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4

공급의 시차

하늘네가 사는 경기 B시 C아파트 앞 사거리에 현수막이 걸렸다. 옆 신도시에 "2027년 입주" 아파트 수천 세대가 들어선다는 광고다. 하늘은 묻는다. "집이 그렇게 많이 생기면 집값이 내려가는 거 아니야?" 재원은 다른 걸 묻는다. "몇 년 전에 집값이 그렇게 올랐는데, 그때는 왜 집이 안 늘었지?" 두 질문의 답은 같은 곳에 있다. 집은 값이 오른다고 바로 생기지 않는다. 땅을 고르고 허가를 받고 짓는 데 3~5년이 걸린다. 그래서 공급은 언제나 늦게 오고, 늦게 온 공급이 다음 가격을 만든다. 이 장은 그 시차가 만드는 파도를 직접 움직여 보고, 입주 물량이 몰릴 때 왜 전세가가 먼저 흔들리는지, 하늘네의 2027년 4월 만기에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계산한다.

집값이 오르면 왜 바로 집이 늘지 않을까

라면값이 오르면 공장은 다음 주에 더 만든다. 집은 그럴 수 없다. 아파트 한 단지가 생기려면 먼저 땅이 있어야 하고, 그 땅에 무엇을 얼마나 지을 수 있는지 정해져 있어야 하며,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아도 바로 짓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돈을 모으고, 분양 일정을 잡고, 공사를 시작하면 다시 2년 반에서 3년이 걸린다. 그 사이 집값은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 집을 짓기로 결정한 시점의 가격과 집이 시장에 나오는 시점의 가격이 다르다는 것, 이것이 이 장 전체의 출발점이다.

공급의 단계마다 이름이 있다. 지자체가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것을 인허가(Housing permit)라 하고, 실제로 땅을 파기 시작하는 것을 착공(Housing start)이라 한다. 아파트는 대개 착공 무렵에 집을 미리 파는 분양(Pre-sale)을 하고, 공사가 끝나 사용 승인을 받는 것을 준공(Completion), 사람이 실제로 들어가 사는 것을 입주(Move-in)라 한다. 뉴스에서 "공급이 늘었다"고 할 때는 이 중 어느 숫자를 말하는지 먼저 봐야 한다. 인허가가 늘어도 시장에 집이 늘어나는 것은 3~5년 뒤다.

집을 짓기로 한 날부터 사람이 들어가 살기까지 0 1 2 3 4 년 땅·인허가 6개월~수년 착공 분양 공사 보통 2년 반~3년 준공 입주 결정하는 날의 가격 "지금 오르니 짓자" 나오는 날의 가격 "그때는 다를 수 있다" 3~5년의 시차 인허가 물량 = 3~5년 뒤의 가능성, 착공 물량 = 2~3년 뒤의 예정 입주 물량 = 올해 실제로 시장에 나오는 집
그림 1. 아파트 공급의 단계. 기간은 단지 규모와 사업 방식에 따라 크게 다르다. 재건축·재개발은 인허가 앞에 조합 설립과 이주가 붙어 10년이 넘기도 한다(12장). 분양은 대개 착공 무렵에 하므로 분양 물량은 2~3년 뒤 입주 물량의 예고편이다.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하지 않거나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가 있어 인허가 숫자는 실제 공급보다 크게 잡힌다.

아래 그래프의 위쪽 선은 가상의 지역 집값이 8년 주기로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아래쪽 띠는 한 건설사가 아파트 한 단지를 짓는 일정이다. 띠 위의 손잡이(착공 시점)를 끌어 언제 짓기 시작할지 정해 본다. 건설사는 보통 집값이 오르는 걸 보고 짓기로 결정한다. 그 결정이 시장에 도착하는 것은 몇 년 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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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공을 언제 하느냐, 입주는 언제 떨어지느냐

아래 띠의 손잡이를 끌어 착공 시점을 옮긴다
착공 때 가격—
입주 때 가격—
결정에서 입주까지 가격 변화—
해볼 것: ① 기본값에서 착공 손잡이는 가격이 꼭대기를 막 지난 2.5년에 있다. 인허가는 오르는 중이던 1년 차에 받았다. 공사 3년 뒤 입주하는 5.5년 차에는 가격이 바닥 근처다. 가장 좋을 때 결정한 집이 가장 나쁠 때 시장에 나온다. ② 공사 기간을 4.5년으로 늘린다. 입주가 다시 오르는 구간으로 넘어간다. 시차가 주기의 절반쯤일 때 가장 나쁘게 어긋난다. ③ 착공을 바닥(6년 차) 근처로 옮긴다. 값이 쌀 때 짓기 시작한 집은 오를 때 나온다. 하지만 바닥에서는 분양이 안 될까 봐 아무도 짓지 않으려 한다. 이것이 공급이 늘 늦는 이유다. (교육용 가상 데이터. 가격은 8년 주기의 사인 곡선이고 실제 시장이 아니다.)

손잡이를 움직여 보면 건설사의 고민이 보인다. 지금 값이 오르니 짓고 싶지만, 그 집을 파는 것은 3년 뒤다. 그래서 분양을 착공 무렵에 미리 해서 위험을 줄인다. 분양이 잘되는 때는 대개 값이 오를 때이므로, 착공은 가격 상승기에 몰리고, 입주는 그로부터 2~3년 뒤에 몰린다. 한 건설사만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신호를 보고 같은 때 움직인다는 것이 문제다. 이 몰림이 3절의 파도를 만든다.

필요한 집은 몇 채인가: 가구와 멸실

공급이 많다, 적다를 말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집은 사람 수가 아니라 가구(Household) 수만큼 필요하다. 가구는 한집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사람들의 묶음으로, 혼자 사는 1인 가구도 한 가구다. 인구가 그대로여도 결혼·독립·이혼·사별로 가구가 쪼개지면 필요한 집이 늘어난다. 한편 오래된 집은 허물어지거나 다른 용도로 바뀌어 사라진다. 이것을 멸실(Demolition)이라 한다. 재건축 단지에서 1,000세대를 허물고 1,500세대를 지으면 새로 늘어난 집은 1,500세대가 아니라 500세대다.

$$\text{필요한 새 집} \;=\; \Delta\text{가구} \;+\; \text{멸실} \;+\; \Delta\text{빈집}$$
\(\Delta\text{가구}\) 한 해 늘어난 가구 수, 멸실은 그해 사라진 집, \(\Delta\text{빈집}\)은 이사와 거래가 돌아가는 데 필요한 여유분(대개 재고의 몇 %)의 변화. 이만큼 지어야 집과 가구의 비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집의 수와 가구 수를 나란히 놓은 비율을 주택보급률(Housing supply ratio)이라 한다. 주택 수 ÷ 가구 수 × 100으로, 100%면 가구마다 집이 한 채씩 있다는 뜻이다. 아래 그림은 이 비율을 두 개의 물통으로 본 것이다. 주택 물통에는 준공이 들어오고 멸실이 빠져나간다. 가구 물통에는 새 가구가 들어온다. 두 물통의 수위가 나란히 올라가야 보급률이 유지된다.

주택 재고 가구 수 이미 있는 집 해마다 몇 %만 바뀐다 준공(입주) 3~5년 전 결정 멸실 재건축·노후 철거 사는 가구 1인 가구가 늘린다 새 가구 분가·결혼·이주 ÷ 주택 수 가구 수
그림 2. 재고와 흐름. 한 해 새로 들어오는 집은 이미 있는 집의 2~3%에 불과하다. 그래서 집값의 수준은 재고 전체가 정하고, 새 공급은 그 위에서 가장자리를 움직인다. 하지만 새 집은 한 지역에 한꺼번에 들어오기 때문에 그 지역, 특히 전세 시장에서는 작은 비율이 큰 충격이 된다(5절).

아래는 가구 20만, 주택 20만 4,000채(보급률 102%)인 가상의 도시다. 가구가 늘어나는 속도와 멸실 속도, 해마다 지어지는 집의 양을 바꿔 10년 뒤 보급률이 어떻게 되는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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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와 멸실: 얼마나 지어야 제자리인가

보급률 유지에 필요한 준공(첫해)—
10년 뒤 보급률—
10년 뒤 집 − 가구—
해볼 것: ① 기본값(가구 +1.0%, 멸실 0.3%)에서 보급률을 지키려면 한 해 약 2,650채, 재고의 약 1.3%를 지어야 한다. 1.2%만 지으면 10년 뒤 보급률이 조금씩 내려간다. ② 멸실을 1.2%로 올린다. 재건축이 한꺼번에 몰리는 도시다. 준공이 같아도 보급률이 100% 아래로 무너진다. 재건축은 길게 보면 공급이지만 공사하는 몇 년 동안은 집을 줄인다. ③ 가구 증가를 0으로 내리고 준공을 2%로 둔다. 가구가 안 느는 도시에서 계속 지으면 빈집이 쌓인다(19장). (교육용 가상 도시. 빈집 여유분과 지역 간 이동은 넣지 않았다.)

이 계산에서 두 가지를 기억한다. 첫째, 필요한 공급은 '인구'가 아니라 '가구'와 '멸실'이 정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도 1인 가구가 늘면 한동안 집이 더 필요하다. 둘째, 보급률 100%가 '집이 충분하다'는 뜻은 아니다. 빈집과 낡은 집이 포함되어 있고, 지방의 남는 집이 서울의 모자라는 집을 대신해 주지 못한다. 보급률은 같은 생활권 안에서,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집을 기준으로 읽어야 한다. 실제 숫자는 7절에서 본다.

늦게 반응하는 공급이 만드는 파도

1절에서 한 단지의 일정을 봤다면, 이제 시장 전체가 같은 신호에 반응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본다.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간다. 수요가 갑자기 늘어 가격이 오른다. 건설사들이 오른 가격을 보고 착공을 늘린다. 몇 년 동안은 새 집이 나오지 않으니 가격은 계속 높다. 높은 가격을 보고 착공이 더 늘어난다. 그러다 몇 년 전 착공한 집이 한꺼번에 입주하면 공급이 수요를 넘어 가격이 내려간다. 가격이 내려가면 착공이 줄고, 몇 년 뒤에는 다시 공급이 모자라 가격이 오른다.

이런 움직임을 거미집 모형(Cobweb model)이라 한다. 1930년대 경제학자들이 농산물 가격을 설명하며 붙인 이름이다. 올해 돼지값이 오르면 농가가 새끼를 더 들이고, 1년쯤 뒤 출하가 몰려 돼지값이 떨어진다. 수요·공급 그래프 위에 가격과 물량의 움직임을 그리면 거미줄 모양이 된다(4절). 집은 돼지보다 시차가 훨씬 길어 파도도 길다.

$$x_t \;=\; s_t \;-\; k\cdot \bar{x}_{\,t-L}$$
\(x_t\) 지금 가격이 균형에서 벗어난 정도, \(s_t\) 수요 충격, \(L\) 착공에서 준공까지의 시차, \(\bar{x}_{t-L}\) \(L\)년 전(착공을 결정하던 무렵) 1년 평균 가격 편차, \(k\) 공급이 가격에 반응하는 세기를 수요의 기울기로 나눈 값. 이 책의 엔진 RE.cobweb이 분기마다 이 식을 돌린다.

식이 말하는 것은 단순하다. 지금 가격은 지금의 수요와 '몇 년 전 가격에 반응해 지은 집'이 정한다. 아래에서 2년 차에 수요가 15% 늘었을 때 가격(위)과 착공·준공(아래)이 30년 동안 어떻게 움직이는지 본다. 공급의 반응 세기 \(k\)와 시차 \(L\)을 바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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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 모형: 시차와 반응 세기

가격 최고 · 최저—
흔들림(후반 10년 ÷ 초반 10년)—
판정—
해볼 것: ① 기본값(k 0.8, 시차 3년)에서 가격은 수요 충격으로 15% 뛰었다가, 3년 뒤 준공이 몰리면서 내려가고, 몇 번 오르내리며 차츰 잦아든다. ② k를 1.0에 맞춘다. 파도가 줄지 않고 같은 폭으로 계속된다. ③ k를 1.2 넘게 올린다. 파도가 점점 커지고 1.5를 넘으면 가격이 바닥과 천장을 오가며 무너진다. 공급이 가격에 너무 민감하면 시장이 스스로 안정을 찾지 못한다. ④ k를 0.8에 두고 시차를 6년으로 늘린다. 파도의 주기가 길어지고 잦아드는 데도 오래 걸린다. (교육용 모형. 가격 편차는 균형 대비, 착공·준공은 정상 물량 대비 편차다. 금리·대출 규제·기대는 넣지 않았다.)

그래프에서 본 것을 정리한다. 공급의 시차는 그 자체로 가격의 오르내림을 만든다. 누가 실수하지 않아도, 모두가 합리적으로 지금 가격을 보고 결정해도 파도가 생긴다. 파도의 주기는 시차의 약 두 배다. 착공부터 준공까지 3년이면 6~7년 주기의 파도가 생긴다. 파도가 잦아드느냐 커지느냐는 공급이 가격에 얼마나 민감한지(\(k\))에 달렸다. \(k\)가 1보다 작으면 잦아들고, 1보다 크면 커진다.

현실의 파도는 왜 무너지지 않는가 모형에서 \(k > 1\)이면 진동이 끝없이 커지지만, 현실의 주택 시장이 그렇게 폭발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건설사는 지금 가격만 보지 않고 이미 착공된 물량과 분양 경쟁률을 보며 속도를 조절한다(기대가 '적응'한다). 땅과 인허가가 제한되어 착공이 무한히 늘 수 없다. 가격이 크게 내리면 미분양이 쌓여 착공이 멈추고, 정부가 공급 계획이나 대출 규제로 개입한다. 그래서 실제 시장의 \(k\)는 1 근처나 그 아래에서 움직인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다만 이 장치들도 늦게 작동해서, 파도는 줄어들 뿐 사라지지는 않는다. 기대와 심리가 이 파도를 어떻게 키우는지는 17장에서 다룬다.

거미집 그림: 공급이 민감할수록 무너진다

앞의 시계열을 수요·공급 그래프 위에 그리면 이름의 뜻이 보인다. 아래 그래프의 가로축은 물량, 세로축은 가격이다.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는 선이 수요 곡선(값이 쌀수록 더 사려 한다), 오른쪽 위로 올라가는 선이 공급 곡선(값이 비쌀수록 더 지으려 한다)이다. 두 선이 만나는 가운데 점이 균형이다.

수요 충격으로 가격이 균형보다 높아졌다고 하자. 건설사는 그 가격을 보고 공급 곡선을 따라 물량을 정한다(가로로 이동). 몇 년 뒤 그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가격은 수요 곡선을 따라 정해진다(세로로 이동). 이 두 걸음이 되풀이되며 거미줄이 그려진다. 공급 곡선 위의 손잡이를 끌어 기울기를 바꿔 본다. 공급 곡선이 눕을수록(가격에 민감할수록) 같은 가격 변화에 물량이 크게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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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이 감기느냐 풀리느냐

공급 곡선 위의 손잡이를 좌우로 끈다
공급 반응 ÷ 수요 반응(k)—
세 바퀴 뒤 가격 편차—
판정—
해볼 것: ① 기본값(k 0.6)에서 거미줄이 안쪽으로 감기며 균형점으로 들어간다. 처음 30%였던 가격 편차가 세 바퀴(공급 여섯 번) 뒤 1.4%로 줄어든다. ② 손잡이를 끌어 k를 1에 맞춘다. 거미줄이 같은 네모를 계속 돈다. ③ 손잡이를 오른쪽으로 끌어 k를 1.3 넘게 만든다. 거미줄이 바깥으로 풀리며 그래프 밖으로 튀어 나간다. 가격에 너무 민감한 공급은 균형을 찾아가지 못하고 시장을 무너뜨린다. (수요·공급 곡선이 직선이고, 건설사가 직전 가격만 보고 물량을 정한다는 가장 단순한 가정이다.)

이 그림에서 정책의 한 가지 함의가 나온다. 공급을 '빨리, 많이' 늘리려는 노력은 \(k\)를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시차를 줄이지 못한 채 반응만 키우면 파도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인허가와 공사 기간을 줄여 시차 자체를 줄이거나, 가격 신호와 상관없이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공급하면 파도가 작아진다. 공공이 계획적으로 공급하는 물량이 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원리가 정책 설계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15장에서 다시 본다.

입주 물량이 몰리면 전세가 먼저 흔들린다

새 아파트 수천 세대가 한꺼번에 입주하면 그 지역 매매가도 영향을 받지만, 더 먼저, 더 크게 흔들리는 것은 전세가다. 이유는 새 아파트를 산 사람들의 돈 사정에 있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입주 때 잔금을 내야 한다. 잔금은 보통 분양가의 60~70%다. 이 돈을 마련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모아 둔 돈으로 내거나, 대출을 받거나, 그 집을 전세로 내놓고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내는 것이다. 집이 두 채가 되는 사람, 아직 살던 집이 안 팔린 사람, 투자 목적으로 분양받은 사람은 세 번째 길을 택한다.

그 결과 입주 두세 달 전부터 같은 단지에서 전세 매물 수백, 수천 개가 동시에 쏟아진다. 모두 잔금일이라는 같은 마감에 쫓기므로 값을 낮춰서라도 세입자를 구한다. 이 시기를 업계에서는 입주장이라 부른다. 새 아파트가 싸게 나오니 주변 오래된 아파트의 세입자들이 옮겨 가고, 그 빈자리를 채우려는 주변 집주인들도 전세가를 낮춘다. 매매 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새 집 주인들은 당장 팔 이유가 없고, 매매가는 재고 전체가 정하므로 덜 움직인다. 아래 그림이 이 연쇄를 보여 준다.

신축 대단지 입주 잔금일이 같은 수천 세대 잔금을 보증금으로 마련 전세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신축 전세가 하락 마감에 쫓겨 값을 낮춘다 매매가는 덜 움직인다 당장 팔 이유가 적다 주변 아파트 전세가 하락 세입자가 새 집으로 옮긴다 재계약 때 역전세 집주인이 차액을 돌려준다 세입자 쪽에서는 같은 일이 '고를 집이 많아진 시장'이다 물량이 소화되면(대개 1~2년) 전세가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림 3. 입주 물량에서 역전세까지. 역전세(Reverse jeonse)는 재계약할 때 전세 시세가 2년 전 보증금보다 내려가서 집주인이 차액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집주인이 그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보증금 반환이 늦어진다. 전세의 구조와 역전세의 셈법은 5장에서 자세히 다룬다.

아래 그래프의 가로축은 오늘부터의 개월 수다. 빨간 세로선은 내 전세 계약의 만기(24개월 뒤)이고, 주황색 세로선은 근처 대단지의 입주 시점이다. 입주 시점 손잡이를 끌어 내 만기 앞뒤로 옮겨 본다. 입주 물량의 크기와 그중 전세로 나오는 비율도 바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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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장이 내 만기에 겹치면

아래의 주황 손잡이를 끌어 입주 시점을 옮긴다
내 만기 때 전세가—
보증금 4억이면 돌려줄 차액—
내 만기 때 매매가—
해볼 것: ① 기본값에서 입주는 내 만기 4개월 전(20개월 차)이다. 만기 때 전세가가 약 6% 낮아, 보증금 4억원이면 집주인이 약 2,300만원을 돌려줘야 하는 시세다. 매매가는 1.6%쯤 내린다. ② 입주 손잡이를 만기 1년 뒤로 끈다. 같은 물량인데 내 만기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 시점이 전부다. ③ 물량을 10%로, 전세 비율을 90%로 올린다. 전세가가 20% 넘게 무너진다. 보증금 4억원 기준 8,000만원이 넘는 차액을 집주인이 한 번에 마련해야 한다. (교육용 모형. 전세 매물은 입주 4개월 전부터 나오고, 새 가구와 이사 수요가 평균 9개월에 걸쳐 소화한다고 가정했다. 실제 지역의 전망이 아니다.)

같은 물량이라도 언제 오느냐에 따라 한 가구에게는 아무 일도 아니고, 다른 가구에게는 협상의 기회, 또 다른 가구에게는 큰 손실이 된다. 세입자 입장에서 입주장이 만기와 겹치면 같은 돈으로 더 좋은 집에 가거나, 지금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낮춰 달라고 협상할 힘이 생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같은 일이 역전세다. 특히 보증금을 받아 다른 곳에 써 버린 집주인은 차액을 마련하느라 대출을 받거나, 최악에는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한다. 세입자의 협상력이 집주인의 위험과 같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점, 그래서 세입자도 집주인이 차액을 마련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 이 그래프의 교훈이다.

입주장 상담에서 먼저 묻는 세 가지 입주장이 다가오면 중개사무소에는 양쪽 손님이 함께 온다. 잔금을 치러야 하는 새 아파트 주인과, 싸게 들어갈 집을 찾는 세입자다. 오래 일한 중개사는 세입자에게 세 가지를 먼저 묻는다. 첫째, 이 집 주인이 잔금을 무엇으로 치르는가. 세입자 보증금으로 잔금을 내고 동시에 은행 대출을 받는 집은 입주 직후 근저당이 설정될 수 있다. 계약서에 "잔금일 다음 날까지 담보권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넣고, 잔금일에 등기부를 다시 확인한다. 둘째, 소유권 보존 등기가 언제 나는가. 신축은 입주 시점에 아직 등기가 안 된 경우가 있어 누구와 계약하는지(분양 계약자 본인인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2년 뒤 이 단지의 재계약 시세가 어떨지다. 입주장 전세가는 바닥에 가까운 값이라 2년 뒤에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싸게 들어간 대신 다음 계약 때 큰 폭의 인상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말해 둔다. 중개보수는 입주장에서도 같은 요율이지만, 거래가 몰리는 시기라 서두르게 되는 것을 스스로 경계한다.
이 가격 변화는 어느 힘에서 왔는가: 공급인가 금리인가 전세가가 내렸다는 기사만으로는 원인을 알 수 없다. 두 힘은 흔적이 다르다. 공급(입주 물량)에서 온 하락은 지역이 좁고(입주 단지 주변 생활권),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먼저·더 크게 내리며, 물량이 소화되는 1~2년 뒤 회복하는 경향이 있다. 금리에서 온 변화는 전국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전세대출 이자가 오르면서 전세 수요가 월세로 옮겨 가 전세가와 매매가가 함께 눌린다(3장, 5장). 대출 규제는 매매 수요를 막아 매수 대기자가 전세에 머물게 하므로 오히려 전세가를 받치기도 한다(9장). 그러니 "전세가 하락 = 집값 하락의 신호"로 바로 읽지 말고, 그 지역 입주 물량 일정을 먼저 확인한다.

공급 대책은 왜 몇 년 늦게 오는가

집값이 오르면 정부는 공급 대책을 낸다. 대책은 대개 "몇 년까지 몇만 호"라는 목표로 발표된다. 그런데 발표 다음 해에 집값이 바로 내려가는 일은 드물다. 지금까지 본 시차가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책에 담긴 물량은 먼저 땅을 찾고 계획을 세워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착공 뒤 2~3년이 지나야 입주한다. 그 사이 일부 사업은 주민 반대, 공사비 상승, 사업성 부족으로 늦어지거나 무산된다.

아래는 가상의 공급 대책 100호(지수)가 해마다 얼마나 인허가·착공·입주로 바뀌는지 보여 주는 시간표다. 사업마다 속도가 달라 인허가 시점이 평균값 앞뒤로 퍼져 있다고 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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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대책 100호의 시간표

첫 입주—
절반 입주—
발표 10년 뒤 입주—
해볼 것: ① 기본값에서 첫 입주는 발표 뒤 약 5년(4.8년), 절반이 입주하는 것은 약 6년 뒤다. 발표 직후 몇 년 동안 시장에 늘어난 집은 0이다. ② 인허가 기간을 0.5년으로 줄인다. 입주 선 전체가 왼쪽으로 당겨진다. 인허가 간소화가 공급 대책에서 자주 나오는 이유다. ③ 무산·지연 비율을 50%로 올린다. 착공 선과 목표 100 사이의 틈이 벌어지고, 발표 10년 뒤에도 절반에 그친다. 인허가나 착공 '목표'와 실제 입주는 다르다. (교육용 모형. 사업 20개가 평균 인허가 시점의 0.4~1.6배 사이에 고르게 퍼져 있고, 인허가 9개월 뒤 착공한다고 가정했다. 늦어지거나 무산되는 사업은 10년 안에 입주하지 않는 것으로 단순화했다.)

시간표가 보여 주는 것은 공급 대책이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효과가 몇 년 뒤에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은 대책을 낳은 가격 상승이 이미 지나간 뒤일 수 있다. 1절의 건설사처럼 정부도 오를 때 결정하고 내릴 때 도착하는 공급의 어긋남을 겪는다. 그래서 공급 대책을 볼 때는 "몇만 호"라는 숫자보다 그 숫자가 인허가 기준인지 착공 기준인지, 언제 입주하는지, 어느 생활권에 들어서는지를 봐야 한다. 지금 집값이 공급 대책 발표 때문에 움직였다면, 그것은 실제 공급이 아니라 미래 공급에 대한 기대가 움직인 것이다. 기대는 실제 입주보다 훨씬 빨리, 그러나 훨씬 불안정하게 가격에 반영된다(17장).

실제 숫자와 확인하는 법

2026년 기준 공개된 가장 최근의 주택보급률은 국토교통부가 2026년 1월 공개한 2024년 값이다. 이 통계는 다가구주택을 구분 거주 단위로 나눠 세는 '신주택보급률' 기준이다.

지역2023년2024년읽는 법
전국102.5%102.9%숫자로는 집이 가구보다 많다
수도권97.2%97.3%가구보다 집이 적다
서울93.6%93.9%가구 약 415만 9,000, 주택 약 390만 7,000
지방107.7%108.4%집이 남는 곳이 많다(빈집 문제)

표에서 보듯 전국 숫자 하나로는 공급이 충분한지 알 수 없다. 서울은 가구보다 집이 약 25만 채 적고, 지방은 8% 넘게 남는다. 남는 집이 모자라는 곳으로 옮겨 갈 수 없다는 부동산의 첫 번째 성질(1장) 때문이다. 주택 수에는 빈집과 아주 낡은 집도 들어 있어,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싶어 하는 집의 부족은 이 숫자보다 클 수 있다.

공급 대책도 시차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2025년 9월 7일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2026~2030년 수도권에 135만 호(그중 서울 약 33만 4,000호)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으며, 실적을 인허가가 아니라 착공 기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인허가를 받고도 사업이 늦어지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이 장의 시간표로 보면 2026년에 착공한 집은 빨라야 2028~2029년에 입주한다. 이 목표가 얼마나 달성될지, 집값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이 책이 전망하지 않는다.

"공급이 많다는데 지금 사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손님이 가장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다. 태호 같은 중개사는 답을 하지 않고 숫자를 함께 본다. 먼저 손님이 관심 있는 단지에서 차로 20~30분 안의 생활권을 정하고, 그 안의 입주 예정 물량을 반기별로 적는다. 다음으로 그 생활권의 평소 입주 물량(지난 몇 년 평균)과 비교한다. 평소의 두세 배가 몰리는 반기가 있다면 그 앞뒤 1년은 전세가가 눌릴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그 물량이 손님의 계획과 어떻게 겹치는지 본다. 매수 후 전세를 놓을 계획이라면 입주장과 겹치는 것은 큰 위험이고, 실거주라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공급이 많으니 떨어진다"도 "공급이 끝나니 오른다"도 중개사가 장담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거래가 성사돼야 보수를 받는 입장에서는 후자를 말하고 싶은 유혹이 있다는 것도 스스로 안다.
계약 전에 직접 확인할 공급 일정
  • 입주 예정 물량: 생활권 안의 아파트 입주 예정 시기와 세대수. 청약홈의 분양 정보(분양 당시 입주 예정월이 적혀 있다)와 지자체의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공고, 한국부동산원·국토교통부의 주택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 내 만기와의 거리: 큰 입주가 내 만기 앞 6개월~뒤 1년 안에 있는가. 세입자라면 협상 근거가, 집주인이라면 역전세 대비 자금 계획이 필요하다.
  • 신축 전세 계약이라면: 소유권 보존 등기 여부, 집주인의 잔금 대출 계획, 잔금일 다음 날까지 근저당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특약. 등기부 읽는 법은 7장에서 다룬다.
  • 재건축 이주 일정: 근처에서 재건축 이주가 시작되면 반대로 전세 수요가 한꺼번에 늘어 전세가가 오를 수 있다.
제도와 수치는 해마다 바뀐다 주택보급률은 해마다 새로 집계되고, 공급 대책의 목표와 관리 기준(인허가·착공·준공)도 정부마다 바뀐다. 이 장의 통계는 2026년 기준 공개된 값(2024년 주택보급률, 2025년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이며, 그래프와 하늘네 노트의 입주 물량·전세가는 교육용 가상 데이터다. 특정 지역의 입주 물량이나 전세가 전망이 아니다. 실제 판단 전에는 국토교통부·한국부동산원의 최신 통계와 지자체 공고를 확인한다.

하늘네 집 노트

태호는 하늘네에게 B시 인근 생활권의 입주 예정 물량을 반기별로 정리해 보여 준다. 아래 막대가 그것이다(교육용 가상 데이터). 이 물량은 몇 년 전 집값이 크게 오른 1년 반 동안 착공이 몰렸고, 그 착공이 시차를 두고 입주로 돌아온다는 거미집 모형(RE.cobweb)으로 만들었다. 아래 그래프는 그 물량이 C아파트 84㎡ 전세가를 어떻게 움직일지 본 시나리오다. 막대를 위아래로 끌어 물량을 바꾸고, 시차와 생활권이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을 바꿔 본다.

SIMULATOR

B시 인근 입주 물량과 2027년 4월의 전세가

막대를 위아래로 끌어 반기별 입주 물량을 바꾼다
2027년 4월 전세가(84㎡)—
지금 보증금 4억과의 차이—
그때 전세가율—
전세가 바닥—
해볼 것: ① 기본값(시차 5.5년)에서 입주 물량은 2027년 하반기에 정점(약 4,150세대)을 찍는다. 만기인 2027년 4월에는 물량이 막 몰려오기 시작하는 때라 전세가는 약 3억 8,300만원, 지금 보증금보다 약 1,700만원 낮다. 바닥은 2028년 하반기 약 3억 3,800만원이다. ② 시차를 5년으로 당긴다. 정점이 2027년 상반기로 오면서 만기 전세가가 약 3억 7,600만원으로 내려간다. 4.5년까지 당기면 물량이 만기 전에 지나가기 시작해 바닥도 앞당겨진다. ③ 2027년 상반기 막대를 8,000세대까지 끌어 올린다. 만기 전세가가 크게 무너지고, 집주인은 수천만원의 역전세를 맞는다. ④ 소화 물량을 3,500세대로 올린다. 일자리가 늘어 새 가구가 많이 들어오는 생활권이라면 같은 물량도 충격이 작다. (교육용 가상 데이터와 모형이다. 생활권 아파트 재고 6만 세대, 전세 매물은 입주 반년 전부터 나온다고 보고, 소화 물량을 넘는 입주가 재고의 1%일 때 전세가가 분기에 1.5%, 매매가가 약 0.5% 움직인다고 가정했다. 실제 B시의 전망이 아니다.)
CASE 하늘네집 노트 · 4장

2027년 4월, 입주장이 다가오는 길목의 만기

태호가 정리한 B시 인근 입주 예정 물량(교육용 가상 데이터)은 2026년 상반기 약 1,100세대에서 2027년 상반기 약 3,450세대, 하반기 약 4,150세대로 늘었다가 2029년에 평소 수준(약 1,000세대)으로 돌아간다. 생활권이 반기에 1,500세대쯤 소화한다고 보면, 이 장의 모형으로 계산한 C아파트 84㎡ 전세가는 지금 4억원에서 하늘네 만기인 2027년 4월에 약 3억 8,300만원, 물량이 가장 많이 쌓이는 2028년 하반기에 약 3억 3,800만원까지 내려간다. 매매가는 같은 기간 훨씬 덜 움직여 만기 때 약 6억 1,100만원이고, 전세가율은 지금 약 65%에서 약 63%로 낮아진다.

하늘네 쪽에서 보면 이것은 협상력이다. 만기 무렵 주변에 새 아파트 전세가 쏟아지면 하늘네는 더 넓거나 새 집으로 옮길 선택지가 생기고, 지금 집에 머문다면 보증금을 시세에 맞춰 낮춰 달라고 말할 근거가 생긴다. 집주인 남궁현 쪽에서 보면 같은 일이 역전세다. 그는 이미 2025년 재계약 때 시세가 내려 보증금 일부를 돌려준 적이 있다. 시세대로 다시 계약한다면 2027년에도 약 1,700만원을, 물량이 더 일찍 몰리거나 소화가 느리면 그보다 큰 돈을 마련해야 한다. 태호는 덧붙인다. "이 숫자는 전망이 아니라 시나리오입니다. 물량 일정은 확인할 수 있지만, 그때 금리나 대출 규제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전세가가 내려가는 시장에서는 집주인이 차액을 마련할 수 있느냐도 세입자가 같이 따져야 할 문제입니다."

하늘은 한 가지를 더 알아챈다. 모형에서 전세가 바닥은 만기보다 1년 반쯤 뒤다. 지금 계약을 어떻게 이어 갈지(갱신청구권을 쓸지, 새 집으로 옮길지, 반전세로 바꿀지)에 따라 이 바닥을 만나는 시점이 달라진다. 그 선택지들을 숫자로 비교하는 것은 6장의 일이다.

이 장에서 정한 것B시 인근 입주 물량은 2027~2028년에 몰린다(교육용 가상 데이터). 모형상 만기 때 전세가는 약 3억 8,300만원으로 지금 보증금보다 약간 낮고, 바닥은 2028년 하반기다. 하늘네에게는 협상력, 남궁현에게는 역전세 위험이다.
아직 남은 문제집주인이 차액을 돌려줄 여력이 있는가? 집값이 내려가면 하늘네의 보증금 4억원은 얼마나 안전한가? 전세라는 계약은 애초에 왜 이런 구조인가?
다음 단계5장: 남궁현의 갭투자 셈법과 역전세, 집값이 내릴 때 하늘네 보증금의 회수율을 계산한다.

핵심 정리

  1. 아파트는 인허가 → 착공(분양) → 준공 → 입주까지 3~5년이 걸린다. 인허가·착공 숫자는 몇 년 뒤의 가능성이고, 그해 시장에 실제로 나오는 집은 입주 물량이다.
  2. 필요한 새 집은 가구 증가 + 멸실 + 빈집 여유분의 변화다. 인구가 아니라 가구가 집의 수요를 정하고, 재건축은 공사 기간 동안 오히려 집을 줄인다.
  3. 주택보급률(2024년 전국 102.9%, 수도권 97.3%, 서울 93.9%)은 총량 지표라 지역의 부족을 가린다. 남는 집은 모자라는 곳으로 옮겨 갈 수 없다.
  4. 공급이 몇 년 전 가격에 반응하면 아무도 실수하지 않아도 가격의 파도가 생긴다(거미집 모형). 파도의 주기는 시차의 약 두 배이고, 공급이 가격에 민감할수록(k > 1) 파도가 커져 시장이 무너진다.
  5. 입주 물량이 몰리면 잔금을 보증금으로 마련하려는 전세 매물이 쏟아져 그 지역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먼저, 더 크게 내린다. 같은 일이 세입자에게는 협상력, 집주인에게는 역전세가 된다.
  6. 공급 대책의 효과는 인허가·공사·무산의 시차를 거쳐 몇 년 뒤에 온다. 대책 발표에 가격이 바로 반응했다면 그것은 공급이 아니라 기대가 움직인 것이다.

확인 퀴즈

어느 도시의 가구가 한 해 2,000 늘고, 재건축으로 1,000채를 허물어 같은 해 1,500채를 새로 지었다. 그 밖의 준공은 2,000채다. 이 해 집과 가구의 차이는 어떻게 변했는가? (빈집 변화는 무시)

새로 생긴 집은 1,500 + 2,000 = 3,500채지만 멸실 1,000채를 빼면 실제로 늘어난 집은 2,500채다. 가구가 2,000 늘었으므로 집과 가구의 차이는 500채 늘었다. 재건축 1,500세대가 모두 '새 공급'은 아니라는 것이 요점이다.

거미집 모형에서 수요가 한 번 늘어난 뒤 가격의 오르내림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조건은?

한 바퀴마다 가격 편차가 −k배가 된다. k가 1보다 작으면 편차가 줄어 균형으로 돌아가고, 1보다 크면 편차가 커져 진동이 확대된다. 시차는 파도의 주기를, 충격의 크기는 처음 높이를 정할 뿐 확대 여부를 정하지 않는다.

근처 신축 대단지 입주를 앞두고 그 지역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먼저, 더 크게 내리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잔금일이라는 같은 마감을 앞둔 수많은 새 집 주인이 동시에 세입자를 구하므로 전세 매물이 몰리고 값이 내려간다. 매매가는 재고 전체가 정하고 새 집 주인이 당장 팔 이유가 적어 덜 움직인다. 물량이 소화되면 전세가는 대개 1~2년에 걸쳐 회복한다.

정부가 "5년간 착공 기준 ○○만 호"라는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이 시장에 실제 집을 늘리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착공 기준 목표라도 집이 시장에 나오는 것은 공사가 끝나 입주할 때다. 사업마다 인허가와 착공 시점이 달라 입주는 여러 해에 걸쳐 나뉘고, 늦어지거나 무산되는 사업도 있다. 발표 직후 가격이 움직였다면 실제 공급이 아니라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