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7

거품과 하락

하늘은 요즘 밤마다 두 가지 생각 사이를 오간다. 하나는 "지금 안 사면 영영 못 산다"이다. 회사 동료가 2년 전에 산 집이 올랐다는 이야기, 단지 단톡방의 "바닥 찍었다"는 글이 그 생각을 키운다. 다른 하나는 "곧 떨어진다"이다. 유튜브의 폭락 예언, 일본처럼 30년 동안 내린다는 이야기가 그 생각을 키운다. 두 생각은 정반대인데 둘 다 같은 질문을 묻는다. 지금 가격은 거품인가. 이 장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대신 거품이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꺼지는지, 꺼질 때 누가 왜 무너지는지를 구조로 보고, 전망 대신 "우리 집이 견딜 수 있는 하락"을 숫자로 정한다.

거품이란 무엇인가

"거품"은 가장 자주 쓰이고 가장 덜 정의되는 말이다. 집값이 많이 오르면 거품이라 부르고, 내리면 거품이 꺼졌다고 부른다. 그러나 많이 올랐다는 것만으로는 거품이 아니다. 일자리가 몰리고 새 철도가 뚫린 동네의 집값이 오르는 것은 그 자리의 쓸모가 커졌기 때문이다(2장). 금리가 내려서 같은 임대료의 값이 커져도 집값은 오른다(3장).

경제학은 거품을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내재 가치(Fundamental value)와 가격의 괴리다. 내재 가치는 그 집이 앞으로 만들어 낼 쓸모(임대료, 또는 내가 살면서 아끼는 주거비)를 지금 값으로 바꾼 것이다. 3장의 자본환원 식으로 쓰면 이렇다.

$$P^{*} = \frac{R}{r - g}, \qquad \text{거품} = P - P^{*}$$
\(P^{*}\) 내재 가치, \(R\) 한 해 임대료(또는 귀속임대료), \(r\) 할인율(금리 + 위험 프리미엄), \(g\) 임대료의 장기 성장률, \(P\) 시장 가격. 분모가 작아질수록 \(P^{*}\)가 민감해져서, 금리나 성장률 가정을 조금만 바꿔도 '내재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다른 하나는 행동이다. 거품(Bubble)은 사람들이 그 집의 쓸모 때문이 아니라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사는 상태다. 내가 비싸게 사도 더 비싸게 사 줄 사람이 있다고 믿는 한, 가격은 쓸모와 상관없이 오를 수 있다. 문제는 그 믿음이 멈추는 순간이다. 더 비싸게 사 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쓸모로 받칠 수 없는 부분이 한꺼번에 빠진다.

시간 가격 내재 가치(쓸모) 가격 기대로 산 부분 가치 아래로 내려가기도 가격 ≈ 가치 고점: 더 사 줄 사람이 없다
그림 1. 거품의 정의. 점선은 그 집의 쓸모로 설명되는 값(내재 가치), 실선은 시장 가격이다. 빨간 부분이 쓸모가 아니라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만 받쳐진 몫이다. 꺼질 때는 가격이 가치 근처에서 멈추지 않고 그 아래로 내려가기도 한다. 기대가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림은 개념도이며 실제 시장의 자료가 아니다.

이 정의에는 어려움이 하나 있다. 내재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금리가 얼마로 유지될지, 그 동네 임대료가 얼마나 오를지에 따라 내재 가치 자체가 크게 움직인다. 그래서 거품은 대개 꺼지고 나서야 확신할 수 있다. 이 장이 "지금이 거품인가"에 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대신 거품이 자라는 조건과 꺼지는 경로를 알면, 지금 그 조건이 얼마나 갖춰졌는지를 점검하고 꺼질 때 내가 어디에 서 있을지를 미리 계산할 수 있다.

기대와 군집: 오르니까 산다

1장에서 집값을 움직이는 다섯 힘을 나누었다. 입지와 소득, 금리, 공급의 시차, 대출과 규제, 그리고 기대와 심리다. 앞의 넷은 그 자체로 가격을 밀거나 당긴다. 다섯째 힘은 조금 다르다. 혼자서 가격을 만들기보다 다른 힘이 만든 움직임을 따라가며 키운다. 지난 1년 동안 오른 것을 보고 "더 오르겠다"며 사는 행동, 곧 추격 매수(Momentum buying)다. 주변 사람들이 사니까 따라 사는 군집 행동(Herding)이 여기에 겹친다.

아래 모형에서 굵은 점선은 내재 가치, 실선은 가격이다. 어느 날 금리가 내리는 것 같은 좋은 소식이 와서 내재 가치가 10% 오른다(점선의 계단). 가격은 그 소식을 따라 오르는데, 사람들이 지난 분기의 상승을 보고 다음 분기에도 그만큼 오를 것이라 기대하는 정도가 '기대 강도'다. 대출 여력은 사람들이 빌려서 낼 수 있는 돈의 한계다. 계단 모양 손잡이를 끌어 좋은 소식이 오는 시점을 옮겨 본다.

SIMULATOR

추격 매수가 만드는 거품

점선의 손잡이를 좌우로 끈다
고점(가치 대비)—
고점에서 저점까지—
가치 아래로 내려간 폭—
해볼 것: ① 기대 강도를 0으로 둔다. 가격은 새 가치로 천천히 다가가고 넘치지 않는다. ② 기본값(0.95)으로 돌린다. 가격이 새 가치를 지나쳐 올라갔다가 그 아래로 내려가며 출렁인다. 가치를 10% 올린 소식이 고점에서는 처음 가격보다 18% 높은 값이 되었다. ③ 기대 강도를 끝(1.15)까지 올린다. 출렁임이 갈수록 커지다가 대출 여력의 천장에 부딪히는 순간 방향이 바뀌고, 오른 만큼 빠르게 무너져 가치 아래까지 내려간다. 대출 여력을 80%로 넓히면 거품이 더 커진 뒤 더 크게 꺼진다. (교육용 모형. 분기마다 가격 변화 = 기대 강도 × 지난 분기 변화 − 가치와의 괴리 일부 + 소식. 가격이 대출 여력을 넘으면 살 사람이 사라져 분기 5%씩 내려간다고 가정했다. 어떤 시장의 실제 자료나 전망이 아니다.)

이 모형에서 가격 변화의 '처음'은 내재 가치의 변화, 곧 금리나 입지 같은 다른 힘에서 왔다. 그러나 '크기'와 '모양'은 기대가 만들었다. 기대 강도가 높을수록 같은 소식이 더 큰 상승이 되고, 그 상승이 꺼질 때 가치 아래까지 내려간다. 그래서 "이 가격 변화는 어느 힘에서 왔는가"를 물을 때는 두 단계로 답해야 한다. 방아쇠를 당긴 힘(금리, 공급, 규제)과 그 움직임을 키운 힘(기대)이다. 하락기에도 같다. 금리 인상이 방아쇠라면, "더 떨어질 테니 기다리자"는 기대가 하락을 키운다.

추격 매수가 비합리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집값이 몇 년씩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여러 나라의 자료에서 관찰된다. 거래 비용이 크고, 정보가 느리게 퍼지고, 공급이 늦게 따라오기 때문이다(4장). 그러니 지난해 오른 것을 보고 올해도 오를 거라 기대하는 것은 한동안 맞는다. 문제는 모두가 같은 기대를 할 때 그 기대가 가격을 더 밀어 올리고, 그 가격을 받쳐 줄 소득과 대출이 바닥나는 시점이 반드시 온다는 데 있다.

거품의 조건: 기름과 불씨

기대만으로는 거품이 커지지 않는다. 기대가 실제 매수로 이어지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역사 속 큰 부동산 거품들에는 대개 다음 조건들이 겹쳐 있었다.

이 다섯 가운데 앞의 두 가지는 사람들이 '낼 수 있는 값'의 천장을 정한다. 아래는 가상의 B시 맞벌이 가구(연소득 7,000만원, 자기 돈 2억원)가 빌릴 수 있는 만큼 빌렸을 때 살 수 있는 최고 가격이다. 가로축은 대출 금리다. 곡선 위의 손잡이를 끌어 금리를 바꾸고, 대출 규제의 종류를 바꿔 본다.

SIMULATOR

사람들이 낼 수 있는 값의 천장

곡선 위 손잡이를 좌우로 끈다
고른 금리—
살 수 있는 최고 가격—
월 상환 / 월 소득—
금리 1%p 오르면—
해볼 것: ① 기본값(DSR 40% + LTV 70%, 금리 4%)에서 최고 가격은 6억원 남짓이다. 손잡이를 2%로 끌면 6억 6,000만원대(이번에는 LTV가 묶는다)로, 7%로 끌면 5억원 안팎으로 바뀐다. 같은 소득, 같은 자기 돈인데 금리만으로 '낼 수 있는 값'이 1억 6,000만원 넘게 움직인다. ② 'LTV 70%만'으로 바꾼다. 상환 능력 심사가 없으니 천장이 금리와 상관없이 6억 6,000만원대에 붙지만, 금리가 7%를 넘으면 월 상환이 소득의 절반을 넘는다. ③ 'LTV 90%만'으로 바꾼다. 천장이 20억원으로 뛴다. 소득으로는 갚을 수 없고,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로만 성립하는 대출이다. 2000년대 미국에서 이런 대출이 많이 나갔다. (이 책의 엔진 RE.maxLoan으로 계산. 30년 원리금균등, 수도권 스트레스 가산금리 1.5%p를 DSR 계산에 넣었다. 가상의 가구이며 실제 대출 한도는 금융기관 심사에 따라 다르다.)

천장이 높아지면 가격이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이 오를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그 공간을 기대가 채운다.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천장이 내려오고, 그 천장이 지금 가격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살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든다. 한국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대출 규제의 중심에 둔 이유가 이 그림에 있다. DSR은 천장을 소득에 묶는다. 집값이 아무리 오를 것 같아도 소득으로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리게 하는 장치다.

거품은 지나고 나서야 확신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거품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가"는 오래된 논쟁이다. 한쪽은 가격이 임대료나 소득에 비해 역사적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면 위험 신호라고 보고, 다른 쪽은 금리와 성장 기대가 바뀌면 '정상'의 기준 자체가 옮겨 가므로 사전에 거품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사람들이 가격이 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 비싸게 사 줄 사람'이 있는 동안 사는 것이 개인에게는 합리적일 수 있다는 합리적 거품(Rational bubble) 이론도 있다. 이 책의 입장은 단순하다. 거품 여부를 맞히는 대신, 거품이 꺼진다면 내가 견딜 수 있는가를 계산한다.

하락의 메커니즘: 악순환의 고리

거품이 꺼지는 방아쇠는 대개 돈의 흐름이 바뀌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거나, 대출이 막히거나, 공급이 몰리거나, 경기가 꺾여 소득이 줄어든다. 방아쇠가 당겨진 뒤 하락이 얼마나 깊어지는가는 그 시장의 빚 구조가 정한다. 아래 고리가 그 경로다.

① 금리 상승 방아쇠(또는 대출 규제·소득 감소) ② 상환 부담 증가 변동금리 이자↑, 한도↓ ③ 매물 증가 못 버틴 집이 나온다 ④ 가격 하락 사려는 사람은 기다린다 ⑤ 담보가치 하락 빚 > 집값(깡통) ⑥ 강제 매도 경매·압류·역전세 고리가 닫힌다 강제 매도가 다시 매물이 된다
그림 2. 하락의 악순환.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빌릴 수 있는 돈이 줄어 사는 사람이 줄어든다. 못 버틴 집이 매물로 나오고, 가격이 내려가면 담보가치가 줄어 빚이 집값보다 큰 집이 생긴다. 그 집들이 경매·압류로 다시 매물이 되면 고리가 닫힌다. 고리의 세기는 대출의 비율(LTV), 상환 능력 심사(DSR), 변동금리 비중, 그리고 빚을 못 갚을 때 집만 넘기면 끝나는지(비소구) 다른 재산까지 책임지는지(소구)에 달려 있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집 240채가 있는 가상의 시장이다. 금리가 오르는 충격을 준 뒤 6년 동안 분기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본다. 점 하나가 집 한 채이고, 노란 점은 버티기 어려워진 집(상환 부담이 크거나 빚이 집값보다 큰 집), 빨간 점은 강제로 팔린 집이다. 시장의 빚 구조를 세 가지로 바꿔 본다.

SIMULATOR

빚 구조가 정하는 하락의 깊이

경과—
집값 변화—
강제로 팔린 집—
빚(보증금) > 집값—
해볼 것: ① '높은 LTV·변동금리·비소구'에서 금리 2.5%p 상승을 돌린다. 변동금리 대출의 이자가 뛰며 강제 매도가 시작되고, 가격이 빠지자 빚이 집값보다 커진 집들이 집을 넘기고 떠나며 하락이 깊어진다. ② '전세 갭투자 많음'으로 바꾼다. 방아쇠가 다르다. 금리가 오르면 전세 수요가 월세로 빠지고 전세가가 내려가, 보증금을 돌려줄 현금이 없는 집주인의 집이 매물로 나온다(역전세). ③ 'DSR 규제·낮은 LTV'로 바꾼다. 같은 금리 충격에도 강제 매도가 적고 가격 하락이 얕다. 금리 상승 폭을 0으로 두면 어느 구조에서도 고리가 돌지 않는다. (교육용 모형. 집마다 대출 비율, 상환 부담, 현금 여유를 무작위로 정하고, 강제 매도 비율이 가격을 끌어내리는 단순한 규칙을 썼다. 실제 시장의 수치나 전망이 아니다.)

세 구조의 차이는 '얼마나 오르냐'가 아니라 '얼마나 버티냐'에서 나온다. 같은 금리 충격이라도 빚이 작고 고정금리이며 소득에 맞춰 빌린 시장은 고리가 약하게 돌고, 빚이 크고 변동금리이며 소득과 상관없이 빌린 시장은 고리가 세게 돈다. 강제 매도는 가격이 쓸모 아래로 내려가는 지점(그림 1의 오른쪽)을 만든다. 팔고 싶어서가 아니라 팔아야 해서 파는 사람이 많을수록 가격은 가치 아래까지 밀린다.

해외 사례: 일본 1990년대와 미국 2008년

두 사례는 자주 인용되지만 숫자가 부풀려지거나 구조가 생략된 채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확인할 수 있는 숫자만 쓰고, 나머지는 구조로 설명한다.

일본 1990년대. 1980년대 후반 일본은 낮은 금리와 풍부한 대출 속에서 주가와 땅값이 함께 치솟았다.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려 다시 땅과 주식을 사는 고리가 돌았다. 일본은행은 1989년 5월부터 1990년 8월까지 공정이율을 2.5%에서 6%로 올렸고, 1990년 3월에는 대장성이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를 억누르는 총량규제를 실시했다.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는 1989년 12월 29일 종가 38,915.87로 고점을 찍은 뒤 급락했고, 그 고점을 다시 넘은 것은 34년 뒤인 2024년 2월이었다. 땅값은 주가보다 늦게, 1991년 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해 10년 넘게 하락했다. 일본부동산연구소의 6대 도시 상업지 지가지수는 1990년의 고점에서 2000년대 초까지 약 85% 내렸다(2차 자료로 확인, 주거지와 지방은 하락 폭이 다르다). 땅값 하락은 은행의 담보를 녹였고,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경제 전체가 긴 침체를 겪었다.

미국 2008년. 200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상환 능력이 약한 사람에게도 집값의 거의 전부를 빌려주는 서브프라임 대출(Subprime mortgage)이 늘었다. 처음 몇 년은 금리가 낮다가 나중에 크게 오르는 변동금리 상품이 많았다. 은행은 이 대출을 직접 들고 있지 않고 묶어서 증권으로 만들어 팔았다(증권화(Securitization)). 대출을 내준 쪽이 손실을 지지 않으니 심사가 느슨해졌다. 집값이 오르는 동안에는 문제가 없었다. 갚기 어려우면 집을 팔거나 오른 집값으로 다시 빌리면 됐다. 집값이 2006년 무렵 꺾이자 고리가 거꾸로 돌았다. 금리가 재조정되며 상환액이 뛰었고, 빚이 집값보다 커진 집이 압류되어 매물로 쏟아졌다.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집만 넘기면 끝나는 구조라, 빚이 집값보다 크면 갚기를 멈추는 선택도 나왔다. S&P/케이스-실러 전국 주택가격지수는 2006년 고점에서 2012년 바닥까지 약 4분의 1에서 3분의 1 하락했다(지수 종류와 계절조정 여부에 따라 약 27~35%). 증권을 들고 있던 금융기관들이 무너졌고,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며 세계 금융위기로 번졌다.

구조 일본 1990년대 미국 2008년 한국 불쏘시개 저금리·토지 담보 대출 서브프라임· 증권화 저금리·전세 낀 갭투자 방아쇠 금리 인상· 대출 총량규제 금리 재조정· 집값 정체 금리 상승· 입주 물량 강제 매도 기업·은행의 담보 처분 압류(비소구로 상환 포기) 역전세로 보증금 반환난 완충 장치 부실 정리가 늦었다 심사가 느슨, 빚이 증권으로 DSR·LTV 규제, 소구 대출 위험이 간 곳 은행 부실, 긴 침체 금융기관, 세계 금융위기 세입자의 보증금
그림 3. 세 시장의 구조. 무엇이 불을 붙였고, 무엇이 방아쇠였고, 누가 팔아야 했고, 손실이 어디로 갔는가를 나란히 놓았다. 한국은 주택담보대출이 DSR과 LTV로 비교적 강하게 묶여 있고 빚을 다른 재산으로도 갚아야 하는 소구 구조라 미국식 압류 고리는 약하다. 대신 전세 보증금이라는 '규제 밖의 빚'이 있어, 하락기의 손실이 세입자에게 옮겨 가는 통로가 된다.

두 사례가 공통으로 보여 주는 것은 하락 뒤의 시간이다. 많이 내린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아래에서 하락 폭과 회복기의 상승률, 물가를 바꿔 가며 '본전'까지 몇 년이 걸리는지 본다. 바닥의 손잡이를 위아래로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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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까지 몇 년인가

바닥의 손잡이를 위아래로 끈다
고점 대비 하락—
명목 본전까지—
실질(물가 반영) 본전까지—
해볼 것: ① 기본값(3년간 25% 하락, 이후 연 3% 상승)에서 명목 가격이 고점으로 돌아오기까지 고점에서 10년 넘게 걸린다. ② 손잡이를 끌어 하락 폭을 50%로 키운다. 반 토막 난 값은 두 배가 되어야 본전이다. 연 3%면 고점에서 25년 넘게 걸린다. ③ 회복기 상승률을 물가상승률과 같게 둔다. 명목으로는 언젠가 본전이 와도 실질로는 영영 오지 않는다. (하락은 3년에 걸쳐 일어나고 그 뒤 일정한 비율로 오른다고 가정한 계산이다. 실제 회복 경로는 이렇게 매끄럽지 않다.)

"30% 내리면 30% 오르면 된다"는 계산은 틀렸다. 30% 내린 값이 돌아가려면 약 43%가 올라야 하고, 50%면 100%가 올라야 한다(16장). 그 사이 물가가 오르면 명목 본전은 실질로는 손실이다. 일본의 주가지수가 1989년 고점을 넘는 데 34년이 걸렸다는 사실은 이 계산이 현실에서 얼마나 길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하락 폭보다 하락 뒤의 시간이 사람을 지치게 하고, 그 사이 이사·이직·결혼·출산 같은 '팔아야 하는 사건'이 생긴다.

한국의 사이클: 전세라는 완충과 위험

한국의 집값도 오르고 내리는 큰 흐름을 여러 번 겪었다. 이 책은 특정 시기의 수치로 비교하기보다 구조로 비교한다. 한국 시장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두 가지 장치가 있다.

첫째는 전세다. 전세 보증금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맡긴 이자 없는 빚이다(5장). 이 빚은 은행 대출 규제(LTV·DSR) 밖에 있다. 그래서 상승기에는 대출이 막혀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있어(갭투자) 레버리지가 규제를 우회한다. 반대로 하락기에는 전세가 완충 역할도 한다. 집값이 내려도 사람이 살아야 하는 집에 대한 수요(전세 수요)가 남아 있으면 전세가가 집값을 받쳐 준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곧 전세가율(Jeonse-to-price ratio)이 높으면 집값이 쓸모(사용가치) 근처에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세가율이 너무 높으면 작은 하락에도 보증금이 집값을 넘어 세입자가 위험해진다. 같은 숫자가 완충이면서 위험이다.

둘째는 DSR 중심의 대출 규제다. 2026년 기준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차주의 모든 대출 원리금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않게 묶이고(2금융권 50%), 수도권 대출은 DSR을 계산할 때 실제 금리보다 높은 스트레스 가산금리(수도권 1.5%p,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는 하한 3%p)를 얹는다. 규제지역의 LTV는 무주택자 40%(생애최초 70%),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는 최대 6억원으로 묶여 있다. 이 장치들은 그림 2의 고리 중 ②(상환 부담)와 ⑤(빚 > 집값)를 약하게 만든다. 또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집을 넘겨도 남은 빚을 갚아야 하는 소구 구조라, 미국처럼 빚이 집값보다 크다고 상환을 멈추는 선택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한국 시장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락기의 손실은 다른 경로로 나타난다. 대출이 막힌 만큼 전세 보증금이 레버리지로 쓰였고, 하락기에는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에게서 같은 보증금을 받지 못해 돌려줄 돈이 모자라는 역전세가 생긴다. 하늘네 집주인 남궁현이 2025년 재계약 때 5,000만원을 돌려줘야 했던 것이 그 예다. 전세가율이 높은 빌라·다세대에서는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깡통전세와 전세사기가 큰 사회 문제가 되었다(7장). 앞의 시뮬레이터에서 '전세 갭투자 많음'이 보여 준 고리가 이것이다. 미국에서 은행과 증권 투자자가 졌던 손실이, 한국에서는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옮겨 갈 수 있다.

"지금 안 사면 못 산다"와 "곧 떨어진다"를 들고 오는 손님들 태호의 사무소에는 두 종류의 손님이 번갈아 온다. 상승기에는 "지금 안 사면 영영 못 산다"는 손님이, 하락기에는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손님이 많다. 둘 다 지난 몇 달의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진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같다. 태호는 어느 쪽 손님에게도 시세 전망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같은 질문을 한다. "그 집을 사고 나서 집값이 20% 빠지고 금리가 2%p 오르면, 팔지 않고 버틸 수 있으세요?" 상승기 손님에게 이 질문은 김을 빼는 말이라 계약이 미뤄지기도 한다. 중개사로서는 보수가 미뤄지는 일이다. 그래도 하락기에 급매로 다시 그 집을 내놓으러 오는 손님을 몇 번 본 뒤로, 태호는 이 질문을 빼지 않는다.

과열 지표 체크리스트: 전망이 아니라 점검

거품을 미리 알아볼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것은 거품의 조건이 얼마나 갖춰졌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다섯 가지 지표를 쓴다. 각 지표는 그 지역의 오랜 평균과 비교해서 읽는다. 지역마다 '정상'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참고로 2026년 서울의 실제 수준을 적어 둔다. 국토교통부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2025년 11월 발표)에서 자가가구의 PIR은 전국 6.3배, 수도권 8.7배, 서울 13.9배였다. 서울에서는 중간쯤 되는 집을 사려면 중간쯤 되는 소득을 14년 가까이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조사 뒤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더 올라, KB부동산 기준 2026년 8월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12억 9,167만원이다. 전세가율은 반대로 내려가 2026년 1월 KB 기준 서울 아파트가 50% 아래였고, 송파 39.4%, 용산 39.7%, 서초 41.6%처럼 40% 안팎인 구도 있었다. 다만 이 숫자를 위 기준에 바로 대어 과열이라고 판정하지 않는다. 주거실태조사의 PIR은 가구들의 중위 집값과 중위 소득으로 계산해 한 가구의 시세 ÷ 소득과 정의가 다르고, 서울의 '정상' 수준은 서울 자신의 장기 평균과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래 계기판은 가상의 B시를 기준으로 한다.

아래 계기판의 바늘을 직접 끌거나, 미리 만든 상황을 골라 본다. 경계선은 이 책이 연습용으로 정한 기준이며 공식 기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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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냉각 점검 계기판

바늘(동그라미)을 좌우로 끈다
과열 쪽 신호—
냉각 쪽 신호—
읽는 법—
해볼 것: ① '과열 예시'를 고른다. 다섯 바늘이 모두 오른쪽(과열 쪽)에 있다. 가격이 소득에서 멀어지고, 매매가가 전세가를 앞질러 가고, 빚이 빨리 늘고, 거래가 몰리고, 미분양이 바닥났다. 거품의 조건이 겹친 모습이다. ② '냉각 예시'를 고른다. 거래가 끊기고 미분양이 쌓인다. 이 신호들이 '바닥'을 알려 주지는 않는다. ③ '하늘네 B시'로 돌아가 바늘 하나를 경계 너머로 끌어 본다. 신호 하나는 경고가 아니라 질문이다. 왜 그 지표만 움직였는지를 따로 확인한다. (교육용 가상 데이터와 연습용 기준. 각 지표는 그 지역 장기 평균과의 차이로 나타냈다.)

체크리스트는 전망 도구가 아니다. 과열 신호가 다섯 개 모두 켜져도 가격은 몇 년 더 오를 수 있고, 신호가 하나도 없어도 금리 충격이 오면 내린다. 체크리스트가 하는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모두가 오른다고 할 때 실제로 무엇이 받치고 있는가"를 확인하게 하는 것, 다른 하나는 불안의 크기를 숫자의 크기에 맞추는 것이다. 다섯 바늘이 대부분 가운데에 있는데 "지금 안 사면 끝"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생각은 지표가 아니라 주변의 이야기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

내가 견딜 수 있는 하락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내리면 나는 어떻게 되는가"는 지금 계산할 수 있다. 이것을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라 한다. 은행과 감독 당국이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볼 때 쓰는 방법을 집 한 채에 적용하는 것이다. 질문은 세 가지다.

  1. 집값이 내리면 내 돈은 얼마나 남는가. 자기자본은 집값에서 빚을 뺀 값이다. 빚이 그대로인 채 집값이 내리면 그 하락은 고스란히 내 돈에서 빠진다.
  2. 금리가 오르면 매달 버틸 수 있는가. 월 실수령에서 생활비와 원리금을 빼고도 남는가.
  3. 소득이 끊기면 몇 달을 버티는가. 한 사람의 휴직·이직·실직이 겹칠 때 비상금이 몇 달을 받쳐 주는가.
$$E(d) = P(1-d) - D, \qquad d^{*} = \frac{P-D}{P} = \frac{E_0}{P}$$
\(P\) 산 가격, \(D\) 대출 잔액, \(d\) 집값 하락률, \(E_0 = P - D\) 처음 자기자본. 집값이 \(d^{*}\)만큼 내리면 자기자본이 0이 된다(팔 때의 중개보수·이사비를 넣으면 조금 더 일찍). 자기 돈 비율이 곧 견딜 수 있는 하락의 한계다.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집값이 내렸다고 은행이 당장 돈을 갚으라고 하지 않는다. 집값 하락 자체가 사람을 무너뜨리지는 않는다.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은 팔아야 하는 순간이다. 월 상환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비상금이 바닥나거나, 이사·이직으로 집을 옮겨야 할 때 집값이 내려가 있으면 그때 손실이 확정된다. 그래서 스트레스 테스트는 가격과 현금흐름을 함께 본다.

SIMULATOR

스트레스 테스트: 하늘네가 C아파트를 산다면

위 그래프의 손잡이를 끌어 하락률을 고른다
고른 하락—
자기자본(처음 대비)—
팔면 남는 돈—
평소 월 여유—
공백 뒤 비상금—
판정—
해볼 것: ① 기본값(대출 3.8억, 금리 6%, 소득 공백 6개월)에서 손잡이를 20% 하락에 둔다. 자기자본의 절반 넘게 사라지지만 월 여유는 남고, 6개월 공백 뒤에도 비상금이 1,000만원 넘게 남는다. 팔지 않고 버틸 수 있다. ② 손잡이를 39% 근처까지 끈다. 자기자본이 0이 되고, 그 아래로는 팔아도 빚을 다 못 갚는다. ③ 금리를 9%로, 소득 공백을 18개월로 끝까지 민다. 집값이 그대로여도 비상금이 바닥나 '팔아야 할 위험'이 된다. 무너뜨리는 것은 가격보다 현금흐름이다. ④ 대출 4.3억을 고른다. 비상금은 커지지만 월 상환이 늘고, 자기자본이 0이 되는 하락은 31% 남짓으로 당겨진다. (이 책의 엔진으로 계산: 6억 2,000만원, 30년 원리금균등(RE.payment), 생활비는 전세대출 이자를 뺀 월 약 337만원, 보유세는 1주택 교육용 계산, 소득 공백은 재원의 월 실수령 310만원이 끊기는 경우. 비상금은 순자산 2억 8,000만원에서 자기 돈과 매수 비용을 뺀 나머지. 팔 때는 중개보수와 이사비를 뺐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얼마나 내릴까"라는 맞힐 수 없는 질문을 "얼마까지 내려도 괜찮은가"라는 계산할 수 있는 질문으로 바꾼다. 같은 집이라도 대출이 크면 견딜 수 있는 하락이 작아지고, 비상금이 크면 견딜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진다. 정답은 없다. 집값 −20%에 금리 6%까지만 견디겠다는 가구도 있고, −40%와 금리 8%까지 견디고 싶은 가구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선을 사기 전에 정하고, 그 선을 넘는 조건(가격, 대출 규모)은 처음부터 고르지 않는 것이다.

서울 고가 아파트에서는 같은 식이 다른 답을 낸다. 2026년 기준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은 시가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면 4억원, 25억원 초과면 2억원까지로 묶여 있다(9장). 서울 A구 84㎡(교육용 17억원)를 주담대 4억원으로 산다면 자기자본이 0이 되는 하락 \(d^{*}\)는 약 76%, 서울 강남권 40억원대 아파트를 주담대 2억원으로 산다면 약 95%다. 은행 대출만 보면 레버리지로 무너질 위험은 작다. 대신 13억~38억원의 자기 돈이 집 한 채에 묶인다. 그 돈의 일부를 가족에게 빌리거나 신용대출로 메웠다면 그 빚도 식의 \(D\)에 넣고, 월 상환은 현금흐름 쪽에 넣어 다시 센다. 대출 한도가 막은 레버리지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가지 않았는지까지 세어야 스트레스 테스트가 된다.

대출 서류에 서명하기 전에 스트레스 테스트에 넣을 숫자
  • 금리 유형과 변동 주기: 고정금리 기간이 몇 년이고, 그 뒤 몇 개월마다 어떤 기준금리에 연동되는가. 변동 주기가 짧을수록 금리 상승이 빨리 닥친다.
  • 금리 상한: 금리 상한(캡)이 있는 상품인가. 없다면 스트레스 테스트에 기준보다 2~3%p 높은 금리를 넣어 본다.
  • 거치 기간과 상환 방식: 이자만 내는 기간이 끝나면 월 상환이 얼마로 뛰는가.
  • 중도상환수수료: 집을 팔거나 대출을 갈아탈 때 몇 년 안이면 수수료가 붙는가.
  • 비상금: 잔금 치르고 남는 현금이 생활비와 원리금 몇 달 치인가. 취득세·중개보수·이사비를 뺀 뒤의 숫자로 센다.
제도와 수치는 해마다 바뀐다 이 장의 대출 규제 수치(DSR 은행 40%·2금융권 50%, 스트레스 DSR 가산금리, 규제지역 LTV와 주담대 한도)는 2026년 기준이며,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라 자주 바뀐다. 일본과 미국 사례의 수치는 확인한 범위에서만 썼고, 지수의 종류와 계산 방식에 따라 하락 폭이 다르게 보도된다. 과열 지표의 경계선은 이 책이 연습용으로 정한 것이며 공식 기준이 아니다. 이 장의 모형과 시나리오는 교육용이며 어떤 지역의 집값 전망도, 매수·매도 권유도 아니다.

하늘네 집 노트

CASE 하늘네집 노트 · 17장

"영영 못 산다"와 "곧 떨어진다" 대신, "20% 내려도 버틴다"

하늘은 두 불안을 체크리스트에 올렸다(교육용 가상 데이터). B시 84㎡의 PIR은 약 6.7배(시세 6억 2,000만원 ÷ 하늘네 연소득 9,200만원)로, B시의 장기 평균으로 가정한 6배보다 12% 높다. 싸지는 않다. 하지만 전세가율 약 65%(4억 ÷ 6억 2,000만원)는 장기 평균으로 가정한 68%와 크게 다르지 않고, 주담대 증가율은 소득 증가율보다 1%p 높은 정도이며, 거래량은 평년보다 20% 적고 미분양은 30% 많다. 다섯 바늘 가운데 경계를 넘은 것은 없다. "지금 안 사면 영영 못 산다"를 받칠 과열 신호도, "곧 떨어진다"를 받칠 붕괴 신호도 뚜렷하지 않다. 하늘이 웃는다. "결국 체크리스트가 말해 준 건, 둘 다 내 불안이었다는 거네."

그래서 둘은 전망 대신 견딜 수 있는 선을 정했다. 자기 돈 약 2억 4,000만원과 대출 3억 8,000만원으로 C아파트(6억 2,000만원)를 산다고 가정하고 이 책의 엔진으로 계산했다. 매수 비용을 치르고 남는 비상금은 약 2,655만원이다. 금리가 6%로 올라도 원리금은 월 약 228만원으로 월 여유가 약 81만원 남는다. 그 상태에서 재원의 소득이 6개월 끊겨도 비상금이 약 1,283만원 남는다. 집값이 20% 내리면 자기자본은 2억 4,000만원에서 1억 1,600만원으로 절반 넘게 줄지만, 팔지 않으면 손실은 확정되지 않는다. 자기자본이 0이 되는 하락은 약 39%다. 태호가 덧붙인다. "집값보다 무서운 건 팔아야 하는 사정입니다. 아이 학교 때문에 몇 년은 안 움직인다는 게 두 분한테는 제일 큰 완충이에요." 하늘네가 정한 선은 이렇다. 집값 −20%, 금리 6%, 한 사람 소득 6개월 공백이 한꺼번에 와도 팔지 않고 버틴다. 이 선을 넘는 가격이나 대출은 고르지 않는다.

이 장에서 정한 것체크리스트로 본 B시는 과열도 냉각도 뚜렷하지 않다(교육용 가상 데이터). 하늘네가 견딜 하락의 선: 집값 −20%, 금리 6%, 소득 공백 6개월. 대출 3.8억 기준 자기자본이 0이 되는 하락은 약 39%.
아직 남은 문제이 선 안에서 사는 것과 전세를 연장하는 것 중 10년 총비용은 어느 쪽이 작은가? 아버지의 D시 아파트 같은 다른 부동산은 이 계산에 어떻게 들어오는가?
다음 단계18장: 아버지가 권유받은 분양형 상품을 통해 주택 밖의 부동산이 가진 수익 구조와 위험을 본다.

핵심 정리

  1. 거품은 많이 오른 가격이 아니라, 쓸모(내재 가치)로 설명되지 않고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만 받쳐지는 가격이다. 내재 가치는 금리와 성장 가정에 민감해서 거품은 대개 꺼진 뒤에야 확신할 수 있다.
  2. 기대(추격 매수와 군집)는 혼자 가격을 만들기보다 금리·공급 같은 다른 힘이 만든 움직임을 키우고, 꺼질 때는 가치 아래까지 끌어내린다.
  3. 낮은 금리와 쉬운 대출은 '낼 수 있는 값'의 천장을 올리고, 공급 부족과 성공담은 기대에 불을 붙이며, 레버리지는 오를 때와 내릴 때 모두 움직임을 키운다.
  4. 하락은 금리 상승 → 상환 부담 → 매물 증가 → 가격 하락 → 담보가치 하락 → 강제 매도의 고리로 깊어진다. 고리의 세기는 LTV, DSR, 변동금리 비중, 소구·비소구 같은 빚의 구조가 정한다.
  5. 일본은 담보 대출과 은행 부실이, 미국은 서브프라임과 증권화가 고리를 키웠다. 한국은 DSR·LTV 규제와 소구 대출이 고리를 약하게 하는 대신, 전세 보증금이 규제 밖의 레버리지이자 하락기 손실의 통로가 된다.
  6. 과열 지표(PIR, 전세가율, 대출 증가율, 거래량, 미분양)는 전망이 아니라 점검이다. 지역의 장기 평균과 비교해 읽는다.
  7. 스트레스 테스트로 "얼마나 내릴까"를 "얼마까지 내려도 버티는가"로 바꾼다. 자기 돈 비율이 견딜 수 있는 가격 하락의 한계이고,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은 가격보다 팔아야 하는 현금흐름이다.

확인 퀴즈

이 장의 정의에 따를 때 '거품'에 가장 가까운 것은?

많이 오른 것 자체는 거품이 아니다. 역세권 개발, 금리 하락, 물가 상승은 모두 내재 가치(쓸모나 그 현재 가치)를 바꾼다. 거품은 가격이 내재 가치에서 벗어나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만 받쳐지는 상태다.

같은 금리 충격에도 하락의 악순환이 약하게 도는 시장의 특징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상환 부담이 소득에 묶여 있고 빚이 집값보다 작게 시작하면, 금리가 올라도 버티지 못해 파는 집이 적고 가격이 내려도 '빚 > 집값'인 집이 적다. 강제 매도가 다시 매물이 되는 고리가 약해진다.

6억원짜리 집을 자기 돈 1억 5,000만원과 대출 4억 5,000만원으로 샀다. 집값이 몇 % 내리면 자기자본이 0이 되는가? (팔 때 비용은 무시)

자기자본이 0이 되는 하락률은 자기 돈 ÷ 집값 = 1억 5,000만 ÷ 6억 = 25%다. 대출 비율(LTV)이 75%라면 25%만 내려도 내 돈이 모두 사라진다. 팔 때의 중개보수와 이사비를 넣으면 조금 더 일찍 0이 된다.

한국 시장에서 전세 보증금이 하락기에 갖는 성격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전세 수요는 사람이 살아야 하는 집에 대한 수요라 하락기에 가격을 받치는 힘이 된다. 동시에 보증금은 집주인에게 이자 없는 빚이고 LTV·DSR 밖에 있어, 전세가가 내려가면 집주인이 돌려줄 돈이 모자라는 역전세가 생기고 그 위험이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옮겨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