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통계 읽기
10월 초 어느 아침, 하늘의 휴대폰에 기사 두 개가 연달아 뜬다. 하나는 "B시 아파트값 반등… 평균 실거래가 한 달 새 두 자릿수 상승"이고, 다른 하나는 "경기 아파트값 보합세 이어져"다. 같은 주에 같은 지역을 다룬 기사인데 하나는 오른다고 하고 하나는 그대로라고 한다. 저녁에는 태호가 C아파트의 최근 실거래 목록과 지금 나와 있는 매물의 호가를 보여 준다. 실거래는 6억원 언저리인데 호가는 6억 5,000만원이 넘는다. 어느 숫자가 '진짜 집값'인가. 답은 "모두 진짜지만 서로 다른 것을 잰다"이다. 이 장은 집값 숫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뜯어 보고, 기사 제목의 숫자를 직접 다시 계산해 본다.
- 실거래가와 호가가 무엇을 재는지 구분하고, 둘 사이의 간격이 시장 분위기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설명한다.
- 신고 기한 30일과 거래 해제 신고 때문에 가장 최근 통계가 나중에 바뀌는 이유를 안다.
-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월간 가격동향조사,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 민간 시세 지수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해한다.
- 같은 거래 자료로 표본 조사형·반복매매·헤도닉 지수를 만들어 차이를 비교한다.
- 평균과 중위, 구성 효과, 적은 거래량, 전월 대비와 전년 대비, 누적 상승률의 함정을 계산으로 확인한다.
- "집값 반등" 같은 기사 제목을 거래량과 중위값으로 다시 계산한다.
같은 주, 다른 숫자
주식은 거래소가 매 순간 가격을 하나씩 찍어 준다. 집에는 그런 숫자가 없다. 1장에서 본 것처럼 똑같은 집은 없고, 한 단지에서 한 달에 몇 건 거래되지 않으며, 거래 하나하나의 조건(층, 향, 수리 상태, 급매 여부)이 다르다. 그래서 '집값'이라는 숫자는 누군가가 정한 방법으로 만들어 낸 숫자다. 방법이 다르면 숫자가 다르다.
집값을 말하는 숫자는 크게 네 종류다. 집주인이 내놓은 값(호가(Asking price)), 실제로 계약하고 신고한 값(실거래가(Transaction price)), 조사원이나 시세 정보로 매긴 '지금 팔면 받을 만한 값'(시세(Appraised market value)), 그리고 이것들을 모아 시점 사이의 변화를 한 줄로 만든 가격지수(Price index)다. 가격지수는 기준 시점을 100으로 두고 그 뒤의 값을 상대적으로 나타낸 수다.
이 네 숫자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호가는 "파는 사람이 얼마를 바라는가", 실거래가는 "실제로 얼마에 팔렸는가", 시세는 "지금 팔면 얼마쯤 받겠는가", 지수는 "같은 집의 값이 얼마나 변했는가"에 답한다. 기사 두 개가 다른 말을 하는 것은 대개 둘 중 하나가 틀려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 숫자를 같은 '집값'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이 장은 하나씩 떼어 본다.
실거래가와 호가: 바라는 값과 팔린 값
호가는 파는 사람의 희망이다. 중개사무소 유리창이나 매물 앱에 올라온 숫자는 "이 값 이상이면 팔겠다"가 아니라 "이 값이면 좋겠다"에 가깝다. 실제 계약은 대개 호가보다 조금 낮은 곳에서 이루어진다. 집주인마다 마음속에 "여기까지는 깎아 줄 수 있다"는 선이 있고, 사려는 사람에게는 "여기까지는 낼 수 있다"는 선이 있다. 두 선이 겹칠 때만 거래가 일어난다.
그래서 실거래가는 모든 매물의 값이 아니라 팔린 매물의 값이다. 호가가 높은 매물은 팔리지 않고 남아 있고, 팔리는 것은 대개 호가가 낮은 쪽이다. 아래는 C아파트 84㎡에 나와 있는 매물 열두 개의 호가(왼쪽)와 그중 실제로 팔린 값(오른쪽)이다. 가로선은 사려는 사람들이 낼 수 있는 최고 가격이다. 이 선을 위아래로 끌어 본다.
호가와 실거래가 사이
호가와 실거래가의 간격은 그 자체로 정보다. 간격이 좁고 거래가 많으면 사려는 사람이 파는 사람을 따라가고 있다는 뜻이고, 간격이 넓고 거래가 적으면 양쪽이 서로 다른 값을 보고 버티고 있다는 뜻이다. 하락기 초입에는 흔히 거래가 먼저 줄고 실거래가는 나중에 내려온다. 집주인들은 호가를 바로 내리지 않고, 급하게 팔아야 하는 사람의 거래 몇 건이 먼저 낮은 값에 찍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승기에는 호가가 먼저 뛰고 실거래가 따라간다.
이때 조심할 것이 하나 있다. 거래가 적은 시기의 실거래가는 '팔린 몇 건'의 값일 뿐이다. 그 몇 건이 급매였는지, 로열층이었는지에 따라 단지의 실거래가가 크게 오르내린다. 이 문제는 아래 평균과 중위, 구성 효과에서 다시 본다.
신고 기한 30일: 최근 통계는 아직 덜 왔다
한국에서 집을 사고팔면 계약일로부터 30일 안에 실거래 신고를 해야 한다(「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2020년 2월 21일 계약분부터 60일에서 30일로 단축). 중개사를 거쳤으면 중개사가, 직거래면 거래 당사자가 신고한다. 신고된 거래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올라간다. 신고한 계약이 나중에 해제되거나 무효·취소되면, 그 사실도 확정된 날부터 30일 안에 신고해야 한다. 2026년 기준으로도 이 틀이 이어지고 있다.
이 30일이 통계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9월 30일에 계약한 거래는 10월 30일까지 신고하면 된다. 그러니 10월 초에 '9월 거래량'을 세면, 9월 말에 계약한 거래의 상당수가 아직 집계에 없다. 가장 최근 달의 거래량이 늘 적어 보이고, 한 달쯤 지나면 슬그머니 늘어난다.
아래는 B시의 가상 월별 아파트 거래량이다. 빈 막대는 신고가 다 끝난 뒤의 최종 거래량, 채운 막대는 '오늘' 시점까지 신고된 건수, 빨간 부분은 나중에 해제될 거래다. 시간 축의 '오늘' 손잡이를 끌고, 사람들이 계약 뒤 평균 며칠 만에 신고하는지를 바꿔 본다.
오늘 보이는 거래량, 나중에 확정될 거래량
신고 기한 착시는 거래량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지만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먼저 신고되는 거래가 그 달 전체를 대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개사가 바로 신고하는 일반 거래와 계약 뒤 조건을 조율하느라 늦게 신고되는 거래가 섞여 있고, 몇 건 안 되는 초기 자료로 계산한 '이번 달 평균가'는 한 달 뒤에 꽤 달라진다. 그래서 공공 통계 가운데 실거래 자료로 만드는 지수는 신고가 충분히 쌓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몇 주에서 한두 달 늦게 나오고, 처음 나온 값을 뒤에 고치기도 한다.
거래 해제는 또 다른 문제다. 높은 값에 계약을 신고해 '신고가'를 만든 뒤 나중에 해제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띄우는 의심 사례가 문제가 되면서, 정부는 해제 신고 의무와 등기 정보 공개로 이를 걸러 내려 하고 있다. 해제 자체는 대출이 안 나오거나 사정이 바뀌는 등 정상적인 이유로도 생기므로, 해제가 곧 조작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숫자를 읽는 사람은 "이 거래가 끝까지 갔는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 전용면적과 타입: '84㎡'라도 공급면적이 다르거나 구조가 다른 타입이 있다. 전용면적 소수점까지 같은 거래끼리 비교한다.
- 층: 1~2층과 로열층은 같은 단지에서도 값 차이가 크다.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층을 함께 본다.
- 해제 여부와 등기일: 해제된 거래는 표시가 붙는다. 아파트 거래는 등기일이 함께 공개되므로, 계약 뒤 몇 달이 지났는데 등기 표시가 없는 고가 거래는 한 번 더 확인한다.
- 거래 유형: 중개거래인지 직거래인지. 가족 간 직거래는 시세와 다른 값일 수 있다.
- 계약일: 신고일이 아니라 계약일 기준으로 월을 나눈다. 최근 한 달은 아직 신고가 다 들어오지 않았다.
가격지수의 종류: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재나
실거래 목록은 한 단지를 볼 때는 쓸모가 있지만, "B시 집값이 올랐나"처럼 지역 전체를 물으면 감당이 안 된다. 그래서 여러 기관이 가격지수를 낸다. 한국에서 자주 인용되는 지수는 크게 세 갈래다.
-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주간·월간): 국가승인통계다. 미리 골라 둔 표본 주택의 가격을 조사원이 실거래 사례와 시세 정보를 바탕으로 매기고, 그 변동률을 모아 지수를 만든다. 주간 아파트 통계는 매주, 월간 통계는 다음 달 중순 무렵 나온다. 표본은 2020년 말 개선 방안에서 크게 늘리기로 해 주간 아파트 표본을 약 9,400가구에서 약 3만 2,000가구로 늘리는 계획이 발표되었다(이후 표본 수는 확인 필요).
-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 신고된 실거래 자료로 만든다. 같은 집이 두 번 거래된 짝을 모아 가격 변화를 재는 반복매매 지수(Repeat-sales index) 방식이다. 조사원의 판단이 들어가지 않는 대신 신고가 쌓일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늦게 나온다.
- 민간 시세 지수: 은행·정보업체 등 민간이 회원 중개사무소에서 받은 시세 정보나 자체 조사로 만드는 지수다. 기관마다 표본과 조사 방법이 다르고, 공공 통계와 같은 시기에 다른 숫자가 나오는 일이 잦다.
어느 지수가 '맞는가'를 묻기보다, 각 지수가 무엇을 재는지를 알고 같이 보는 것이 낫다. 조사 지수가 아직 보합인데 실거래가격지수가 오르기 시작했다면, 거래된 집들이 먼저 움직였고 조사 가격이 따라오고 있는 중일 수 있다. 반대로 민간 시세 지수만 크게 오른다면, 호가가 먼저 뛰고 거래가 따라오지 않는 중일 수 있다. 지수가 무엇을 재는지 알면 '엇갈린 숫자'가 오히려 시장의 상태를 알려 준다.
지수는 어떻게 만드나: 같은 거래, 세 가지 지수
가격지수를 만드는 사람이 풀어야 할 문제는 하나다. 이번 달에 팔린 집과 지난달에 팔린 집이 다르다. 이번 달에 신축 대형 평형이 많이 팔렸다면 평균 거래가는 오르지만, 그건 집값이 오른 게 아니라 '팔린 집'이 바뀐 것이다. 같은 집의 값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재려면 이 차이를 걷어 내야 한다. 방법은 세 가지다.
- 표본 조사: 처음부터 같은 집들(표본)을 정해 두고, 그 집들의 값을 매번 다시 매긴다. 집이 바뀌지 않으니 구성 문제가 없다. 대신 거래가 없는 집의 값을 사람이 매겨야 하므로, 조사자가 지난 값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경향이 지수를 부드럽게 만든다.
- 반복매매: 같은 집이 두 번 팔린 경우만 쓴다. 같은 집이니 면적·층·입지가 같고, 두 가격의 비율이 그 사이 시장의 변화다. 여러 짝을 모아 시점별 변화를 한꺼번에 푼다.
- 헤도닉: 모든 거래를 쓰되, 가격을 면적·건물 나이·입지 같은 속성으로 설명하고 남은 부분을 시점의 효과로 본다. 2장의 헤도닉 가격 모형에 '몇 월에 팔렸나'를 속성으로 하나 더 넣은 것이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가상의 도시에 집 300채를 두고, 굵은 점선으로 그린 '진짜 시장'의 변화에 따라 매달 몇 채씩 거래를 만든다. 그 같은 거래 자료로 단순 평균가, 표본 조사형, 반복매매, 헤도닉 지수 네 개를 계산한다. 진짜 시장 곡선의 손잡이를 끌어 모양을 바꾸고, 한 달 거래 건수를 줄여 본다.
같은 거래로 만든 네 개의 지수
네 선이 같은 거래에서 나왔는데 모양이 다르다. 단순 평균가는 팔린 집의 구성에 휘둘리고, 표본 조사형은 부드럽지만 늦게 꺾이며, 반복매매는 거래가 적으면 흔들리고, 헤도닉은 모형에 넣은 속성이 정확할 때만 정확하다. 현실에서 '지수 A는 0.1% 내렸는데 지수 B는 0.5% 올랐다'는 일이 생기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여기 있다. 어느 쪽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재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평균과 중위의 함정
지수가 아니라 '평균 거래가'나 '중위 거래가'를 쓰는 기사도 많다. 평균(Mean)은 모두 더해서 건수로 나눈 값이고, 중위값(Median)은 줄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값이다. 둘은 거래가 고르게 퍼져 있으면 비슷하지만, 아주 비싼 거래 몇 건이 섞이면 크게 벌어진다. 평균은 끝에 있는 값에 끌려가고, 중위값은 끝에 무엇이 있든 가운데만 본다.
아래는 어느 달 B시의 아파트 거래를 가격 순으로 늘어놓은 것이다. 위쪽 선반에 있는 고가 거래 세 건을 끌어 거래 줄에 넣어 본다. 한 건을 30억원 쪽으로 끌고 가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도 본다.
고가 거래 한 건이 평균을 끈다
실제 숫자로 보면 차이가 꽤 크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동향에서 2026년 8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6억 739만원, 중위 매매가격은 12억 9,167만원이다. 평균이 중위보다 3억원 넘게(약 24%) 높다. 2026년에 84㎡가 40억원대에 거래된 서울 강남권 같은 비싼 아파트들이 오른쪽 끝에서 평균을 끌어올린다. 같은 달 한강 이남 11개구의 중위는 16억 3,167만원, 강북 14개구의 중위는 10억 167만원으로, 한 도시 안에서도 가운데 값이 6억원 넘게 벌어진다. "서울 아파트 평균 16억"이라는 제목을 "보통 서울 아파트는 16억"으로 읽으면 틀린다. 보통 집에 가까운 숫자는 중위 12억원대다.
평균끼리도 숫자가 다르다. 서울시가 신고된 실거래로 집계한 2026년 6월 계약분 서울 아파트의 평균 거래가격은 12억 1,820만원으로, KB 평균보다 4억원 가까이 낮다. 어느 한쪽이 틀린 것이 아니라 재는 대상이 다르다. KB의 평균은 미리 정해 둔 표본 아파트에 시세(중개사무소에서 받은 시세 정보와 조사로 매긴 값)를 매겨 평균한 값이라, 그달 팔리지 않은 비싼 아파트도 들어간다. 실거래 평균은 그달 실제로 계약·신고된 집만의 평균이라, 어떤 집이 많이 팔렸느냐(다음 절의 구성 효과)에 따라 달라진다. 2026년 상반기 서울 거래가 15억원 이하 아파트에 몰렸다는 보도처럼, 대출 한도가 작은 고가 아파트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적으면 실거래 평균은 시세 평균보다 낮게 나올 수 있다. 시점도 6월과 8월로 두 달 차이가 있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을 때는 '무엇의 평균인가'와 '언제의 숫자인가'를 먼저 맞춘다.
평균은 모든 거래의 돈을 다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어서, 지역에서 오간 돈의 총량을 볼 때는 맞는 숫자다. 하지만 "보통 집이 얼마인가"를 물을 때는 중위값이 낫다. 중위값도 만능은 아니다. 거래가 적으면 중위값도 '가운데 한두 건'에 좌우되고, 비싼 동네 거래가 많아지면 가운데 자리 자체가 옮겨 간다. 그 이야기가 다음 절이다.
구성 효과와 거래량: 집값은 그대로인데 평균이 오른다
어떤 달에 비싼 동네의 거래가 많고 싼 동네의 거래가 적으면, 어느 집의 값도 변하지 않았는데 지역 평균은 오른다. 이것을 구성 효과(Composition effect)라 한다. 거꾸로 각 동네의 집값이 모두 내렸는데 평균은 오르는 일도 생긴다. 통계학에서는 부분과 전체의 방향이 뒤집히는 이런 현상을 심슨의 역설(Simpson's paradox)이라 부른다.
아래에서 B시를 두 동네로 나눈다. 역 근처 신축 단지가 모인 비싼 동네(84㎡ 약 8억 5,000만원)와 2000년대 구축이 모인 싼 동네(약 4억 5,000만원)다. 지난달에는 거래의 30%가 비싼 동네였다. 이번 달 비싼 동네 비중과 두 동네의 실제 가격 변화를 움직여 본다.
어느 동네가 많이 팔렸나
구성 효과는 거래량이 적을 때 특히 커진다. 한 달에 거래가 400건인 도시에서 신축 단지 거래 10건은 평균을 조금 움직이지만, 거래가 40건으로 줄어든 달에는 같은 10건이 평균을 크게 움직인다. 거래 절벽이 온 시기에 "평균 거래가 급등" 기사가 나오는 일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집값을 이야기하는 숫자를 볼 때는 늘 거래량을 같이 본다. 거래가 적은 달의 가격 숫자는 그 달에 우연히 팔린 몇 채의 이야기일 수 있다.
이 장에서 다루는 숫자의 변화는 이 책이 장마다 묻는 질문, 곧 "이 가격 변화는 어느 힘에서 왔는가"(입지, 금리, 공급, 대출 규제, 기대)를 묻기 전에 한 단계를 더 요구한다. 그 숫자가 정말 가격의 변화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다. 평균 거래가 10% 상승의 상당 부분이 구성 효과라면, 그것은 다섯 힘 어느 것에서도 오지 않았다. 팔린 집이 바뀌었을 뿐이다. 반대로 같은 단지·같은 평형의 거래가 연속으로 오르고 거래량도 늘었다면, 그다음에 금리가 내렸는지, 대출 규제가 바뀌었는지, 입주 물량이 줄었는지를 물을 차례다(3장, 4장, 15장).
전월 대비, 전년 대비, 누적 상승률
지수가 정해졌어도 '얼마나 올랐나'를 말하는 방법이 여럿이다. 전월 대비는 지난달보다 몇 % 변했는가, 전년 동월 대비(Year-over-year)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몇 % 변했는가다. 주간 통계는 '전주 대비'를 쓴다. 전월 대비는 빠르게 방향을 알려 주지만 잡음이 크고, 전년 대비는 안정적이지만 꺾임을 몇 달 늦게 보여 준다.
여러 기간의 변화를 이어 붙일 때는 더하지 않고 곱한다. 10% 오르고 10% 내리면 제자리가 아니라 1% 손해다(1.1 × 0.9 = 0.99). 매주 0.1%씩 오른 1년은 5.2%가 아니라 약 5.3%다. 작은 차이 같지만 하락 뒤 회복을 말할 때는 커진다. 30% 내린 집값이 원래 값으로 돌아가려면 30%가 아니라 약 43%가 올라야 한다.
아래 그래프는 가상의 지역 아파트 가격지수 3년치다. 아래쪽 두 손잡이를 끌어 시작 달과 끝 달을 고른다. 그 구간의 누적 변화, 월 변화율을 그냥 더한 값, 연율, 끝 달의 전월 대비와 전년 대비를 비교한다.
구간을 고르면 숫자가 바뀐다
같은 3년의 자료에서 "고점 대비 15% 하락", "바닥 대비 12% 반등", "전년 대비 9% 상승", "3년간 8% 상승", "아직 고점보다 6% 낮다"를 모두 말할 수 있다. 모두 맞는 숫자다. 기사 제목이 그중 어느 것을 골랐는지, 시작점을 어디에 찍었는지를 보는 습관이 숫자에 휘둘리지 않는 첫걸음이다.
기사 제목의 숫자를 다시 계산하기
이제 지금까지 본 것을 모두 써서 하늘이 아침에 본 기사를 다시 계산한다. 아래 기사는 이 책이 만든 교육용 가상 기사다. 10월 2일에 나왔고, 9월에 신고된 B시 아파트 거래를 8월과 비교했다.
아래 시뮬레이터에는 8월과 9월의 거래가 점으로 찍혀 있다. 색은 거래된 집의 종류(구축 59㎡, 구축 84㎡, 신축 84㎡)다. 계산 방식을 바꾸고, 해제된 거래를 빼고, 신고 기한이 끝난 11월 시점의 자료로 바꿔 가며 기사 제목이 어떻게 바뀌는지 본다.
"B시 집값 반등" 다시 계산하기
네 단계를 거치며 '두 자릿수 반등'은 '1%가 안 되는 상승'으로 바뀌었다. 기사가 틀린 숫자를 쓴 것은 아니다. 9월에 신고된 거래의 평균은 정말로 그만큼 올랐다. 다만 그 숫자가 답한 질문은 "9월에 신고된 거래의 평균값이 얼마인가"였고, 하늘이 알고 싶은 질문은 "B시의 같은 집 값이 올랐는가"였다. 숫자를 다시 계산할 때의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다.
- 몇 건인가: 거래 건수와 전월 거래 건수. 신고 기한이 끝났는가.
- 무엇이 팔렸나: 신축·구축, 평형, 동네의 비중이 전월과 같은가.
- 무엇으로 계산했나: 평균인가 중위인가 지수인가. 같은 집끼리 비교했는가.
- 끝까지 갔나: 해제된 거래, 등기되지 않은 고가 거래가 섞였는가.
- 어디서부터 셌나: 전월 대비인가, 바닥 대비인가, 전년 대비인가.
하늘네 집 노트
하늘이 이 장에서 다시 볼 숫자는 세 가지다. 태호가 보여 준 C아파트 84㎡의 실거래 목록과 호가, 아침에 본 "B시 집값 반등" 기사, 그리고 하늘이 몇 달째 휴대폰으로 보던 민간 시세 지수다. 마지막 시뮬레이터에서 C아파트의 실거래, 호가, 지수를 한 그래프에 올리고, 시세 지수가 실거래를 따라가는 속도를 바꿔 본다.
C아파트: 실거래, 호가, 하늘이 보던 지수
기사는 '두 자릿수 반등', 같은 집끼리는 '1%가 안 되는 상승'
태호가 뽑아 준 C아파트 84㎡의 최근 1년 실거래는 열두 건이다(교육용 가상 데이터). 작년 가을 6억 1,000만원 안팎이던 거래가 올봄에는 5억 8,000만원대까지 내려왔고, 여름 이후 다시 6억원대 초반에서 몇 건이 찍혔다. 지금 나와 있는 매물 다섯 개의 호가는 6억 3,000만원에서 6억 7,000만원 사이다. 태호의 설명은 짧다. "호가는 집주인들 희망이고, 팔리는 건 그 아래쪽입니다. 올봄 5억 8,000만원대 두 건은 2층과 1층이었어요. 같은 9층대만 보면 바닥이 그렇게 깊지 않았습니다."
하늘은 아침에 본 기사를 이 장의 순서대로 다시 계산했다. 10월 2일까지 신고된 9월 거래는 15건으로 8월(40건)의 절반도 안 되고, 그중 5건이 신축 G아파트였다(8월에는 40건 중 4건). 평균으로는 18% 상승이 나오지만 중위로는 3% 남짓이었고, 11월에 신고가 다 들어온 자료로 같은 종류의 집끼리 비교하자 상승률은 1%가 안 됐다. 9억원대 '신고가' 한 건은 나중에 해제되었다. 하늘이 몇 달째 보던 민간 시세 지수가 아직 보합 근처인데 C아파트 실거래가 먼저 올라온 이유도 이제 설명이 된다. 지수는 표본의 시세를 조금씩 고쳐 가며 따라가는 숫자라 꺾임을 늦게 보여 주고, 실거래는 그달에 팔린 몇 집의 숫자라 빠르지만 시끄럽다. 재원이 정리한다. "그러니까 '반등'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는 거고, 우리가 볼 건 C아파트 같은 평형, 같은 층대의 거래하고 거래량이네."
핵심 정리
- 호가는 파는 사람의 희망, 실거래가는 팔린 집의 값, 시세는 매긴 값, 지수는 같은 집 값의 변화를 재려는 숫자다.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 실거래는 계약일부터 30일 안에 신고하고, 해제되면 다시 30일 안에 신고한다(2026년 기준). 그래서 가장 최근 한두 달의 거래량과 가격은 잠정치다.
- 표본 조사 지수는 빠르고 부드럽지만 늦게 꺾이고, 반복매매 지수는 판단이 빠진 대신 늦고 과거가 수정되며, 헤도닉 지수는 속성을 정확히 알 때만 정확하다.
- 평균은 고가 거래 몇 건에 끌려가고, 중위값은 가운데만 본다. 거래가 적으면 둘 다 흔들린다.
- 비싼 동네·신축의 거래 비중이 늘면 어느 집 값도 오르지 않아도 평균이 오른다(구성 효과). 가격 숫자는 늘 거래량과 함께 본다.
- 여러 기간의 변화는 곱해서 잇는다. 30% 하락을 되돌리려면 약 43%가 올라야 하고, 전년 대비 숫자는 1년 전 기저에 좌우된다.
- 기사 숫자는 건수·구성·계산 방식·해제 여부·기준 시점의 다섯 가지로 다시 계산해 본다. 그다음에야 "어느 힘에서 왔는가"를 물을 수 있다.
확인 퀴즈
10월 3일에 9월 아파트 거래량을 세었더니 8월의 절반이었다. 가장 먼저 의심할 것은?
어느 달 B시의 모든 단지에서 같은 평형의 가격이 1%씩 내렸는데, B시 평균 실거래가는 8% 올랐다.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집값 지수가 1년 동안 매달 정확히 1%씩 올랐다. 1년 누적 상승률에 가장 가까운 값은?
반복매매 방식의 실거래가격지수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