월세로 바뀌었을 뿐이다. 실제 시장의 월세는 이 계산과 다를 수 있고, 그 이유를 이 장에서 따진다.

그림의 세 칸 높이가 같다는 것이 이 장의 출발점이다. 보증금 1억원과 월세 몇만원은 서로 바꿀 수 있는 같은 값이다. 그 교환 비율을 전월세 전환율(Deposit-to-rent conversion rate)이라 한다. 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한 해 월세가 줄어든 보증금의 몇 %인지를 나타낸 값이다. 이 환율 하나로 "전세가 싸냐, 월세가 싸냐"는 질문이 "내 돈의 금리가 이 환율보다 높으냐, 낮으냐"라는 질문으로 바뀐다. MoneyBook의 집: 월세·전세·매매가 이 환율의 기초를 다루었다면, 이 장은 그 환율을 법이 어떻게 묶고 시장이 어떻게 비켜 가는지, 갱신과 세금까지 더하면 계산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판다.

전월세 전환율: 보증금과 월세의 시소

전환율의 정의는 간단하다. 보증금을 1억원 줄이고 그 대신 한 해 500만원의 월세를 받기로 했다면 전환율은 연 5%다. 거꾸로 말하면 같은 전세 가격 \(J\)에서 보증금 \(D\)로 계약할 때의 월세는 다음과 같다.

$$\text{월세} = \frac{(J - D)\times c}{12}$$
\(J\) 같은 집의 전세 보증금(전부 보증금으로 낼 때), \(D\) 실제로 내는 보증금, \(c\) 연 전월세 전환율. \(D = J\)이면 월세 0(전세), \(D = 0\)이면 보증금 없는 월세가 된다. 보증금과 월세는 이 식의 양쪽에 앉은 시소다.

아래 시소의 아래쪽 막대에서 손잡이를 끌어 보증금을 정한다. 시소 왼쪽에는 보증금 덩어리가, 오른쪽에는 그만큼 생기는 월세가 쌓인다. 전환율을 바꾸면 같은 보증금 차이가 다른 크기의 월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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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과 월세의 시소

아래 막대의 손잡이를 끌어 보증금을 정한다
보증금—
월세—
한 해 월세—
해볼 것: ① 기본값(전세 4억원, 전환율 5%)에서 보증금을 2억원에 둔다. 월세는 약 83만원이다. 하늘네 집주인이 말한 반전세의 크기다. ② 보증금을 0까지 끈다. 월세가 약 167만원으로 시소가 완전히 기운다. ③ 보증금을 0에 둔 채 전환율을 10%로 올린다. 같은 집의 월세가 333만원이 된다. 전환율이 두 배면 보증금 1억원의 값도 두 배다. (전환율이 보증금 크기와 상관없이 일정하다고 본 계산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보증금이 작을수록 전환율이 높게 붙는 경우가 많다.)

시소는 보증금과 월세가 서로 바꿀 수 있는 돈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 교환 비율인 전환율이 시소의 받침점 역할을 한다. 같은 보증금 2억원 차이가 전환율 3%에서는 월 50만원, 7%에서는 월 117만원이 된다. 그래서 반전세를 제안받았을 때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월세가 얼마냐"가 아니라 "몇 %로 바꾼 것이냐"다. 전환율을 알면 서로 다른 매물의 보증금과 월세 조합을 하나의 전세 가격으로 바꿔 비교할 수 있다.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0만원과 보증금 3억원에 월세 40만원은 전환율 6%로 보면 각각 전세 3억 4,000만원, 3억 8,000만원짜리 집이다.

법이 정한 상한, 시장이 정하는 값

전환율은 기본적으로 집주인과 세입자가 정한다.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은 한 가지 경우에 상한을 둔다. 계약 기간 중이나 계약을 갱신하면서 보증금의 일부나 전부를 월세로 바꿀 때는 전환율이 연 10%와 '한국은행 기준금리 + 연 2%p' 가운데 낮은 값을 넘지 못한다(법 제7조의2, 시행령 제9조). 이것이 법정 전월세 전환율 상한이다. 기준금리는 2026년 8월에 연 3.00%가 되었으므로, 2026년 기준 상한은 3.0% + 2%p = 연 5%다.

이 상한은 기준금리를 따라 움직인다. 아래 그래프에서 기준금리 손잡이를 좌우로 끌어 본다. 오른쪽 숫자는 전세 4억원을 보증금 2억원 반전세로 바꿀 때 그 금리에서 받을 수 있는 월세의 상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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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를 따라 움직이는 전환율 상한

기준금리 손잡이를 좌우로 끈다
기준금리—
법정 전환율 상한—
4억 → 보증금 2억일 때 월세 상한—
해볼 것: ① 손잡이를 3.00%(2026년 9월 이후)에 둔다. 상한은 5%, 월세 상한은 약 83만원이다. ② 손잡이를 0.5%로 끈다. 기준금리가 아주 낮던 시기에는 상한이 2.5%까지 내려가 같은 반전세의 월세 상한이 약 42만원이었다. ③ 손잡이를 8% 넘게 끈다. 기준금리 + 2%p가 10%를 넘으면 상한은 10%에서 멈춘다. 금리가 그렇게 높아지면 이 선은 더 이상 금리를 따라가지 않는다. (상한식은 2026년 기준 법령이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이 범위 전체를 오간 적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상한은 기준금리가 내리면 같이 내려가고 오르면 같이 오른다. 기준금리가 0.5%까지 내려갔던 시기에는 상한이 2.5%였고, 2026년에 기준금리가 다시 올라 상한도 5%가 되었다. 같은 반전세라도 금리 환경에 따라 법이 허용하는 월세가 두 배 가까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중요한 점은 이 상한이 언제 적용되느냐다. 상한은 이미 맺은 계약을 계약 기간 중이나 갱신하면서 월세로 바꿀 때 걸린다. 새 세입자와 처음 맺는 신규 계약의 보증금과 월세는 당사자가 정하는 대로다. 그래서 시장에서 실제로 형성되는 전환율(신규 계약 기준)은 지역과 주택 유형마다 다르고, 법정 상한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아파트보다 빌라·오피스텔에서, 보증금이 큰 반전세보다 보증금이 작은 월세에서 전환율이 높게 붙는 경향이 있다. 집주인이 받는 월세에는 연체될 위험, 세입자가 나간 뒤 비어 있을 위험, 관리 수고가 함께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지역·유형별 전월세 전환율을 정기적으로 발표하니 계약 전에 그 지역의 값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전환율은 집주인의 '돈값'이다 집주인 입장에서 보증금 1억원을 돌려주고 그 대신 월세를 받는다면, 그 1억원을 어디선가 마련해야 한다. 예금을 깨면 예금 이자를, 대출을 받으면 대출 이자를 잃거나 낸다. 그래서 집주인이 원하는 최소 전환율은 대략 '집주인의 돈값 + 월세를 받는 수고와 위험의 값'이다. 세입자 쪽에서는 보증금을 덜 내고 남은 돈을 예금에 넣거나 전세대출을 덜 받으니, 세입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 전환율은 대략 '세입자의 돈값'이다. 전환율은 두 사람의 돈값 사이 어딘가에서 정해진다. 금리가 오르면 두 사람의 돈값이 함께 오르므로 전환율도 오르고, 같은 전세 보증금의 '월세 환산 가치'가 커진다. 이것이 3장에서 본 '금리가 임대료의 값을 바꾼다'는 이야기의 세입자 쪽 얼굴이다.

세입자와 집주인, 누가 월세를 원하는가

반전세 제안은 대개 집주인 쪽에서 나온다. 그런데 세입자에게도 월세가 유리한 때가 있다. 둘의 셈을 나란히 놓아 본다.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바꾸는 상황에서, 세입자는 보증금을 1억원 덜 내는 만큼 전세대출 이자(또는 예금 이자)를 아끼고 대신 월세를 낸다. 집주인은 1억원을 돌려주는 만큼 자기 돈의 이자를 잃거나 대출 이자를 내고 대신 월세를 받는다. 아래 그래프의 가로축은 두 사람이 합의하는 전환율, 세로축은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바꿀 때 각자가 한 해에 얻는 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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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돈값과 합의 구간

세입자가 받아들일 최대 전환율—
집주인이 원하는 최소 전환율—
합의 구간—
해볼 것: ① 기본값에서 녹색 띠(합의 구간)가 3.5~4%에 있다. 이 안의 전환율이면 둘 다 이익이다. ② 세입자의 돈값을 2.5%로 내린다. 대출 없이 예금만 있는 세입자라면 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이유가 없어 띠가 사라진다. 이런 세입자는 전세를 원한다. ③ 집주인의 돈값을 6%로 올린다. 대출 이자가 비싼 집주인일수록 높은 전환율을 원하고, 세입자의 돈값보다 높아지면 반전세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돈이 모자라면 협상은 역전세로 바뀐다(5장). (1억원을 한 해 동안 바꾸는 단순 모델. 세금, 세액공제, 보증금이 묶이는 위험은 넣지 않았다. 빨간 세로선은 2026년 기준 법정 상한 5%다.)

두 선이 모두 0보다 위에 있는 구간에서만 반전세가 둘 다에게 이익이다. 세입자는 전세대출 금리가 높을수록 월세를 덜 싫어하고, 집주인은 자기 돈값이 낮을수록 월세를 원한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묘한 일이 생긴다. 세입자의 전세대출 금리가 오르면 세입자도 보증금을 줄이고 싶어지고, 동시에 집주인의 돈값도 올라 전환율이 함께 오른다. 시장 전체로는 전세 수요가 월세로 옮겨 가며 전세 가격이 내려가는 압력이 생긴다. 이 장에서 '월세화'라 불리는 흐름이 어느 힘에서 왔는지 물으면, 첫 번째 답은 금리다. 여기에 전세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DSR에 넣는 대출 규제가 겹치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져 같은 방향으로 밀린다. 반대로 한 지역에 새 아파트 입주가 몰리면(공급, 4장)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려 경쟁하면서 전환율이 낮아지기도 한다.

"월세 얼마예요?" 대신 "몇 %로 바꾼 거예요?" 반전세 매물을 보러 온 손님에게 태호는 계산기부터 꺼낸다. 집주인이 내놓은 조건이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00만원이고 같은 단지 전세가 4억원이라면, 줄어든 보증금 2억원에 대해 한 해 1,200만원을 받는 셈이라 전환율이 6%다. 같은 단지 다른 집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30만원이면 3억원에 1,560만원, 5.2%다. 이렇게 바꿔 놓으면 어느 집이 상대적으로 비싼지 바로 보인다. 계약 중이나 갱신 때 바꾸는 것이라면 2026년 기준 상한 5%를 넘을 수 없다는 것도 함께 알려 준다. 반대로 집주인에게는 "지금 기준금리에서는 상한이 5%라 갱신하면서 바꾸면 그 이상은 못 받습니다. 새 세입자를 구하면 시장 값으로 받을 수 있지만, 그 사이 비어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양쪽의 숫자를 똑같이 보여 준다.

계약갱신청구권: 2년 더, 5% 안에서

한국의 주택 임대차 계약은 대개 2년이다. 2년이 끝나면 집주인이 보증금을 크게 올리거나 나가 달라고 할 수 있어서 세입자는 2년마다 이사 걱정을 했다. 2020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생긴 계약갱신청구권(Right to request lease renewal)은 세입자가 한 번에 한해 계약을 2년 더 연장하자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집주인은 법이 정한 사유가 없으면 거절할 수 없다(법 제6조의3). 그리고 갱신할 때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리더라도 5% 이내에서만 올릴 수 있다(법 제7조).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이 상한을 더 낮게 정할 수도 있다.

첫 계약 2년 갱신 2년(1회) 만료 6~2개월 전 청구할 수 있는 때 0 2년 4년 증액 5% 이내 세입자는 언제든 해지 통보 (3개월 뒤 효력) 집주인이 거절할 수 있는 사유(요약) · 월세를 두 번 치 이상 밀린 적이 있다 ·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빌렸다 · 몰래 다른 사람에게 다시 빌려줬다, 집을 크게 망가뜨렸다 · 철거·재건축 등으로 집을 비워야 한다 · 집주인(또는 직계 가족)이 직접 들어와 산다 · 서로 합의해 보상을 했다, 그 밖에 의무를 크게 어겼다
그림 2. 계약갱신청구권의 시간표. 세입자는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갱신을 요구한다. 갱신된 계약은 2년이고, 보증금·월세 증액은 5% 이내다. 집주인은 법(제6조의3)에 적힌 사유가 있을 때만 거절할 수 있다.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해 놓고 그 기간에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세를 주면 집주인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사유의 정확한 문구와 범위는 법령 원문으로 확인한다.

갱신청구권은 세입자에게 두 가지를 준다. 하나는 2년 더 살 수 있는 안정이고, 다른 하나는 가격의 상한이다. 집주인 쪽에서 보면 두 번째가 큰 제약이다. 주변 시세가 2년 사이 12% 올랐어도 갱신하는 세입자에게는 5%까지만 올릴 수 있다. 또 갱신된 계약에서 세입자는 언제든 해지를 통보할 수 있고 통보 3개월 뒤 효력이 생기지만, 집주인은 그럴 수 없다. 갱신청구권은 한 번 쓰면 끝이다. 그래서 4년 차가 끝날 때는 시세와의 차이가 한꺼번에 돌아온다.

아래 그래프에서 이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본다. 회색 선은 같은 집의 신규 계약 시세이고, 계단 모양의 선은 이 세입자가 실제로 내는 보증금이다. 오른쪽 끝 손잡이를 위아래로 끌어 4년 동안의 시세 변화를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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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 가격과 신규 계약 가격, 이중 가격

오른쪽 끝 손잡이를 위아래로 끌어 시세를 정한다
2년 차 시세 / 내 보증금—
4년 차에 한꺼번에 오르는 폭—
갱신 2년 동안 덜 낸 몫(전환율 5%)—
해볼 것: ① 기본값(4년 동안 시세 연 6%씩 상승)에서 2년 차에 시세는 약 4억 4,900만원이지만 갱신한 세입자는 4억 2,000만원을 낸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에 두 가격이 생긴다. ② 4년 차 계단을 본다. 갱신이 끝나면 4억 2,000만원에서 약 5억 500만원으로 20% 넘게 한꺼번에 오른다. 손잡이를 더 위로 끌면 이 절벽이 더 높아진다. ③ 손잡이를 아래로 끌어 시세가 내리게 한다. 갱신청구권의 상한은 의미가 없어지고, 오히려 세입자가 보증금을 내려 달라고 협상할 수 있다. ④ '2년마다 시세로 재계약'을 고른다. 계단이 작게 두 번 생긴다. (시세는 일정한 비율로 움직인다고 단순화했다. '덜 낸 몫'은 시세와의 보증금 차이를 법정 상한 5%로 월세 환산한 값이다.)

갱신청구권이 만든 것은 같은 집의 두 가격이다. 갱신하는 세입자의 가격과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의 가격이 다르다. 시세가 빠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이 차이가 커지고, 집주인은 다음 신규 계약에서 그 차이를 한꺼번에 메우려 한다. 그 결과 4년 차의 계단은 2년마다 조금씩 오르는 경우보다 가파르다. 신규 계약을 맺는 집주인 중에는 앞으로 4년 동안 5%밖에 못 올릴 것을 예상해 처음 계약 가격을 미리 높게 부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갱신청구권의 효과는 이미 계약한 세입자에게는 분명한 보호지만, 시장 전체의 신규 가격에는 오히려 올리는 압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어느 쪽 효과가 더 큰지는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다르고, 이 책은 한쪽으로 결론 내리지 않는다.

시세가 내릴 때는 그림이 뒤집힌다. 갱신청구권의 상한은 올리는 쪽만 묶으므로, 시세가 내려가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깎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차임 등의 증감 청구, 법 제7조). 집주인이 깎아 주지 않으면 세입자는 갱신하지 않고 더 싼 집으로 옮기면 된다. 집주인은 다음 세입자에게서 받을 보증금이 지금 보증금보다 작아져 차액을 자기 돈으로 마련해야 한다. 하늘네 집주인 남궁현이 2025년에 겪은 역전세가 바로 이것이다(5장).

실거주 거절, 가장 흔한 다툼 갱신을 거절하는 사유 가운데 현장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것은 '집주인이나 그 가족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사유다. 세입자는 진짜인지 확인할 길이 마땅치 않고, 집주인은 사정이 바뀌어 결국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법은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해 놓고 갱신되었을 기간 안에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세를 주면 손해를 배상하도록 했다. 이런 유형의 분쟁이 적지 않다. 태호는 집주인에게 실거주 거절을 할 계획이면 문자나 내용증명처럼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알리라고 권한다. 세입자에게는 갱신을 원하면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역시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청구하라고 말한다. 말로만 "연장할게요"라고 한 것은 나중에 다툼이 되면 증명이 어렵다.

관리비와 보이지 않는 주거비

월세 매물을 고를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숫자가 관리비(Maintenance fee)다. 관리비는 건물의 공용 부분을 청소하고 경비·승강기·소독을 유지하는 비용과, 세대가 쓰는 전기·수도·가스 같은 사용료를 함께 묶어 매달 내는 돈이다. 아파트는 관리사무소가 항목별 내역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지만,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는 '관리비 월 15만원'처럼 정액으로만 적어 두는 경우가 흔했다. 월세를 낮게 적고 관리비를 높게 붙이면 광고상의 월세가 싸 보인다.

이런 '깜깜이 관리비'를 줄이려고 국토교통부는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기준을 고쳐, 2023년 9월부터 정액 관리비가 월 10만원 이상인 매물을 광고할 때는 일반관리비, 사용료(전기·수도·가스·인터넷 등), 기타 관리비로 나눠 세부 내역을 표시하도록 했다. 내역을 확인할 수 없으면 그 사유를 밝혀야 한다. 이 기준은 매물 광고에 관한 것이라 계약서에 관리비 내역이 자동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계약 전에 관리비에 무엇이 들어 있고 무엇이 따로 나오는지(전기·가스를 따로 내는지, 인터넷·TV가 포함인지) 직접 확인해 계약서 특약에 적어 두는 것이 안전하다.

관리비 말고도 세입자가 내는 보이지 않는 주거비가 있다. 이사할 때마다 드는 중개보수와 이사·청소 비용, 계약 끝에 집을 처음 상태로 되돌려 놓는 원상복구 비용이다. 중개보수는 보증금과 월세를 합친 거래 금액으로 정하는데, 월세는 '보증금 + 월세 × 100'(이렇게 계산한 금액이 5,000만원 미만이면 × 70)으로 환산해 요율을 곱한다. 2026년 기준 이 책의 모델로 계산하면 전세 4억원 계약의 중개보수 상한은 120만원, 보증금 2억원에 월세 83만원인 반전세는 약 85만원이다. 4년마다 이사한다면 한 해 몫은 이사 비용과 합쳐 각각 80만원 안팎이다. 집의 큰 수리(보일러 교체, 누수)는 대개 집주인 몫이고 작은 소모품(전구, 수전 패킹)은 세입자 몫으로 보지만, 경계가 애매하니 이것도 특약으로 정해 두는 편이 좋다.

비용누가 내나얼마나 자주계약 전 확인할 것
월세세입자매달전환율로 환산한 전세 가격
관리비(공용·사용료)세입자매달정액이면 항목별 내역, 별도 부과 항목
장기수선충당금(아파트)집주인(세입자가 낸 뒤 돌려받음)매달 부과나갈 때 정산 방법
중개보수·이사세입자(중개보수는 양쪽)이사할 때요율 상한과 협의 금액
큰 수리대개 집주인생길 때특약으로 경계 정하기

세입자가 한 해에 실제로 내는 돈

이제 세입자의 주거비를 하나의 숫자로 모은다. 보증금은 나갈 때 돌려받으니 사라지는 돈이 아니다. 사라지는 돈은 매달 내는 월세, 보증금을 위해 빌린 돈의 이자, 그리고 보증금에 묶인 내 돈이 다른 곳에서 벌 수 있었던 이자, 곧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다. 여기에 이사할 때의 비용을 이사 주기로 나눈 몫을 더한다. 이 책의 엔진(RE.housingCost)은 이 세 가지를 더해 연간 주거비를 낸다.

아래에서는 전세 4억원짜리 집을 놓고, 내 돈이 2억원 있고 모자라는 보증금은 전세대출로 빌린다고 가정한다. 가로축은 보증금이다. 손잡이를 끌어 보증금을 정하면 나머지는 전환율에 따라 월세가 된다. 그래프의 선은 보증금마다의 연 주거비이고, 가장 낮은 점이 이 조건에서 가장 싼 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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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을 늘릴까, 월세를 늘릴까

곡선 위 손잡이를 좌우로 끌어 보증금을 정한다
고른 계약—
연 주거비—
가장 싼 보증금—
해볼 것: ① 기본값(전환율 5%, 기회비용 3%, 대출 3.8%)에서 곡선은 보증금이 클수록 내려간다. 두 금리가 모두 전환율보다 낮아 보증금을 늘릴수록 싸다. 전세가 가장 싸다. ② 전세대출 금리를 6%로 올린다. 내 돈 2억원까지는 보증금이 유리하지만 그 뒤로는 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비싸 곡선이 다시 올라간다. 가장 싼 점이 '내 돈만큼만 보증금'으로 옮겨 간다. ③ 기회비용을 6%로 올린다. 내 돈을 6%에 굴릴 수 있다면 보증금 0원 월세가 가장 싸다. 시소의 받침점(전환율)과 내 돈의 금리를 비교하는 것이 이 그래프의 전부다. (중개보수·이사 비용은 어느 계약이든 비슷하다고 보고 뺐다. 세액공제는 다음 절에서 더한다.)

그래프의 모양은 단 하나의 비교로 정해진다. 보증금 1원을 늘리면 월세는 전환율만큼 줄고, 그 1원의 비용은 내 돈이면 기회비용 금리, 빌린 돈이면 대출 금리만큼 는다. 전환율이 그 금리보다 높으면 보증금을 늘리는 쪽이, 낮으면 월세를 늘리는 쪽이 싸다. 2026년의 전세대출 금리가 법정 상한 5%보다 낮다면, 같은 집을 같은 전환율로 바꾼다고 할 때 전세가 월세보다 대개 싸게 나온다. 다만 이것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0으로 본 계산이다. 보증금이 클수록 깡통전세가 되었을 때 잃는 돈도 크다(5장, 7장). 월세의 한 해 비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보증금이 작은 계약이 위험을 줄이는 보험이 된다는 관점도 있다.

월세 세액공제와 임대차 신고

월세에는 전세에 없는 세금 혜택이 있다. 일정 요건을 갖춘 근로자가 낸 월세의 일부를 연말정산 때 세금에서 빼 주는 월세 세액공제(Monthly rent tax credit)다. 2026년 기준 확인한 주요 요건은 다음과 같다(조세특례제한법 제95조의2, 대체로 확인).

항목요건(2026년 기준)
누가과세연도 말 무주택 세대의 세대주(세대주가 주택 관련 공제를 받지 않으면 세대원도 가능)
소득총급여 8,000만원 이하(종합소득금액 7,000만원 이하)
집국민주택규모(전용 85㎡) 이하 또는 기준시가 4억원 이하. 주거용 오피스텔·고시원 포함
주소임대차계약서의 주소와 주민등록 주소가 같아야 한다(전입신고)
공제율총급여 5,500만원 이하 17%, 8,000만원 이하 15%
한도공제 대상 월세 연 1,000만원까지

아래 계산기에서 월세와 총급여를 바꿔 본다. 공제는 세금을 깎아 주는 것이라 결정세액이 공제액보다 작으면 다 받지 못할 수 있다. 이 계산기는 결정세액이 충분하다고 가정한다.

SIMULATOR

월세 세액공제로 줄어드는 월세

공제율—
한 해 세액공제—
공제 뒤 실질 월세—
해볼 것: ① 기본값(월세 83만원, 총급여 4,800만원)에서 한 해 월세 1,000만원 남짓의 17%인 약 170만원이 돌아온다. 실질 월세는 약 69만원이다. ② 월세를 150만원으로 올린다. 공제 대상이 연 1,000만원에서 막혀 공제액은 그대로이고, 공제 비율이 떨어진다. ③ 총급여를 8,000만원 넘게 올린다. 공제가 0이 된다. 하늘네처럼 맞벌이라면 누가 세대주인지에 따라 공제율이 달라진다. (2026년 기준 요건을 단순화했다. 결정세액 한도, 지방소득세, 현금영수증 소득공제와의 선택은 넣지 않았다. 실제 공제는 국세청 홈택스에서 확인한다.)

세액공제는 같은 반전세라도 세입자의 실제 부담을 15~17% 가량 줄인다. 앞 절의 비교에서 전세가 조금 싸게 나왔다면, 공제를 넣으면 그 차이가 거의 사라지기도 한다. 다만 공제를 받으려면 전입신고로 주소를 맞춰야 하고, 월세를 냈다는 증빙(계좌이체 내역 등)이 있어야 한다. 집주인 쪽에서 보면 세입자의 세액공제 신청이나 임대차 신고로 임대소득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 "공제를 신청하지 않는 조건"을 붙이려는 경우가 있다. 세입자는 계약이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안에 경정청구로 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되므로, 이런 조건이 있더라도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구체적인 기한은 국세청 안내로 확인한다).

또 하나의 제도는 주택 임대차 신고제다. 2021년 6월에 도입된 이 제도는 일정 금액이 넘는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주택 소재지 관할 행정청에 계약 내용을 신고하도록 한다. 2026년 기준 신고 대상은 보증금 6,000만원 초과 또는 월세 30만원 초과인 계약이고, 지역은 수도권 전역과 광역시, 세종시, 도의 시 지역이다(군 지역 제외). 신규 계약뿐 아니라 갱신하면서 금액이 바뀐 계약도 신고 대상이다. 계도 기간이 2025년 5월 말에 끝나 그 뒤에 맺은 계약부터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붙는다(과태료 금액은 확인 필요). 신고는 집주인과 세입자 중 한쪽이 계약서를 내면 함께 신고한 것으로 본다.

계약서 작성 전환율·관리비 특약 임대차 신고 30일 이내 확정일자 신고하면 부여 입주 + 전입신고 대항력의 출발점 함께 갖추면 우선변제권(7장) 연말정산 월세 세액공제 주소가 같아야 이체 증빙 보관 계좌로, 매달
그림 3. 월세 계약 뒤 세입자가 할 일. 임대차 신고를 하면 확정일자가 부여된 것으로 본다. 입주와 전입신고는 보증금을 지키는 힘(대항력)의 출발점이고, 확정일자와 함께 갖추면 경매 때 순서대로 보증금을 받을 권리(우선변제권)가 생긴다. 두 권리의 시각과 순위는 7장에서 자세히 다룬다. 전입신고로 맞춘 주소와 매달의 이체 증빙은 월세 세액공제의 조건이다.
월세·반전세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 전환율: 같은 단지 전세 가격을 기준으로 이 조건이 몇 %인지 계산했는가. 계약 중·갱신 때 바꾸는 것이라면 2026년 기준 상한 5% 이내인가.
  • 관리비: 정액이면 무엇이 포함되고 무엇이 따로 나오는가(전기·가스·수도·인터넷). 특약에 적었는가.
  • 월세 지급 방식: 집주인 명의 계좌로 이체해 증빙이 남는가. 현금으로 달라는 요구는 세액공제와 분쟁 때 불리하다.
  • 연체 조항: 월세를 두 번 치 이상 밀리면 갱신 거절과 해지 사유가 된다. 자동이체 날짜를 급여일 뒤로 잡았는가.
  • 수리·원상복구: 큰 수리와 작은 수리의 경계, 입주 때 집 상태 사진을 남겼는가.
  • 신고와 전입: 30일 안에 임대차 신고, 입주 날 전입신고 일정을 잡았는가. 신고 대상이 아니면 확정일자를 따로 받는다.
  • 갱신청구권 기록: 이번이 첫 계약인가, 이미 한 번 갱신한 계약인가. 갱신 여부는 다음 계약의 상한에 영향을 준다.
  • 보증금의 안전: 반전세라도 보증금이 억 단위라면 등기부등본과 선순위 채권을 확인한다(7장).
제도와 수치는 해마다 바뀐다 이 장의 제도 수치(전월세 전환율 상한 5%, 갱신 증액 상한 5%, 월세 세액공제 요건과 공제율, 임대차 신고 대상 금액)는 2026년 한국 제도를 기준으로 한 값이다. 전환율 상한은 기준금리가 바뀌면 바로 따라 바뀌고, 세액공제 요건은 세법 개정으로 자주 조정된다. 갱신 기간을 늘리는 법안(이른바 3+3+3)은 발의만 되었고 통과된 근거는 없다. 이 책의 계산은 교육용 모델의 결과이며 법률·세무 자문이 아니다. 실제 계약과 연말정산 전에는 국가법령정보센터, 국세청 홈택스,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 등 공식 자료와 전문가에게 확인한다.

하늘네 집 노트

하늘네의 만기는 2027년 4월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쓸 수 있으니 2026년 10월부터 2027년 2월 사이가 그 창이다. 지금 막 창이 열렸다. 태호는 집주인 남궁현의 반전세 제안을 포함해 같은 집에 그대로 사는 세 가지 길을 계산해 보자고 한다. 전세 4억원을 기준으로 ① 갱신청구권을 쓰고 집주인이 5%를 올리는 경우, ② 보증금 2억원 반전세로 바꾸는 경우, ③ 보증금 5,000만원 월세로 바꾸는 경우다. 반전세와 월세의 월세는 2026년 기준 법정 전환율 상한 5%로 계산한다.

SIMULATOR

하늘네 만기의 세 갈래: 한 해 주거비

막대를 누르면 그 선택지의 내역을 본다
고른 선택지—
한 해 주거비—
만기 때 오가는 목돈—
집주인에게 맡긴 돈—
해볼 것: ① 기본값(갱신 증액 5%, 기회비용 3%, 대출 3.8%)에서 ① 갱신의 한 해 주거비는 1,420만원, ② 반전세는 1,600만원이지만 세액공제를 넣으면 약 1,430만원으로 거의 같다. ③ 월세는 공제를 넣어도 약 1,730만원이다. ② 갱신 증액률을 0%로, 다시 −5%로 내린다. 만기 무렵 시세가 내려 집주인이 올리지 못하거나 오히려 깎아 주면 ①이 한 해 수십만원씩 더 싸진다(4장의 입주 물량 시나리오). ③ 기회비용 금리를 5%로 올린다. 내 돈을 5%에 굴릴 수 있다면 보증금을 줄이는 쪽이 따라잡는다. ④ 세액공제를 끈다. 재원(총급여 4,400만원)이 세대주여도 공제율은 17%로 같지만, 요건을 못 맞추면 반전세가 한 해 약 170만원 비싸진다. (같은 집에 그대로 사므로 중개보수·이사 비용은 뺐다. ②·③은 보증금을 올리지 않고 지금 보증금 4억원의 일부를 법정 상한 5%로 월세로 돌린다고 보았다. 집주인이 전환에 동의해야 ②·③이 가능하다. 반전세의 돌려받은 돈은 전세대출 2억원을 갚는 데 쓴다.)
CASE 하늘네집 노트 · 6장

갱신하면 최대 4억 2,000만원, 반전세면 보증금 2억 + 월 83만원. 한 해 주거비는 거의 같다

태호가 세 갈래를 표로 정리한다. 이 책의 모델로 계산하면(기회비용 연 3%, 전세대출 연 3.8%, 같은 집에 그대로 살아 이사 비용 없음) 다음과 같다. ① 갱신청구권 사용: 집주인이 상한까지 올리면 보증금은 4억원 × 1.05 = 4억 2,000만원이다. 늘어난 2,000만원은 예금에서 내고, 전세대출 2억원은 그대로 둔다. 한 해 주거비는 대출 이자 760만원 + 내 돈 2억 2,000만원의 기회비용 660만원 = 1,420만원. ② 반전세(보증금 2억원): 줄어든 보증금 2억원 × 5% ÷ 12 = 월세 약 83만원(연 1,000만원). 돌려받은 2억원으로 전세대출을 갚는다. 한 해 주거비는 월세 1,000만원 + 기회비용 600만원 = 1,600만원이고, 하늘이 세대주로 월세 세액공제(총급여 4,800만원, 17%)를 받으면 약 170만원이 돌아와 약 1,430만원이다. ③ 월세(보증금 5,000만원): 월세 약 146만원(연 1,750만원), 공제 한도 1,000만원에 대해 170만원이 돌아와 약 1,730만원이다.

하늘은 "월세는 무조건 손해"라는 생각이 숫자로는 맞지 않는다는 데 놀란다. ①과 ②의 차이는 한 해 10만원 안팎이다. 달라지는 것은 다른 데 있다. ②에서는 집주인에게 맡긴 돈이 4억 2,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반 넘게 줄고, 매달 나가는 현금은 대출 이자 약 63만원 대신 월세 약 83만원이 된다. 재원은 기회비용 금리가 3%라는 가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짚는다. 예금 금리가 더 낮으면 ①이, 더 높으면 ②가 유리해진다. 태호는 집주인의 사정도 숨기지 않는다. ②를 받아들이면 남궁현은 만기에 2억원을 돌려줘야 하고, 그 돈을 대출로 마련한다면 그 이자가 월세 수입 1,000만원과 견줄 만하다. 반대로 하늘네가 갱신을 청구하면 남궁현은 5%까지만 올릴 수 있고, 실거주 같은 사유가 없으면 거절할 수 없다. "반전세는 두 분과 집주인이 모두 동의해야 하는 선택이고, 갱신은 두 분이 혼자 정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이 장에서 정한 것만기에 같은 집에 남는 세 갈래의 숫자: 갱신 최대 4억 2,000만원(연 1,420만원), 반전세 보증금 2억 + 월 약 83만원(공제 후 연 약 1,430만원), 월세 보증금 5,000만원 + 월 약 146만원(공제 후 연 약 1,730만원). 갱신청구권 행사 시기는 2026년 10월~2027년 2월.
아직 남은 문제어느 갈래든 보증금은 남궁현에게 맡겨진다. 그 집의 등기부에는 무엇이 적혀 있고, 맡긴 돈은 법적으로 얼마나 지켜지는가? 사는 길과 비교하면 어떤가(20장)?
다음 단계7장: 지금 전셋집과 매수 후보 매물의 등기부등본을 함께 읽고, 전입신고·확정일자와 전세보증 가입 요건을 점검한다.

핵심 정리

  1. 보증금과 월세는 전월세 전환율이라는 환율로 오간다. 월세 = (전세 가격 − 보증금) × 전환율 ÷ 12. 서로 다른 매물은 전환율로 하나의 전세 가격으로 바꿔 비교한다.
  2. 계약 중이나 갱신 때 보증금을 월세로 바꾸는 전환율은 min(연 10%, 기준금리 + 2%p)를 넘지 못한다. 2026년 기준 연 5%다. 신규 계약의 시장 전환율은 지역·유형마다 다르고 이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3. 전환율은 세입자의 돈값(전세대출 금리)과 집주인의 돈값(예금·대출 금리 + 위험·수고) 사이에서 정해진다. 금리와 대출 규제는 전세를 월세 쪽으로, 입주 물량은 반대쪽으로 민다.
  4. 계약갱신청구권은 한 번, 2년, 증액 5% 이내다. 집주인은 실거주 등 법에 적힌 사유가 있을 때만 거절할 수 있다. 갱신 가격과 신규 계약 가격이 따로 생기고, 갱신이 끝나면 차이가 한꺼번에 돌아온다.
  5. 세입자의 연 주거비는 월세 + 보증금 대출 이자 + 보증금에 묶인 내 돈의 기회비용 + 이사 비용 몫이다. 전환율이 내 돈의 금리보다 높으면 보증금을, 낮으면 월세를 늘리는 쪽이 싸다.
  6. 월세 세액공제(2026년 기준 총급여 8,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 15~17%, 연 1,000만원 한도)는 월세의 실질 부담을 줄인다. 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세 30만원을 넘는 계약은 30일 안에 임대차 신고를 한다.
  7. 정액 관리비가 월 10만원 이상이면 광고에 세부 내역을 표시해야 한다. 그래도 포함 항목은 계약서 특약으로 확인한다.

확인 퀴즈

같은 단지의 전세 가격이 3억원이다.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만원인 반전세 매물의 전월세 전환율은?

줄어든 보증금은 3억원 − 1억원 = 2억원이고, 한 해 월세는 100만원 × 12 = 1,200만원이다. 1,200만원 ÷ 2억원 = 6%. 이 매물이 신규 계약이라면 시장에서 정한 값이고, 기존 계약을 갱신하면서 바꾸는 것이라면 2026년 기준 법정 상한 5%를 넘으므로 그대로 받을 수 없다.

2026년 기준 법정 전월세 전환율 상한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상한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의2와 시행령 제9조가 정한다. 기준금리 3.00%(2026년 8월 이후) + 2%p = 5%가 10%보다 낮으므로 5%다. 이미 맺은 계약을 바꿀 때 적용되며, 새 세입자와 처음 맺는 계약의 조건은 당사자가 정한다.

전세 4억원에 사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쓴다. 그 사이 같은 평형의 신규 전세 시세는 4억 6,000만원이 되었다.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따로 없다면 집주인이 갱신 때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증금은?

갱신 때 증액은 기존 보증금의 5% 이내다. 4억원 × 1.05 = 4억 2,000만원. 시세 4억 6,000만원과의 차이 4,000만원은 이 세입자가 갱신 기간 동안 덜 내는 몫이고, 갱신이 끝나 새로 계약할 때는 시세에 맞춰 한꺼번에 오를 수 있다.

내 돈을 연 2%짜리 예금에 두고 있고 전세대출 금리는 연 3.5%다. 같은 집을 전환율 5%로 바꿀 수 있을 때, 세액공제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연 주거비가 가장 낮은 쪽은?

보증금을 1원 늘리면 월세가 5%만큼 줄어든다. 그 1원의 비용은 내 돈이면 2%, 빌린 돈이면 3.5%로 둘 다 5%보다 낮다. 그러니 보증금을 끝까지 늘리는 쪽이 싸다. 다만 이 계산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0으로 둔 것이고, 월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면 차이가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