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와 도시의 미래
"아이를 안 낳는다는데 30년 뒤에 집이 남아돌지 않을까?" 하늘이 회사 동료에게서 들은 말이다. 반대로 같은 날 본 기사는 "1인 가구가 역대 최대, 집이 모자란다"였다. 둘 다 숫자를 근거로 든다. 지방 D시에 사는 하늘의 아버지는 다른 질문을 한다. "내 아파트 단지에도 빈집이 늘었다. 이 집을 팔아야 하냐, 너희한테 물려줘야 하냐." 30년 뒤의 집값을 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30년 뒤에 몇 살의 사람이 몇 명 살지는 상당 부분 이미 정해져 있다. 그 사람들은 이미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 장은 인구, 가구, 지역, 금리, 기후를 차례로 보면서 미래에 대해 확정할 수 있는 것과 확정할 수 없는 것을 가르는 연습을 한다. 전망은 하지 않는다.
- 합계출산율과 장래인구추계를 공식 통계로 읽고, 인구 구조 중 어디까지가 이미 정해져 있는지 설명한다.
- 인구가 줄어도 가구 수는 한동안 늘 수 있는 이유를 '인구 ÷ 평균 가구원 수'로 계산한다.
- 수도권 집중과 지방 빈집 통계를 정의와 함께 읽고, 같은 수요 감소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원리를 본다.
- 고령 가구가 집을 처분하는 길(매도, 임대, 주택연금, 상속)의 구조를 비교한다.
- 고령화와 금리의 관계에 대한 두 가설을 나란히 놓고, 금리·정책·기술처럼 확정할 수 없는 변수를 시나리오로 다룬다.
미래에서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
미래 이야기는 대개 확신에 찬 문장으로 온다. "인구가 줄어드니 집값은 떨어진다", "서울은 영원히 오른다". 이런 문장은 서로 다른 성질의 예측을 하나로 섞는다. 2056년에 60세가 될 사람의 수는 지금 30세인 사람의 수에서 거의 정해진다. 사망률과 이민이 조금 바꿀 뿐이다. 반면 2056년의 금리, 그때의 세금 제도, 재택근무가 얼마나 퍼져 있을지는 지금 알 수 없다. 앞의 것은 계산의 영역이고, 뒤의 것은 가정의 영역이다.
이 장의 모든 시뮬레이터는 이 구분을 따른다. 인구 구조처럼 계산할 수 있는 것은 계산하고, 금리나 공급처럼 계산할 수 없는 것은 슬라이더로 남겨 독자가 여러 값을 넣어 보게 한다. 결과는 예측이 아니라 '이 가정이면 이렇다'는 조건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이미 정해진 인구 구조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다. 인구가 줄지 않으려면 약 2.1명이 필요하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2026년 8월 26일 발표한 2025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2024년의 0.75명보다 0.05명 올랐고, 출생아는 25만 4,300명이었다. 2016년부터 8년 연속 내려가다 2년 연속 반등했지만, 여전히 인구 유지 수준의 절반에 한참 못 미친다.
통계청이 2023년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의 중위 시나리오는 총인구가 2072년 3,622만명으로 줄고,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72년 47.7%가 된다고 계산했다.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65세 이상이 1,072만명, 총인구의 20.7%로 처음 20%를 넘었다. 이 추계는 전망이 아니라 가정의 결과다. 중위 시나리오는 합계출산율이 2025년 0.65명까지 내려간 뒤 2072년 1.08명으로 회복한다고 가정했는데, 실제 2025년 값은 0.80명으로 그 가정보다 높았다. 출산율 가정은 이렇게 틀릴 수 있다. 하지만 2072년에 50세 이상이 될 사람은 이미 모두 태어나 있다.
아래는 교육용 인구 모형이다. 연도 축의 손잡이를 끌면 인구 피라미드가 그 해로 움직인다. 청록색은 2025년까지 이미 태어난 사람, 호박색은 2026년 이후에 태어날 사람이다. 합계출산율을 바꾸면 호박색 부분만 달라진다.
인구 피라미드를 미래로 밀어 보기
피라미드를 밀어 보면 두 가지가 보인다. 첫째, 고령화는 이미 시작된 일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일에 가깝다. 지금 50~60대인 많은 인구가 앞으로 20년 동안 차례로 65세를 넘는다. 둘째, 출산율이 오르면 피라미드의 아래가 두꺼워지지만 그 아이들이 집을 사는 나이가 되려면 30년이 걸린다. 앞으로 20~30년의 주택 수요를 정하는 것은 거의 이미 태어난 사람들이다.
인구는 줄어도 가구는 당분간 늘 수 있다
집을 쓰는 단위는 사람이 아니라 가구(Household)다. 넷이 한 집에 살다가 자녀 둘이 각자 독립하면 사람 수는 그대로인데 필요한 집은 셋이 된다. 그래서 주택 수요를 볼 때는 인구보다 가구 수를 본다. 둘의 관계는 단순하다.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국가데이터처, 2026년 7월 28일 발표)에서 총가구는 2,324만 6천 가구로 1년 전보다 1.1% 늘었다. 1인 가구는 824만 4천 가구, 일반가구의 36.6%로 규모와 비중 모두 역대 최대였고, 평균 가구원 수는 2.16명으로 1년 사이 0.03명 줄었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2022~2052년)는 1인 가구 비중이 2022년 34.1%에서 2052년 41.3%로, 평균 가구원 수가 2.26명에서 1.81명으로 줄고, 전국 가구 증가율이 2042년 무렵 마이너스로 돌아선다고 계산했다. 시도별로는 서울의 가구 수가 2038년, 경기가 2044년에 정점을 찍는 것으로 나왔다.
아래 그래프의 위쪽은 가구 수, 아래쪽은 평균 가구원 수다. 아래쪽 오른쪽 끝의 손잡이를 위아래로 끌어 2055년의 평균 가구원 수를 정하고, 30년 동안의 인구 변화를 바꿔 본다.
인구와 가구 사이의 틈
"인구가 줄면 집이 남는다"는 말은 반만 맞다. 한동안은 가구가 작아지는 힘이 인구가 줄어드는 힘보다 커서 가구 수가 늘어난다. 하지만 이 힘에는 바닥이 있다. 평균 가구원 수가 1명 아래로 갈 수는 없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속도도 언젠가 느려진다. 그리고 늘어나는 가구의 상당수는 혼자 사는 고령자다. 2025년 조사에서 65세 이상 1인 가구는 245만 6천 가구로 일반가구의 10.9%였다. 젊은 4인 가족이 찾는 84㎡와 혼자 사는 80대가 필요로 하는 집은 다르다. 가구 수의 총합만 보면 이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빈집
전국 숫자는 지역의 차이를 가린다.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인구는 2,637만 3천명으로 전체의 50.9%였다. 수도권 비중은 2019년 처음 절반을 넘은 뒤 계속 커지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미거주 주택(빈집)은 172만 2천 호로 전체 주택의 8.5%, 역대 최대였다. 그런데 시도별로 보면 차이가 크다.
빈집 비율은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쌓인 결과다. 가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도 새 아파트는 지어지고, 오래된 집은 바로 철거되지 않는다. 그러면 빈집이 늘어난다. 반대로 가구가 늘어나는 지역에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빈집 비율은 낮아지고 가격과 전세가가 오른다. 아래에서 출발 지역을 고르고, 가구 수의 변화, 새로 짓는 집, 철거되는 집의 속도를 바꿔 20년 뒤 빈집 비율을 본다.
가구는 줄고 집은 지어질 때
이 시뮬레이터에서 가격을 움직이는 힘은 이 책의 다섯 힘 중 공급(4장)과 입지와 소득(2장)이다. 가구가 줄어드는 것은 일자리와 사람이 떠나는 입지의 문제이고, 그 위에 공급의 관성이 겹친다. 빈집은 그 지역의 집값과 전세가에 두 경로로 영향을 준다. 직접적으로는 빈집이 많을수록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 전세가가 눌린다. 간접적으로는 관리되지 않는 빈집이 동네의 안전과 경관을 해쳐 주변 집의 가치까지 끌어내린다. 그래서 빈집이 많은 지역의 문제는 '집이 남는다'보다 '팔고 싶을 때 살 사람이 없다'에 가깝다(18장의 환금성).
지역별로 갈리는 미래: 일자리가 있는 곳과 없는 곳
지역의 인구는 출생과 사망만으로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일자리를 따라 움직이고, 움직이는 사람은 대부분 젊다. 대학 진학이나 첫 직장을 위해 20대가 대도시로 떠나면, 남은 지역은 같은 출산율에서도 아이가 덜 태어나고(아이를 낳을 나이의 사람이 떠났으므로) 더 빨리 늙는다. 2장에서 본 것처럼 집값의 수준은 일자리까지의 거리에서 나온다. 지역의 미래도 같은 원리를 따른다.
아래는 가상의 두 지역이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대도시 X와, 일자리가 줄어드는 지방 D시다. 두 지역의 일자리 증가율 차이와 이동의 어려움(거리·교통·주거비)을 바꿔 30년을 돌린다.
젊은 사람이 일자리를 따라가면
같은 저출산이라도 일자리가 있는 지역은 다른 지역에서 젊은 사람이 들어와 인구 감소를 늦추고, 일자리가 없는 지역은 저출산과 유출을 함께 겪는다. 그래서 "인구가 줄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전국 단위 문장은 지역 단위에서 정반대의 결과로 갈라질 수 있다. 가구가 늘어나는 수도권 일부에서는 집이 모자라고, 가구가 줄어드는 지방 도시에서는 집이 남는 일이 동시에 일어난다. 지역의 미래를 볼 때 확인할 것은 그 지역의 출산율보다 20~30대의 순유출입, 그리고 일자리의 방향이다. 다만 일자리의 방향은 산업 정책과 기업의 결정에 달려 있어 확정할 수 없다. 새 산업단지나 교통망이 한 지역의 흐름을 바꾼 사례도 있고, 계획만 발표되고 실현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고령 가구의 집: 팔기, 세 놓기, 주택연금, 물려주기
고령화는 집을 사는 사람의 문제이기 전에 집을 가진 사람의 문제다. 한국 가계 자산의 4분의 3이 실물자산이라는 사실(1장)은 노후 자산의 대부분이 집에 묶여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득이 줄어든 고령 가구는 집에 묶인 돈을 생활비로 바꿔야 할 때가 온다. 길은 크게 네 가지다.
주택연금(Reverse mortgage)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상품으로, 집을 담보로 맡기고 그 집에 계속 살면서 평생 매달 연금처럼 돈을 받는다. 2026년 기준으로 알려진 가입 요건은 부부 중 한 명이 만 55세 이상이고, 부부가 가진 주택의 공시가격 합이 12억원 이하이며, 그 집에 실제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공시가격 상한은 2023년에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랐다). 받은 돈은 빚으로 쌓이고 이자도 붙는다. 부부가 모두 세상을 떠나면 집을 처분해 정산하는데, 집값이 쌓인 빚보다 적어도 부족분을 상속인에게 청구하지 않고, 남으면 상속인에게 돌려준다. 이것을 비소구라 한다. 구체적인 월 지급액은 가입 나이와 집값에 따라 공사가 정한 표로 정해지고 해마다 조정되므로 공사에서 확인한다.
아래는 그 구조를 보여 주는 교육용 계산이다. 1억 6,000만원짜리 집으로 가입했을 때, 매달 받는 돈이 이자와 함께 쌓이는 빚(빨간 선)과 집값(녹색 선)을 나이에 따라 그린다. 세로선 손잡이를 끌어 정산이 일어나는 나이를 고른다.
주택연금의 빚과 집값이 만나는 나이
주택연금은 '집을 팔 수 없거나 팔기 싫은데 생활비가 필요한' 사람에게 맞는 구조다. 특히 거래가 느린 지역의 집이라면 팔아서 목돈을 만드는 길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 대신 집값이 오를 때의 이익과 물려줄 몫을 상당 부분 포기한다. 그래서 주택연금은 부모만의 결정이 아니라 가족의 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그 집을 물려받아 살 계획이 있는지, 형제가 여럿인지, 부모의 다른 노후 소득은 얼마인지가 함께 들어간다.
고령화와 금리: 두 가설
집값을 움직이는 다섯 힘 중 금리(3장)는 인구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이 있다. 문제는 그 방향에 대해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정반대로 갈린다는 것이다.
고령화는 금리를 낮춘다는 가설. 기대수명이 늘면 사람들은 긴 노후를 위해 더 많이 저축한다. 일하는 인구가 줄면 경제 성장이 느려지고 기업의 투자 수요도 줄어든다. 저축은 많고 투자는 적으니 돈의 값인 실질금리가 내려간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연구 등은 지난 수십 년의 실질금리 하락을 인구 고령화로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가설이 맞다면 같은 임대료의 집값은 이론적으로 높게 유지된다.
고령화는 오히려 금리를 올린다는 반론. 영국의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 등은 은퇴한 사람은 저축을 헐어 쓰기 때문에 고령화가 진행되면 사회 전체의 저축이 줄고, 일할 사람이 모자라 임금이 오르며 물가 압력이 커져 금리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인 부양과 의료비로 정부 지출이 커지는 것도 금리를 올리는 방향이다. 이 주장에는 다시 반론이 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빠르게 고령화했지만 수십 년 동안 낮은 물가와 금리를 겪었고,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노동 부족을 메울 수도 있다. 굿하트 자신도 이 전개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어느 쪽이 맞을지는 확정할 수 없다. 대신 그 차이가 집의 이론 가격을 얼마나 벌려 놓는지는 계산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 위쪽의 두 손잡이를 끌어 30년 뒤 장기 금리를 두 가설대로 정해 본다. 아래쪽은 같은 임대료를 3장의 자본환원 공식으로 값을 매긴 이론 가격 지수다.
같은 인구, 다른 금리
이 그림이 말하는 것은 "금리가 어떻게 될 것이다"가 아니라 "금리에 대한 가정 하나가 30년 뒤 이론 가격을 몇십 %씩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구만 보고 집값의 장기 방향을 단정하는 주장은 금리라는 큰 변수를 빼먹은 셈이다. 30년짜리 결정(집을 사고 대출을 갚는 일)을 할 때는 금리를 맞히려 하기보다, 금리가 높게 머무는 경우에도 상환을 견딜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낫다(9장, 10장).
기후와 재난: 지도에 표시되는 위험
인구와 금리 말고도 30년 단위로 집의 값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기후다. 집중호우가 잦아지면 저지대와 반지하, 하천 가까운 곳의 침수 위험이 커진다. 해안가는 해수면과 태풍의 영향을, 경사지는 산사태 위험을 받는다. 폭염은 냉방이 어려운 낡은 집과 꼭대기 층의 생활 비용을 키운다. 이런 위험은 지역 안에서도 골목 하나, 층 하나 차이로 크게 달라진다는 점에서 입지의 한 부분이다.
기후 위험이 집값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는 확정할 수 없다. 큰 침수를 겪은 동네에서 한동안 거래가 줄고 반지하 수요가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도 한다. 대신 개인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있다. 그 집이 과거에 침수된 적이 있는지, 공공기관이 공개하는 홍수 위험 지도에서 어떤 구역인지, 건물이 어떤 높이에 있는지다. 보험은 위험을 옮기는 수단이지만, 보험료와 보장 범위도 위험이 커지면 달라질 수 있다.
- 침수 이력: 매도인과 관리사무소에 과거 침수·누수 이력을 묻고, 지하 주차장·지하층·반지하 여부를 본다. 계약서 특약에 "고지하지 않은 침수 이력이 확인되면"과 같은 조항을 넣을 수 있는지 상의한다.
- 홍수 위험 지도·생활안전 지도: 정부와 지자체가 공개하는 침수 위험 정보에서 그 지번이 어떤 구역에 있는지 확인한다.
- 건축물대장: 준공 연도와 구조. 지은 지 30년이 넘은 건물은 30년 뒤 60년이 된다. 재건축 가능성(12장)과 수선비가 함께 커진다.
- 단지와 동네의 연령 구조: 주민등록 인구 통계로 그 동네 20~30대와 70대 이상의 비율을 본다. 30년 뒤 집을 살 사람이 이 동네에 남아 있을지 가늠하는 단서다.
- 주변 빈집: 같은 동네에 오래 비어 있는 집이 많은지 직접 걸어서 본다. 통계보다 정확할 때가 있다.
시나리오로 생각하기: 지역 수요 지수
이제 이 장의 조각을 하나로 모은다. 한 지역의 30년 뒤 주택 수요를 거칠게 계산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인구가 얼마나 변하는가, 가구가 얼마나 작아지는가, 집이 얼마나 지어지고 철거되는가. 첫째는 인구 구조 덕분에 상당 부분 계산할 수 있고, 둘째는 추세가 분명하며, 셋째는 정책과 시장의 몫이다. 금리는 일부러 넣지 않았다. 앞 절에서 본 것처럼 확정할 수 없는 변수라, 수요 지수와 따로 생각하는 편이 정직하다.
아래 지역 수요 지수는 가구 수를 '빈집이 적당히(5%) 있는 상태의 주택 수'로 나눈 값이다. 100이면 균형, 100보다 크면 집이 빠듯하고, 작으면 남는다. 지역 유형을 고르면 교육용 출발값이 들어간다. 그 위에서 세 슬라이더를 바꿔 본다.
30년 지역 수요 시나리오
이 시뮬레이터는 무엇을 확정할 수 있고 무엇을 확정할 수 없는지 슬라이더 이름 옆 괄호에 적어 두었다. 인구 변화는 지금의 연령 구조로 상당 부분 계산할 수 있지만 지역 간 이동이 변수다. 가구원 수는 추세가 분명하지만 속도가 다를 수 있다. 공급은 정책과 시장이 정한다. 그리고 금리, 세금, 교통망, 일하는 방식은 여기에 아예 들어 있지 않다. 30년 뒤를 하나의 숫자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괄호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물어볼 일이다.
하늘네 집 노트
아버지의 D시 아파트는 1994년에 지어졌고, 아버지가 2001년에 7,000만원에 샀으며, 지금 시세는 약 1억 6,000만원이다. 아버지는 66세이고 혼자 산다. 하늘과 재원은 경기 B시에서 일하고, 당장 D시로 돌아갈 계획은 없다. 하늘은 위의 시나리오 시뮬레이터를 'D시형'에 놓고 아버지와 화면을 같이 보았다. 그리고 30년을 두 칸으로 나눠 종이에 적었다.
아버지의 D시 아파트, 30년 뒤를 두 칸으로 나누면
확정할 수 있는 칸. 30년 뒤 아버지는 96세, 하늘은 64세, 딸은 33세가 된다. 아파트는 2056년에 준공 62년이 된다. D시는 지금 20~30대가 적은 도시라, 30년 뒤 그 도시에서 집을 처음 살 나이의 사람도 적다. 이것은 출산율이 갑자기 오르더라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전국 빈집 비율이 2025년 8.5%, 지방 여러 도 지역은 12~15%대라는 것도 이미 나온 숫자다. 교육용 시나리오에 D시형 가정(인구 −30%, 가구원 수 1.75명, 연 공급 0.4%)을 넣으면 가구 수는 지금의 약 80%로 줄고 빈집 비율은 약 30%까지 오른다. 가정을 바꾸면 숫자는 바뀌지만, 공급을 0으로 해도 수요 지수가 100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방향은 웬만한 가정에서 유지되었다.
확정할 수 없는 칸. 그 30년 동안의 금리, 지방 주택에 대한 세금과 재건축 규칙, D시에 새 산업단지나 교통망이 들어올지, 재택근무가 지방 거주를 늘릴지. 이것들은 아무도 모른다. 태호는 하늘에게 말했다. "이 칸에 들어갈 걸 맞히려는 분들이 제일 많이 잃습니다. 그 칸은 비워 두고, 어느 쪽이 와도 버틸 수 있는 선택인지를 보세요."
그래서 하늘네가 아버지와 정리한 선택지는 셋이다. 지금 팔기는 목돈을 만들지만, 거래가 드문 단지라 원하는 값에 언제 팔릴지 모르고 아버지가 살 곳이 따로 필요하다. 세를 놓기는 아버지가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고, 공실과 수선, 지방 전세 수요가 줄어드는 위험을 안는다. 계속 살면서 주택연금을 받기는 거래가 느린 지역의 집을 생활비로 바꾸는 방법이고, 집값이 내려 빚이 집값을 넘어도 부족분을 상속인이 떠안지 않는다. 대신 물려받을 몫은 줄어든다. 하늘이 이 집을 물려받으면 하늘네의 주택 수와 세금이 어떻게 바뀌는지는 14장에서 다룬 계산을 다시 보기로 했다. 아버지는 "물려받아 봐야 너희가 살 집도 아닌데"라며, 주택연금 상담을 먼저 받아 보겠다고 했다. 결정은 아직 아니다.
핵심 정리
- 미래는 확정에 가까운 것(이미 태어난 사람의 나이, 건물의 나이, 고령화 속도)과 확정할 수 없는 것(금리, 정책, 기술, 지역 일자리)으로 나눠 생각한다. 앞의 것은 계산하고, 뒤의 것은 여러 경우를 놓고 견딜 수 있는지 본다.
- 2025년 합계출산율은 0.80명(2024년 0.75명), 2025년 65세 이상 비중은 20.7%다.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 중위)는 2072년 인구 3,622만명, 고령인구 47.7%를 계산했다. 추계는 가정의 결과다.
- 가구 수 = 인구 ÷ 평균 가구원 수. 가구가 작아지는 힘 때문에 인구가 줄어도 가구 수는 한동안 늘 수 있지만, 이 힘에는 한계가 있고 늘어나는 가구의 상당수는 고령 1인 가구다.
- 2025년 미거주 주택은 172만 2천 호(8.5%)이고 서울 3.9%, 전남 15.2%처럼 지역 차이가 크다. 빈집 통계는 정의(조사 시점 미거주 vs 1년 이상 미거주)에 따라 숫자가 크게 다르다.
- 젊은 사람은 일자리를 따라 움직인다. 일자리가 없는 지역은 저출산과 유출을 함께 겪어 더 빨리 늙고, 같은 나라 안에서 지역의 주택 수요가 반대 방향으로 갈 수 있다.
- 고령 가구의 집은 팔기, 세 놓기, 주택연금, 물려주기로 처분할 수 있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에 살면서 평생 매달 받고, 부족분을 상속인에게 청구하지 않는다(2026년 기준).
- 고령화가 금리를 내린다는 가설과 올린다는 반론이 맞서 있다. 금리 가정 하나가 같은 임대료의 이론 가격을 수십 % 움직이므로, 인구만으로 집값의 장기 방향을 단정할 수 없다.
확인 퀴즈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가구 수가 한동안 늘어날 수 있는 이유로 가장 알맞은 것은?
"2025년 미거주 주택 172만 호"라는 통계를 해석할 때 가장 주의할 점은?
30년 뒤 한 지방 도시의 주택 수요를 생각할 때 '확정에 가까운 것'에 해당하는 것은?
주택연금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은 것은? (2026년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