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의 시차
하늘네가 사는 경기 B시 C아파트 앞 사거리에 현수막이 걸렸다. 옆 신도시에 "2027년 입주" 아파트 수천 세대가 들어선다는 광고다. 하늘은 묻는다. "집이 그렇게 많이 생기면 집값이 내려가는 거 아니야?" 재원은 다른 걸 묻는다. "몇 년 전에 집값이 그렇게 올랐는데, 그때는 왜 집이 안 늘었지?" 두 질문의 답은 같은 곳에 있다. 집은 값이 오른다고 바로 생기지 않는다. 땅을 고르고 허가를 받고 짓는 데 3~5년이 걸린다. 그래서 공급은 언제나 늦게 오고, 늦게 온 공급이 다음 가격을 만든다. 이 장은 그 시차가 만드는 파도를 직접 움직여 보고, 입주 물량이 몰릴 때 왜 전세가가 먼저 흔들리는지, 하늘네의 2027년 4월 만기에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계산한다.
- 인허가 → 착공 → 분양 → 준공 → 입주로 이어지는 공급 단계와 각 단계의 시차를 설명한다.
- 가구 수 증가와 멸실(사라지는 집)로 한 지역에 한 해 필요한 새 집의 수를 계산한다.
- 공급이 늦게 반응하면 가격이 오르내리는 파도가 생긴다는 것을 거미집 모형으로 보이고, 공급이 민감할수록 파도가 커지는 조건을 찾는다.
- 입주 물량이 몰릴 때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먼저, 더 크게 흔들리는 이유와 역전세로 이어지는 경로를 설명한다.
- 공급 대책의 효과가 몇 년 늦게 나타나는 이유를 시간표로 계산하고, 하늘네 만기 시점의 전세가 시나리오를 세운다.
집값이 오르면 왜 바로 집이 늘지 않을까
라면값이 오르면 공장은 다음 주에 더 만든다. 집은 그럴 수 없다. 아파트 한 단지가 생기려면 먼저 땅이 있어야 하고, 그 땅에 무엇을 얼마나 지을 수 있는지 정해져 있어야 하며,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아도 바로 짓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돈을 모으고, 분양 일정을 잡고, 공사를 시작하면 다시 2년 반에서 3년이 걸린다. 그 사이 집값은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 집을 짓기로 결정한 시점의 가격과 집이 시장에 나오는 시점의 가격이 다르다는 것, 이것이 이 장 전체의 출발점이다.
공급의 단계마다 이름이 있다. 지자체가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것을 인허가(Housing permit)라 하고, 실제로 땅을 파기 시작하는 것을 착공(Housing start)이라 한다. 아파트는 대개 착공 무렵에 집을 미리 파는 분양(Pre-sale)을 하고, 공사가 끝나 사용 승인을 받는 것을 준공(Completion), 사람이 실제로 들어가 사는 것을 입주(Move-in)라 한다. 뉴스에서 "공급이 늘었다"고 할 때는 이 중 어느 숫자를 말하는지 먼저 봐야 한다. 인허가가 늘어도 시장에 집이 늘어나는 것은 3~5년 뒤다.
아래 그래프의 위쪽 선은 가상의 지역 집값이 8년 주기로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아래쪽 띠는 한 건설사가 아파트 한 단지를 짓는 일정이다. 띠 위의 손잡이(착공 시점)를 끌어 언제 짓기 시작할지 정해 본다. 건설사는 보통 집값이 오르는 걸 보고 짓기로 결정한다. 그 결정이 시장에 도착하는 것은 몇 년 뒤다.
착공을 언제 하느냐, 입주는 언제 떨어지느냐
손잡이를 움직여 보면 건설사의 고민이 보인다. 지금 값이 오르니 짓고 싶지만, 그 집을 파는 것은 3년 뒤다. 그래서 분양을 착공 무렵에 미리 해서 위험을 줄인다. 분양이 잘되는 때는 대개 값이 오를 때이므로, 착공은 가격 상승기에 몰리고, 입주는 그로부터 2~3년 뒤에 몰린다. 한 건설사만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신호를 보고 같은 때 움직인다는 것이 문제다. 이 몰림이 3절의 파도를 만든다.
필요한 집은 몇 채인가: 가구와 멸실
공급이 많다, 적다를 말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집은 사람 수가 아니라 가구(Household) 수만큼 필요하다. 가구는 한집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사람들의 묶음으로, 혼자 사는 1인 가구도 한 가구다. 인구가 그대로여도 결혼·독립·이혼·사별로 가구가 쪼개지면 필요한 집이 늘어난다. 한편 오래된 집은 허물어지거나 다른 용도로 바뀌어 사라진다. 이것을 멸실(Demolition)이라 한다. 재건축 단지에서 1,000세대를 허물고 1,500세대를 지으면 새로 늘어난 집은 1,500세대가 아니라 500세대다.
집의 수와 가구 수를 나란히 놓은 비율을 주택보급률(Housing supply ratio)이라 한다. 주택 수 ÷ 가구 수 × 100으로, 100%면 가구마다 집이 한 채씩 있다는 뜻이다. 아래 그림은 이 비율을 두 개의 물통으로 본 것이다. 주택 물통에는 준공이 들어오고 멸실이 빠져나간다. 가구 물통에는 새 가구가 들어온다. 두 물통의 수위가 나란히 올라가야 보급률이 유지된다.
아래는 가구 20만, 주택 20만 4,000채(보급률 102%)인 가상의 도시다. 가구가 늘어나는 속도와 멸실 속도, 해마다 지어지는 집의 양을 바꿔 10년 뒤 보급률이 어떻게 되는지 본다.
가구와 멸실: 얼마나 지어야 제자리인가
이 계산에서 두 가지를 기억한다. 첫째, 필요한 공급은 '인구'가 아니라 '가구'와 '멸실'이 정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도 1인 가구가 늘면 한동안 집이 더 필요하다. 둘째, 보급률 100%가 '집이 충분하다'는 뜻은 아니다. 빈집과 낡은 집이 포함되어 있고, 지방의 남는 집이 서울의 모자라는 집을 대신해 주지 못한다. 보급률은 같은 생활권 안에서,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집을 기준으로 읽어야 한다. 실제 숫자는 7절에서 본다.
늦게 반응하는 공급이 만드는 파도
1절에서 한 단지의 일정을 봤다면, 이제 시장 전체가 같은 신호에 반응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본다.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간다. 수요가 갑자기 늘어 가격이 오른다. 건설사들이 오른 가격을 보고 착공을 늘린다. 몇 년 동안은 새 집이 나오지 않으니 가격은 계속 높다. 높은 가격을 보고 착공이 더 늘어난다. 그러다 몇 년 전 착공한 집이 한꺼번에 입주하면 공급이 수요를 넘어 가격이 내려간다. 가격이 내려가면 착공이 줄고, 몇 년 뒤에는 다시 공급이 모자라 가격이 오른다.
이런 움직임을 거미집 모형(Cobweb model)이라 한다. 1930년대 경제학자들이 농산물 가격을 설명하며 붙인 이름이다. 올해 돼지값이 오르면 농가가 새끼를 더 들이고, 1년쯤 뒤 출하가 몰려 돼지값이 떨어진다. 수요·공급 그래프 위에 가격과 물량의 움직임을 그리면 거미줄 모양이 된다(4절). 집은 돼지보다 시차가 훨씬 길어 파도도 길다.
RE.cobweb이 분기마다 이 식을 돌린다.식이 말하는 것은 단순하다. 지금 가격은 지금의 수요와 '몇 년 전 가격에 반응해 지은 집'이 정한다. 아래에서 2년 차에 수요가 15% 늘었을 때 가격(위)과 착공·준공(아래)이 30년 동안 어떻게 움직이는지 본다. 공급의 반응 세기 \(k\)와 시차 \(L\)을 바꿔 본다.
거미집 모형: 시차와 반응 세기
그래프에서 본 것을 정리한다. 공급의 시차는 그 자체로 가격의 오르내림을 만든다. 누가 실수하지 않아도, 모두가 합리적으로 지금 가격을 보고 결정해도 파도가 생긴다. 파도의 주기는 시차의 약 두 배다. 착공부터 준공까지 3년이면 6~7년 주기의 파도가 생긴다. 파도가 잦아드느냐 커지느냐는 공급이 가격에 얼마나 민감한지(\(k\))에 달렸다. \(k\)가 1보다 작으면 잦아들고, 1보다 크면 커진다.
거미집 그림: 공급이 민감할수록 무너진다
앞의 시계열을 수요·공급 그래프 위에 그리면 이름의 뜻이 보인다. 아래 그래프의 가로축은 물량, 세로축은 가격이다.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는 선이 수요 곡선(값이 쌀수록 더 사려 한다), 오른쪽 위로 올라가는 선이 공급 곡선(값이 비쌀수록 더 지으려 한다)이다. 두 선이 만나는 가운데 점이 균형이다.
수요 충격으로 가격이 균형보다 높아졌다고 하자. 건설사는 그 가격을 보고 공급 곡선을 따라 물량을 정한다(가로로 이동). 몇 년 뒤 그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가격은 수요 곡선을 따라 정해진다(세로로 이동). 이 두 걸음이 되풀이되며 거미줄이 그려진다. 공급 곡선 위의 손잡이를 끌어 기울기를 바꿔 본다. 공급 곡선이 눕을수록(가격에 민감할수록) 같은 가격 변화에 물량이 크게 반응한다.
거미줄이 감기느냐 풀리느냐
이 그림에서 정책의 한 가지 함의가 나온다. 공급을 '빨리, 많이' 늘리려는 노력은 \(k\)를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시차를 줄이지 못한 채 반응만 키우면 파도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인허가와 공사 기간을 줄여 시차 자체를 줄이거나, 가격 신호와 상관없이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공급하면 파도가 작아진다. 공공이 계획적으로 공급하는 물량이 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원리가 정책 설계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15장에서 다시 본다.
입주 물량이 몰리면 전세가 먼저 흔들린다
새 아파트 수천 세대가 한꺼번에 입주하면 그 지역 매매가도 영향을 받지만, 더 먼저, 더 크게 흔들리는 것은 전세가다. 이유는 새 아파트를 산 사람들의 돈 사정에 있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입주 때 잔금을 내야 한다. 잔금은 보통 분양가의 60~70%다. 이 돈을 마련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모아 둔 돈으로 내거나, 대출을 받거나, 그 집을 전세로 내놓고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내는 것이다. 집이 두 채가 되는 사람, 아직 살던 집이 안 팔린 사람, 투자 목적으로 분양받은 사람은 세 번째 길을 택한다.
그 결과 입주 두세 달 전부터 같은 단지에서 전세 매물 수백, 수천 개가 동시에 쏟아진다. 모두 잔금일이라는 같은 마감에 쫓기므로 값을 낮춰서라도 세입자를 구한다. 이 시기를 업계에서는 입주장이라 부른다. 새 아파트가 싸게 나오니 주변 오래된 아파트의 세입자들이 옮겨 가고, 그 빈자리를 채우려는 주변 집주인들도 전세가를 낮춘다. 매매 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새 집 주인들은 당장 팔 이유가 없고, 매매가는 재고 전체가 정하므로 덜 움직인다. 아래 그림이 이 연쇄를 보여 준다.
아래 그래프의 가로축은 오늘부터의 개월 수다. 빨간 세로선은 내 전세 계약의 만기(24개월 뒤)이고, 주황색 세로선은 근처 대단지의 입주 시점이다. 입주 시점 손잡이를 끌어 내 만기 앞뒤로 옮겨 본다. 입주 물량의 크기와 그중 전세로 나오는 비율도 바꿔 본다.
입주장이 내 만기에 겹치면
같은 물량이라도 언제 오느냐에 따라 한 가구에게는 아무 일도 아니고, 다른 가구에게는 협상의 기회, 또 다른 가구에게는 큰 손실이 된다. 세입자 입장에서 입주장이 만기와 겹치면 같은 돈으로 더 좋은 집에 가거나, 지금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낮춰 달라고 협상할 힘이 생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같은 일이 역전세다. 특히 보증금을 받아 다른 곳에 써 버린 집주인은 차액을 마련하느라 대출을 받거나, 최악에는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한다. 세입자의 협상력이 집주인의 위험과 같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점, 그래서 세입자도 집주인이 차액을 마련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 이 그래프의 교훈이다.
공급 대책은 왜 몇 년 늦게 오는가
집값이 오르면 정부는 공급 대책을 낸다. 대책은 대개 "몇 년까지 몇만 호"라는 목표로 발표된다. 그런데 발표 다음 해에 집값이 바로 내려가는 일은 드물다. 지금까지 본 시차가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책에 담긴 물량은 먼저 땅을 찾고 계획을 세워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착공 뒤 2~3년이 지나야 입주한다. 그 사이 일부 사업은 주민 반대, 공사비 상승, 사업성 부족으로 늦어지거나 무산된다.
아래는 가상의 공급 대책 100호(지수)가 해마다 얼마나 인허가·착공·입주로 바뀌는지 보여 주는 시간표다. 사업마다 속도가 달라 인허가 시점이 평균값 앞뒤로 퍼져 있다고 가정했다.
공급 대책 100호의 시간표
시간표가 보여 주는 것은 공급 대책이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효과가 몇 년 뒤에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은 대책을 낳은 가격 상승이 이미 지나간 뒤일 수 있다. 1절의 건설사처럼 정부도 오를 때 결정하고 내릴 때 도착하는 공급의 어긋남을 겪는다. 그래서 공급 대책을 볼 때는 "몇만 호"라는 숫자보다 그 숫자가 인허가 기준인지 착공 기준인지, 언제 입주하는지, 어느 생활권에 들어서는지를 봐야 한다. 지금 집값이 공급 대책 발표 때문에 움직였다면, 그것은 실제 공급이 아니라 미래 공급에 대한 기대가 움직인 것이다. 기대는 실제 입주보다 훨씬 빨리, 그러나 훨씬 불안정하게 가격에 반영된다(17장).
실제 숫자와 확인하는 법
2026년 기준 공개된 가장 최근의 주택보급률은 국토교통부가 2026년 1월 공개한 2024년 값이다. 이 통계는 다가구주택을 구분 거주 단위로 나눠 세는 '신주택보급률' 기준이다.
| 지역 | 2023년 | 2024년 | 읽는 법 |
|---|---|---|---|
| 전국 | 102.5% | 102.9% | 숫자로는 집이 가구보다 많다 |
| 수도권 | 97.2% | 97.3% | 가구보다 집이 적다 |
| 서울 | 93.6% | 93.9% | 가구 약 415만 9,000, 주택 약 390만 7,000 |
| 지방 | 107.7% | 108.4% | 집이 남는 곳이 많다(빈집 문제) |
표에서 보듯 전국 숫자 하나로는 공급이 충분한지 알 수 없다. 서울은 가구보다 집이 약 25만 채 적고, 지방은 8% 넘게 남는다. 남는 집이 모자라는 곳으로 옮겨 갈 수 없다는 부동산의 첫 번째 성질(1장) 때문이다. 주택 수에는 빈집과 아주 낡은 집도 들어 있어,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싶어 하는 집의 부족은 이 숫자보다 클 수 있다.
공급 대책도 시차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2025년 9월 7일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2026~2030년 수도권에 135만 호(그중 서울 약 33만 4,000호)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으며, 실적을 인허가가 아니라 착공 기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인허가를 받고도 사업이 늦어지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이 장의 시간표로 보면 2026년에 착공한 집은 빨라야 2028~2029년에 입주한다. 이 목표가 얼마나 달성될지, 집값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이 책이 전망하지 않는다.
- 입주 예정 물량: 생활권 안의 아파트 입주 예정 시기와 세대수. 청약홈의 분양 정보(분양 당시 입주 예정월이 적혀 있다)와 지자체의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공고, 한국부동산원·국토교통부의 주택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 내 만기와의 거리: 큰 입주가 내 만기 앞 6개월~뒤 1년 안에 있는가. 세입자라면 협상 근거가, 집주인이라면 역전세 대비 자금 계획이 필요하다.
- 신축 전세 계약이라면: 소유권 보존 등기 여부, 집주인의 잔금 대출 계획, 잔금일 다음 날까지 근저당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특약. 등기부 읽는 법은 7장에서 다룬다.
- 재건축 이주 일정: 근처에서 재건축 이주가 시작되면 반대로 전세 수요가 한꺼번에 늘어 전세가가 오를 수 있다.
하늘네 집 노트
태호는 하늘네에게 B시 인근 생활권의 입주 예정 물량을 반기별로 정리해 보여 준다. 아래 막대가 그것이다(교육용 가상 데이터). 이 물량은 몇 년 전 집값이 크게 오른 1년 반 동안 착공이 몰렸고, 그 착공이 시차를 두고 입주로 돌아온다는 거미집 모형(RE.cobweb)으로 만들었다. 아래 그래프는 그 물량이 C아파트 84㎡ 전세가를 어떻게 움직일지 본 시나리오다. 막대를 위아래로 끌어 물량을 바꾸고, 시차와 생활권이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을 바꿔 본다.
B시 인근 입주 물량과 2027년 4월의 전세가
2027년 4월, 입주장이 다가오는 길목의 만기
태호가 정리한 B시 인근 입주 예정 물량(교육용 가상 데이터)은 2026년 상반기 약 1,100세대에서 2027년 상반기 약 3,450세대, 하반기 약 4,150세대로 늘었다가 2029년에 평소 수준(약 1,000세대)으로 돌아간다. 생활권이 반기에 1,500세대쯤 소화한다고 보면, 이 장의 모형으로 계산한 C아파트 84㎡ 전세가는 지금 4억원에서 하늘네 만기인 2027년 4월에 약 3억 8,300만원, 물량이 가장 많이 쌓이는 2028년 하반기에 약 3억 3,800만원까지 내려간다. 매매가는 같은 기간 훨씬 덜 움직여 만기 때 약 6억 1,100만원이고, 전세가율은 지금 약 65%에서 약 63%로 낮아진다.
하늘네 쪽에서 보면 이것은 협상력이다. 만기 무렵 주변에 새 아파트 전세가 쏟아지면 하늘네는 더 넓거나 새 집으로 옮길 선택지가 생기고, 지금 집에 머문다면 보증금을 시세에 맞춰 낮춰 달라고 말할 근거가 생긴다. 집주인 남궁현 쪽에서 보면 같은 일이 역전세다. 그는 이미 2025년 재계약 때 시세가 내려 보증금 일부를 돌려준 적이 있다. 시세대로 다시 계약한다면 2027년에도 약 1,700만원을, 물량이 더 일찍 몰리거나 소화가 느리면 그보다 큰 돈을 마련해야 한다. 태호는 덧붙인다. "이 숫자는 전망이 아니라 시나리오입니다. 물량 일정은 확인할 수 있지만, 그때 금리나 대출 규제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전세가가 내려가는 시장에서는 집주인이 차액을 마련할 수 있느냐도 세입자가 같이 따져야 할 문제입니다."
하늘은 한 가지를 더 알아챈다. 모형에서 전세가 바닥은 만기보다 1년 반쯤 뒤다. 지금 계약을 어떻게 이어 갈지(갱신청구권을 쓸지, 새 집으로 옮길지, 반전세로 바꿀지)에 따라 이 바닥을 만나는 시점이 달라진다. 그 선택지들을 숫자로 비교하는 것은 6장의 일이다.
핵심 정리
- 아파트는 인허가 → 착공(분양) → 준공 → 입주까지 3~5년이 걸린다. 인허가·착공 숫자는 몇 년 뒤의 가능성이고, 그해 시장에 실제로 나오는 집은 입주 물량이다.
- 필요한 새 집은 가구 증가 + 멸실 + 빈집 여유분의 변화다. 인구가 아니라 가구가 집의 수요를 정하고, 재건축은 공사 기간 동안 오히려 집을 줄인다.
- 주택보급률(2024년 전국 102.9%, 수도권 97.3%, 서울 93.9%)은 총량 지표라 지역의 부족을 가린다. 남는 집은 모자라는 곳으로 옮겨 갈 수 없다.
- 공급이 몇 년 전 가격에 반응하면 아무도 실수하지 않아도 가격의 파도가 생긴다(거미집 모형). 파도의 주기는 시차의 약 두 배이고, 공급이 가격에 민감할수록(k > 1) 파도가 커져 시장이 무너진다.
- 입주 물량이 몰리면 잔금을 보증금으로 마련하려는 전세 매물이 쏟아져 그 지역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먼저, 더 크게 내린다. 같은 일이 세입자에게는 협상력, 집주인에게는 역전세가 된다.
- 공급 대책의 효과는 인허가·공사·무산의 시차를 거쳐 몇 년 뒤에 온다. 대책 발표에 가격이 바로 반응했다면 그것은 공급이 아니라 기대가 움직인 것이다.
확인 퀴즈
어느 도시의 가구가 한 해 2,000 늘고, 재건축으로 1,000채를 허물어 같은 해 1,500채를 새로 지었다. 그 밖의 준공은 2,000채다. 이 해 집과 가구의 차이는 어떻게 변했는가? (빈집 변화는 무시)
거미집 모형에서 수요가 한 번 늘어난 뒤 가격의 오르내림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조건은?
근처 신축 대단지 입주를 앞두고 그 지역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먼저, 더 크게 내리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정부가 "5년간 착공 기준 ○○만 호"라는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이 시장에 실제 집을 늘리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