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0

사느냐 빌리느냐

"월세는 버리는 돈이다." "집은 결국 오른다." "아니다, 전세로 살면서 그 돈을 굴리는 게 낫다." 집을 두고 오가는 말은 대부분 한쪽 비용만 본다. 집을 사는 사람도 해마다 돈을 버린다. 은행에 이자를 내고, 집에 묶인 내 돈이 벌었을 수익을 포기하고, 세금과 수선비를 낸다. 빌려 사는 사람은 그 대신 임대료나 보증금의 기회비용을 내고, 2년이나 4년마다 이사를 걱정한다. 어느 쪽이 싼지는 집값이 얼마나 오르는지, 금리가 몇 %인지, 내 돈을 실제로 얼마에 굴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집에 몇 년을 살 것인지에 달려 있다. 이 장은 매매·전세·월세를 같은 저울에 올리고, 어떤 숫자가 바뀌면 결론이 뒤집히는지 직접 움직여 본다. 하늘네의 세 갈래 길(사기, 전세 연장, 반전세)도 이 저울에 올린다. 무엇을 고를지는 다음 장의 몫이다.

같은 집, 세 장의 가격표

하늘네가 사는 C아파트 84㎡를 놓고 세 가지 길이 있다. 6억 2,000만원에 사거나, 전세로 계속 살거나,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린 반전세로 사는 것이다. 세 길의 가격표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매매는 한 번에 큰돈이 들고 매달 대출 상환금이 나간다. 전세는 큰돈을 맡기지만 매달 나가는 것은 전세대출 이자뿐이다. 월세는 맡기는 돈이 적은 대신 매달 월세가 나간다. 이렇게 생김새가 다른 가격표를 비교하려면 공통의 단위가 필요하다. 이 책은 그것을 한 해에 사라지는 돈(Annual cost of housing)으로 잡는다. 그해에 쓰고 나면 돌아오지 않는 돈, 또는 다른 데 썼으면 벌었을 돈이다.

MoneyBook의 집: 월세·전세·매매는 이 저울의 첫 단계를 보여 주었다. 여기서는 저울에 오르는 항목을 하나하나 풀고, 시간이 흐르며 그 항목들이 어떻게 쌓이는지, 그리고 어떤 가정 하나가 결론을 뒤집는지까지 간다. 1장의 집의 두 얼굴에서 본 한 해 손익이 출발점이다.

항목 매매 전세 반전세·월세 매달 나가는 돈 원리금 상환 이자 + 원금 전세대출 이자 원금은 그대로 월세 (+ 대출 이자) 묶이는 내 돈 집값 − 대출 + 취득 비용 보증금 − 대출 작은 보증금 해마다 사라짐 이자·기회비용 보유세·수선비 이자·기회비용 월세·기회비용 집값이 오르면 내 몫이 된다 내리면 내 손실 다음 보증금이 오른다 다음 월세가 오른다 이사 내가 정한다 팔 때 몇 %가 든다 2+2년 뒤 집주인과 다시 협상 2+2년 뒤 옮기기는 쉽다 빨간 줄의 합이 '한 해에 사라지는 돈'이다. 원금 상환은 여기에 없다
그림 1. 세 장의 가격표. 매달 나가는 돈의 크기만 보면 매매가 가장 비싸 보인다. 하지만 원리금 중 원금은 집의 내 몫으로 옮겨 가는 돈이라 사라지지 않는다. 반대로 전세는 매달 나가는 돈이 작아 보여도, 보증금으로 묶인 내 돈이 다른 데서 벌었을 수익을 포기한다. 셋을 비교하려면 빨간 줄, 곧 해마다 돌아오지 않는 돈만 모아야 한다.

집을 가진 사람이 한 해에 치르는 비용을 경제학은 사용자 비용(User cost of housing)이라 부른다. 집을 빌려 쓰는 대신 직접 가지고 쓸 때 드는 값이라는 뜻이다. 식으로 쓰면 아래와 같다.

$$\text{한 해 매매 비용} = r_L D + r_o E + \tau + m + \frac{T}{N} - gP$$
\(P\) 집값, \(D\) 대출, \(E = P - D\) 집에 묶인 내 돈, \(r_L\) 대출 금리, \(r_o\) 내 돈의 기회비용 수익률, \(\tau\) 보유세, \(m\) 수선·관리비, \(T\) 사고팔 때 드는 돈(취득세·중개보수·법무비), \(N\) 보유 연수, \(g\) 한 해 집값 상승률. 마지막 항 \(gP\)가 크면 비용이 음수, 곧 이익이 된다.

이 식의 앞쪽 두 항이 핵심이다. 대출 이자 \(r_L D\)는 눈에 보이는 비용이고, 기회비용 \(r_o E\)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내 돈 2억 4,000만원을 집에 넣으면 그 돈이 예금이나 채권에서 벌었을 이자를 포기한다. 전세 보증금도 똑같다. 보증금으로 묶인 내 돈 2억 2,000만원은 집주인에게 무이자로 빌려준 돈이라, 그 이자만큼이 세입자의 비용이다. 이 기회비용을 빼면 "전세는 공짜로 산다"는 착각이 생기고, 이자만 빼면 "집은 대출만 갚으면 공짜"라는 착각이 생긴다.

한 해에 사라지는 돈

하늘네의 세 길을 이 식에 넣어 본다. 매매는 C아파트를 6억 2,000만원에 대출 3억 8,000만원으로 사는 경우, 전세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보증금을 4억 2,000만원(상한 5% 인상)으로 올려 계속 사는 경우(전세대출 2억원 유지), 반전세는 보증금 2억원을 두고 나머지 2억 2,000만원을 법정 전환율 상한 연 5%(2026년 기준 기준금리 3.0% + 2%p)로 월세로 바꾼 경우다. 이렇게 하면 월세는 약 91만 7,000원이 된다(6장).

아래 막대는 세 길의 한 해 비용을 항목별로 쌓은 것이다. 위로 쌓인 것은 나가는 돈, 아래로 내려간 초록 막대는 집값 상승으로 들어오는 몫이다. 가로선은 그 합, 곧 한 해 순비용이다. 먼저 집값 상승률을 0%로 내려 보고, 다시 올려 본다.

SIMULATOR

세 길의 한 해 비용

매매—
전세(4.2억)—
반전세(2억 + 월세)—
가장 싼 길—
해볼 것: ① 기본값(상승률 1%, 금리 4%, 기회비용 3%)에서 매매가 한 해 약 2,100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전세는 약 1,540만원이다. ② 상승률을 2%로 올린다. 집값 상승분 1,240만원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매매가 전세와 거의 같아진다. 3%면 매매가 가장 싸다. 한 해 1%p 차이가 연 620만원이다. ③ 상승률을 0%에 두고 금리를 6%로 올린다. 매매의 이자 막대가 커지고, 전세대출 이자도 함께 커지지만 대출 규모가 작아 덜 커진다. (이 책의 모델로 계산한 값이다. 보유세는 1주택 기준 교육용 계산, 수선비는 집값의 0.5%, 사고팔 때 드는 돈은 10년에 나눠 넣었다. 전세대출에도 같은 대출 금리를 썼다. 원금 상환은 비용이 아니라서 넣지 않았다.)

막대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매매의 비용이 거의 모두 '집값 변화'라는 한 항목에 매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이자·기회비용·세금·수선비를 합치면 한 해 2,700만원이 넘는데, 집값이 2% 오르면 1,240만원이 빠지고 0%면 하나도 빠지지 않는다. 반면 전세와 반전세의 비용은 집값 전망과 거의 무관하게 정해진다(다음 계약의 보증금과 월세가 집값을 따라 오르는 효과는 다음 절의 누적 그래프에 들어 있다). 사는 쪽은 불확실한 숫자 하나에 크게 걸고, 빌리는 쪽은 확실한 비용을 낸다. 같은 평균 비용이라도 두 길의 위험은 다르다.

또 하나, 전세가 반전세보다 싸게 나온 것은 법정 전환율 5%가 기회비용 3%나 대출 금리 4%보다 높기 때문이다.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돌리면 한 해 500만원을 내야 하는데, 그 1억원을 굴려 버는 돈은 300만원뿐이다. 전환율이 내 돈의 수익률보다 높으면 보증금을 늘리는 쪽이, 낮으면 월세를 늘리는 쪽이 싸다. 실제 시장의 전환율은 법정 상한보다 낮게 형성되는 지역이 많아서 이 비교는 지역마다 다시 해야 한다.

누적 비용과 손익분기 보유 기간

한 해 비용만으로는 부족하다. 집을 사면 처음에 취득세·중개보수·법무비·이사비로 약 1,345만원을 한꺼번에 내고, 팔 때 다시 중개보수를 낸다. 이 돈은 오래 살수록 한 해 몫이 줄어든다. 그래서 몇 년을 사느냐가 판단의 중심이 된다. 이 책의 엔진 RE.rentVsBuy는 해마다 "올해 팔고 나간다면 지금까지 사라진 돈이 얼마인가"를 계산한다. 사는 쪽은 처음 낸 취득 비용에 해마다 이자·기회비용·보유세·수선비를 더하고, 그해 팔 때의 중개보수를 더한 뒤 그동안 오른 집값을 뺀다. 빌리는 쪽은 해마다 이자·기회비용·월세를 더하고, 4년마다 다시 계약하며 그때의 시세로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리고 이사 비용을 낸다.

두 누적 선이 처음 만나는 해가 손익분기 보유 기간(Break-even holding period)이다. 그보다 오래 살면 사는 쪽이, 그보다 짧게 살면 빌리는 쪽이 싸다. 아래 그래프의 세로선 손잡이를 끌어 보유 연수를 바꾼다.

SIMULATOR

누적 비용과 손익분기점

세로선 손잡이를 끌어 보유 연수를 고른다
10년 누적: 매매—
전세—
반전세—
손익분기(전세 / 반전세 대비)—
해볼 것: ① 기본값(상승률 2%, 금리 4%)에서 매매선이 전세선을 6년째에, 반전세선을 4년째에 내려간다. 10년을 살면 매매 누적 약 1억 4,350만원, 전세 약 1억 6,460만원이다. ② 손잡이를 1~2년으로 끈다. 사자마자 팔면 취득 비용과 중개보수 때문에 매매가 가장 비싸다. 이직이나 사정으로 일찍 팔아야 하는 사람에게 매매가 위험한 이유다. ③ 상승률을 1.5%로 내린다. 전세와는 15년 안에 만나지 않고, 반전세와도 9년이 걸린다. 3%로 올리면 2년 만에 만난다. 손익분기점은 상승률 1%p에 몇 년씩 움직인다. (이 책의 모델로 계산했다. 기회비용 3%, 전세 4.2억·전세대출 2억, 반전세 2억 + 월세 91만 7,000원. 보증금과 월세는 집값과 같은 비율로 오르고 4년마다 다시 계약한다. 대출은 30년 원리금균등.)

이 그래프에서 두 가지를 보았다. 첫째, 사는 쪽의 선은 낮은 곳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출발한다. 사고팔 때 드는 몇 %가 첫해에 몰리기 때문이다. 2년만 살고 팔면 그 비용을 2년이 다 떠안는다. 둘째, 손익분기점은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다. 상승률 2%와 3%의 차이는 4년이고, 1.5%로 내리면 전세와는 15년 안에 만나지도 않는다. 아무도 앞으로 10년의 상승률을 0.5%p 단위로 맞히지 못한다. 그러니 "몇 년이면 사는 게 이득"이라는 한 줄 답은 그 밑에 깔린 상승률 가정을 함께 말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몇 년 사실 건가요"를 먼저 묻는다 사느냐 빌리느냐를 묻는 손님에게 오래 일한 중개사가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집값 전망이 아니라 보유 기간이다. "아이 학교는 어디로 보내실 건가요, 직장은 바뀔 가능성이 있나요, 부모님 가까이로 옮기실 계획은요?" 보유 기간이 3년 안쪽이면 매매는 사고파는 비용만으로 불리한 경우가 많고, 10년 넘게 살 집이면 비용의 많은 부분이 시간에 나눠진다. 반대로 중개사 쪽에서는 거래가 성사돼야 보수를 받기 때문에, 짧게 살 손님에게도 매매를 권하고 싶은 유혹이 있다. 이 유혹을 손님에게 먼저 밝히는 것도 설명의 일부다.

결론이 뒤집히는 지도

손익분기점이 상승률과 금리에 따라 크게 움직인다면, 두 숫자를 동시에 바꾸며 결론이 어디서 뒤집히는지 한눈에 보는 편이 낫다. 아래 지도의 가로축은 집값 상승률, 세로축은 대출 금리다. 칸마다 정해진 보유 기간 동안의 누적 비용을 계산해, 사는 쪽이 싼 칸은 청록색, 빌리는 쪽이 싼 칸은 호박색으로 칠했다. 두 색의 경계선이 '같아지는 상승률'이다. 점을 끌어 하늘네가 믿는 상승률과 금리 조합에 놓아 본다.

SIMULATOR

사는 쪽이 유리한 영역

점을 끌어 상승률과 금리를 고른다
고른 점—
보유 기간 끝의 차이—
이 금리에서 같아지는 상승률—
해볼 것: ① 기본값(10년, 기회비용 3%, 전세와 비교)에서 점을 상승률 2%, 금리 4%에 둔다. 경계선 바로 오른쪽, 사는 쪽이 조금 유리한 칸이다. 금리 4%에서 같아지는 상승률은 약 1.7%다. ② 보유 기간을 3년으로 줄인다. 청록 영역이 오른쪽으로 크게 밀려난다. 짧게 살면 집값이 꽤 올라야 사는 쪽이 이긴다. 15년으로 늘리면 반대로 넓어진다. ③ 기회비용 수익률을 5%로 올린다. 내 돈이 다른 데서 더 벌 수 있다면 집에 묶어 두는 값이 비싸져 청록 영역이 줄어든다. (이 책의 모델. 하늘네 숫자: 집값 6억 2,000만원, 대출 3억 8,000만원, 전세 4.2억·대출 2억, 반전세 2억 + 월세. 칸마다 RE.rentVsBuy로 계산했다.)

경계선은 오른쪽 위로 기울어 있다. 금리가 오르면 같은 결론을 얻는 데 더 높은 상승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금리와 집값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금리가 오르면 같은 임대료의 가치가 떨어지고 대출 한도가 줄어 집값이 눌리는 경향이 있다(3장, 9장). 그러니 지도의 오른쪽 위 구석(금리도 높고 집값도 많이 오르는 조합)은 왼쪽 아래 구석보다 일어나기 어려운 조합이다. 지도는 가능성을 칠하지 않는다. 내가 믿는 조합이 어느 쪽 색 위에 있는지, 그리고 그 점이 경계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만 보여 준다. 경계선 바로 옆에 있다면, 그 결정은 숫자로는 거의 동점이다.

이 상승률은 어느 힘에서 오는가

지도의 가로축에 넣는 '집값 상승률' 하나에는 이 책이 다룬 다섯 힘이 모두 들어 있다. B시 안의 일자리와 학교, 교통이 좋아지면 입지의 힘이 장기 추세를 끌어올린다(2장). 금리가 내리면 같은 임대료의 가치가 올라간다(3장). 근처에 입주 물량이 몰리는 해에는 전세가와 매매가가 함께 눌린다(4장). 대출 규제가 강해지면 살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든다(15장). 그리고 오르는 가격을 보고 서두르는 기대가 이 모든 움직임을 키운다(17장). 그래서 "연 2%쯤 오르겠지"라는 가정은 사실 다섯 개의 예측을 한 줄에 묶은 것이다. 이 책은 그 예측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대신 경계선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에 서 있어야 마음이 편한지를 스스로 정하게 한다. 이를테면 "상승률이 0%여도 감당할 수 있는가"를 먼저 묻는 것이다.

기회비용의 함정과 강제 저축

지금까지의 계산은 모두 내 돈이 연 3%를 번다고 가정했다. 사는 사람이 집에 묶은 2억 5,000만원도, 빌려 사는 사람이 아낀 돈도 연 3%로 굴러간다. 이 가정에는 두 가지 함정이 있다.

첫째 함정은 수익률이다. 예금 금리가 연 3% 근처라도 이자소득세(지방세 포함 15.4%)를 떼면 손에 남는 것은 2.5% 남짓이다. 주식에 넣으면 기대수익은 높아질 수 있지만 변동이 크고, 많은 개인 투자자의 실제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보다 낮다는 연구가 여러 나라에서 반복해서 나온다. 사고파는 시점을 잘못 고르기 때문이다. 둘째 함정은 행동이다. 계산은 빌려 사는 사람이 매달 아낀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두 투자한다고 가정한다. 현실의 가계는 아낀 돈의 일부를 생활비로 쓴다. 집을 산 사람은 매달 원리금을 갚아야 하니 원금 상환만큼은 싫어도 저축하게 된다. 이것을 강제 저축(Forced saving) 효과라 한다.

매달 원리금 181만원 3.8억 · 연 4% · 30년 이자 127만원 은행으로 간다 돌아오지 않는 비용 원금 55만원 빚이 줄어든다 집의 내 몫이 커진다 10년이면 약 8,060만원 싫어도 모이는 돈(강제 저축) 10년 이자 약 1억 3,700만원 초반일수록 이자 비중이 크다
그림 2. 원금 상환은 비용이 아니다. 하늘네가 3억 8,000만원을 연 4%, 30년 원리금균등으로 빌리면 첫 달 상환금 181만원 가운데 127만원이 이자, 55만원이 원금이다. 이자는 사라지지만 원금은 빚을 줄여 집의 내 몫을 키운다. 그래서 주거비 비교에서 원리금 전체를 비용으로 넣으면 매매를 지나치게 비싸게 보게 된다. 대신 그 원금도 집에 묶이는 내 돈이 되어 기회비용이 붙는다(이 책의 엔진은 해마다 갚은 원금을 내 돈에 더해 기회비용을 계산한다).

두 함정을 함께 움직여 본다. 아래 그래프는 10년 동안 두 가구의 순자산 차이를 따라간다. 한 가구는 C아파트를 사고, 다른 가구는 같은 돈으로 전세(4.2억)에 살면서 남은 돈과 매달 아낀 주거비를 굴린다. 사는 가구의 순자산은 집값에서 남은 대출과 팔 때의 중개보수를 뺀 것이고, 빌리는 가구의 순자산은 보증금 중 내 돈에 굴린 돈을 더한 것이다. 실제로 낼 수 있는 수익률과, 아낀 돈 중 실제로 모으는 비율을 바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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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낀 돈을 정말 굴릴 수 있는가

10년 뒤 순자산: 산 가구—
빌린 가구—
빌린 가구가 따라잡는 수익률—
해볼 것: ① 기본값(수익률 3%, 100% 저축, 상승률 2%)에서 10년 뒤 두 가구의 순자산은 4억 5,000만원대로 거의 같다. 빌린 가구가 따라잡는 수익률이 연 2.9%라, 세후 3%를 꾸준히 내면 아주 조금 앞선다. ② 모으는 비율을 60%로 내린다. 아낀 돈 가운데 40%를 생활비로 쓰면 빌린 가구가 크게 뒤처진다. 따라잡으려면 수익률이 훨씬 높아야 한다. 강제 저축의 힘이다. ③ 다시 100%로 두고 상승률을 0%로 내린다. 이번에는 빌린 가구가 크게 앞선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강제 저축만으로는 이자와 세금을 메우지 못한다. (이 책의 모델. 산 가구: 6.2억, 대출 3.8억 연 4%·30년, 보유세·수선비 포함. 빌린 가구: 전세 4.2억·대출 2억 연 4%, 4년마다 시세로 재계약하며 늘어난 보증금은 굴린 돈에서 낸다. 두 가구의 주거비 차이만 따졌고 나머지 저축은 같다고 보았다.)

이 그래프는 기회비용 논쟁의 양쪽을 다 보여 준다. 빌려 사는 쪽이 이기려면 두 조건이 함께 필요하다. 아낀 돈을 꾸준히 모으고, 그 돈을 집값 상승률보다 나은 수익률로 굴리는 것이다. 둘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강제로 저축하게 되는 매매가 앞선다. 반대로 집값이 오르지 않는 시기에는 강제 저축이 이자와 세금을 메우지 못해 매매가 뒤처진다. 그래서 "전세로 살면서 굴리는 게 낫다"는 말은 '굴리는 습관과 실력이 있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여야 맞고, "집이 최고의 저축"이라는 말은 '집값이 적어도 물가만큼은 오른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여야 맞다.

집값과 임대료의 비율이 말해 주는 것 사용자 비용 식을 거꾸로 읽으면 시장 전체에 대한 질문이 된다. 같은 집을 빌리는 비용(임대료)과 사서 쓰는 비용(사용자 비용)이 오래 크게 벌어지면 사람들이 한쪽으로 옮겨 가며 가격이 조정된다. 그래서 집값을 연 임대료로 나눈 가격 대비 임대료 비율(Price-to-rent ratio)이 금리와 기대 상승률로 설명되는 수준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거품의 신호로 읽기도 한다. C아파트를 전세 4억원의 법정 전환율 환산 임대료(연 2,000만원)로 나누면 약 31배다. 이 배수는 금리 3~4%와 비교했을 때 사람들이 집값 상승을 일부 기대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이 비율로 거품을 판단하는 법과 한계는 3장과 17장에서 다룬다.

거주 안정성의 값, 매수의 비유동성

숫자로 잡기 어려운 것이 둘 남았다. 빌려 사는 사람은 계약이 끝날 때마다 협상해야 한다. 2026년 기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한 번 주어 최대 2+2년을 보장하고, 갱신 때 인상률을 5% 안으로 묶는다. 그 뒤에는 시세대로 다시 계약하거나 나가야 한다. 갱신 기간 중에도 집주인이나 그 가족이 직접 살겠다고 하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원치 않는 이사에는 이사비와 중개보수 말고도 값이 있다.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옮기는 것, 통근 거리가 달라지는 것, 몇 주 동안 집을 보러 다니는 시간이다.

반대로 집을 산 사람은 쉽게 떠나지 못한다. 직장을 옮기거나 다른 도시로 가야 할 때, 집을 팔려면 몇 달이 걸리고 사고파는 데 집값의 몇 %가 든다.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값에 팔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이 매수의 비유동성(Illiquidity)이다. 두 값을 각각 '한 해 몫'으로 바꿔 누적 비용에 더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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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성과 비유동성을 돈으로 바꾸면

안정성의 값(한 해)—
비유동성의 값(한 해)—
손익분기(전세 대비): 전 → 후—
해볼 것: ① 기본값(이사 한 번의 값 1,000만원, 계약마다 25%, 떠날 확률 해마다 3%)에서 안정성의 값은 한 해 125만원, 비유동성의 값은 한 해 약 48만원이다. 손익분기점이 6년에서 5년으로 당겨진다. ② '상승 1%'를 고른다. 돈만 세면 15년 안에 손익분기점이 없고, 기본 안정성 값(한 해 125만원)을 넣어도 없다. 이사 한 번의 값을 3,000만원, 확률을 50%로 올려 한 해 750만원을 매겨야 6년에 생긴다. 안정성에 얼마를 매기느냐가 결론을 이만큼 흔든다. ③ 떠날 확률을 15%로 올린다. 직장이 자주 바뀌는 사람에게 매수는 안정이 아니라 족쇄가 될 수 있다. (이 책의 모델. 안정성의 값 = 이사 한 번의 값 × 계약(2년)마다 확률 ÷ 2. 비유동성의 값 = 해마다 떠날 확률 × 한 번 더 사고파는 비용(취득세·중개보수 두 번·법무비·이사비). 떠나야 할 때 팔지 않고 세를 놓는 길도 있지만 여기서는 넣지 않았다.)

이 시뮬레이터가 말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 거주 안정성은 분명히 값이 있고 그 값을 진지하게 매기면 손익분기점이 앞당겨진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무렵의 가족에게는 특히 그렇다. 둘, 그러나 그 값을 부풀리면 계산 전체가 원하는 답에 끌려간다. 상승률 1%에서 결론을 뒤집으려면 계약마다 절반의 확률로 3,000만원짜리 이사를 겪는다고 볼 만큼, 곧 한 해 750만원의 값을 매겨야 한다. 그만큼의 불안정을 실제로 겪을 가족인지 정직하게 물어야 한다. 결국 안정성의 값은 "숫자로는 거의 동점일 때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가"를 정하는 무게추다. 그리고 그 무게추는 가족마다 다르다. 같은 동네에 오래 뿌리내릴 가족과 몇 년 안에 직장을 옮길 가능성이 큰 사람은 같은 집, 같은 숫자 앞에서 다른 결론을 내는 것이 맞다.

집주인 입장에서 보는 '안정성' 안정성은 세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집주인도 세입자가 자주 바뀌면 중개보수, 공실 기간, 도배·수리비를 낸다. 그래서 오래 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시세보다 조금 덜 올리는 집주인도 있다. 반대로 집주인이 집을 팔거나 직접 들어가려 할 때는 세입자의 안정이 흔들린다. 갱신 거절은 법이 정한 사유(집주인이나 직계가족의 실거주 등)가 있어야 하고,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한 뒤 다른 사람에게 세를 주면 손해배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상담할 때 이 조항을 양쪽에 똑같이 설명해야 나중에 분쟁이 줄어든다.

흔한 오류 두 가지

이제 처음의 두 문장으로 돌아가 본다. 둘 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월세는 버리는 돈이다." 맞는 부분은 월세가 돌아오지 않는 돈이라는 것이다. 틀린 부분은 집을 사도 돌아오지 않는 돈이 있다는 사실을 빼먹은 것이다. 앞의 막대 그래프에서 하늘네가 C아파트를 사면 집값이 오르지 않는 해에는 이자 약 1,520만원, 기회비용 약 720만원, 보유세·수선비 약 360만원, 거래비용 상각 약 140만원으로 한 해 2,700만원 남짓이 사라진다. 반전세의 월세 1,100만원에 보증금 기회비용을 더한 것보다 많다. 월세도 버리는 돈이고, 이자와 세금도 버리는 돈이다. 비교할 것은 '버리는 돈이 있느냐'가 아니라 '어느 쪽이 덜 버리느냐'다.

"집은 무조건 오른다." 맞는 부분은 긴 시간 동안 명목 집값이 대개 물가와 소득을 따라 올라왔다는 것이다. 틀린 부분은 '무조건'이다. 한국에서도 집값이 몇 년씩 내린 시기가 있었고, 같은 시기에도 지역과 단지에 따라 크게 달랐다(17장, 19장). 그리고 이 장의 계산에서 사는 쪽이 이기려면 집값이 그냥 오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하늘네 숫자로 10년을 살 때 전세보다 싸지려면 연 약 1.7% 넘게 올라야 한다. 물가 상승률이 연 2% 근처라면 집값이 물가만큼만 올라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집값이 오른다는 것과, 그 상승이 이자·세금·기회비용을 넘는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말맞는 부분빠뜨린 것이 장에서 확인한 곳
월세는 버리는 돈월세는 돌아오지 않는다매매의 이자·기회비용·세금·수선비도 돌아오지 않는다한 해 비용 막대
집은 무조건 오른다긴 시간 명목 가격은 대개 올랐다하락기가 있고, 이자를 넘는 상승이어야 이긴다누적 비용, 결론의 지도
전세로 살며 굴리는 게 낫다기회비용은 실제 비용이다꾸준히 모으고 높게 굴려야 한다순자산 비교
대출 상환금이 월세보다 크면 손해현금 흐름은 빠듯해진다원금은 비용이 아니라 저축이다그림 2
살면 이사 걱정이 없다집주인 사정으로 나갈 일은 없다내 사정으로 떠날 때는 비싸게 든다안정성과 비유동성
제도와 수치는 해마다 바뀐다 이 장의 제도 수치는 2026년 한국 제도를 기준으로 한 대표값이다. 전월세 전환율 상한(기준금리 + 2%p, 2026년 9월 이후 연 5.0%)은 기준금리가 바뀌면 함께 바뀌고, 계약갱신청구권과 5% 상한은 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3+3+3 법안은 발의만 된 상태). 보유세와 취득세는 세제 개편안(추진 중, 확정 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장의 계산은 교육용 모델의 결과이며 특정 지역·단지의 매수나 임차를 권하지 않는다. 실제 판단에는 그때의 금리, 세금, 시세를 공식 자료로 다시 확인한다.

이 결정을 내 숫자로 하는 순서

사느냐 빌리느냐는 남의 숫자로 할 수 없는 결정이다. 같은 집이라도 내가 몇 년을 살지, 내 돈이 얼마이고 어떻게 굴리는지, 내 가족에게 이사가 얼마나 무거운지에 따라 결론이 바뀐다. 아래 순서로 숫자를 채우면 결정이 어디서 갈리는지 보인다.

① 보유 기간 직장·학교·가족 계획 ② 세 길의 실제 숫자 시세·전세·월세·대출 금리 ③ 내 돈의 실제 수익률 세후, 그리고 습관까지 ④ 같아지는 상승률 경계선에서 얼마나 먼가 ⑤ 안정성·비유동성 우리 가족의 무게추 ⑥ 나쁜 경우를 견디는가 상승률 0%, 금리 +2%p 결정은 계획으로 넘어간다 얼마에, 언제, 얼마를 빌려 (21장)
그림 3. 내 숫자로 하는 여섯 단계. 보유 기간을 먼저 정하는 이유는 그것이 손익분기점과 직접 비교되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세 길의 숫자는 광고나 기사의 평균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계약할 수 있는 값으로 채운다. 기회비용은 희망 수익률이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실제로 낸 수익률로 넣는다. 그다음 결론이 뒤집히는 상승률을 찾고, 안정성과 비유동성으로 무게를 더한 뒤, 마지막으로 나쁜 경우에도 생활이 무너지지 않는지 확인한다. 마지막 단계가 실패하면 앞의 계산이 아무리 좋아도 다시 생각한다.
결정 전에 내 숫자로 확인할 것
  • 전세 계약서와 만기일: 계약갱신청구권을 썼는지, 만기 6개월~2개월 전 사이에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지. 세입자가 만기 2개월 전까지 아무 말이 없으면 같은 조건으로 묵시적으로 갱신될 수 있다.
  • 전세대출 약정서: 지금 금리와 만기, 갱신 시 금리가 어떻게 바뀌는지. 이 장의 '전세 비용'은 이 금리에서 나온다.
  • 살 집의 실거래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최근 거래(호가가 아니라 신고된 값)와 같은 단지 전세 실거래가.
  • 대출 상담 결과: 은행에서 받은 실제 한도와 금리, 고정·변동·주기형 여부. 인터넷 계산기의 숫자가 아니다.
  • 내 투자 기록: 최근 몇 년 동안 예금·투자 계좌의 실제 세후 수익률. 이것이 기회비용 칸에 들어갈 숫자다.

이제 모든 것을 한 저울에 올린다. 아래 종합 시뮬레이터는 하늘네 숫자로 시작하지만, 집값·전세가율·내 돈·금리를 내 숫자로 바꿀 수 있다. 반전세는 보증금을 전세의 절반(또는 내 돈 전부 중 작은 쪽)으로 두고 나머지를 법정 전환율 상한으로 월세로 바꾼 경우다. 가로축의 손잡이로 보유 기간을 고른다.

SIMULATOR

내 숫자로 하는 사느냐 빌리느냐

아래 손잡이를 끌어 보유 기간을 고른다
10년 누적—
손익분기(전세 / 반전세)—
같아지는 상승률(전세 대비)—
대출 점검—
해볼 것: ① 하늘네 기본값에서 손익분기점(전세 대비 7년)과 같아지는 상승률(약 1.7%)을 확인한다. 앞의 그래프보다 1년 늦은 것은 여기서는 내 돈 2억 4,000만원을 보증금에 모두 넣는다고 보아 전세대출이 1억 8,000만원 남짓으로 줄기 때문이다. ② '서울 A구 가정'을 고른다. 집값 17억원(전세가율 41%)에 내 돈은 그대로라 대출이 14억 6,000만원이 된다. 규제지역 LTV 40%(6억 8,000만원)보다 먼저 시가 15억원 초과~25억원 구간의 대출 한도 4억원에 걸려 이 숫자로는 살 수 없다. 내 돈을 13억원으로 올려야 대출이 4억원 안에 들어온다. 숫자가 저울에 오르기 전에 대출 규제가 먼저 길을 막는다. ③ '서울 강남권 가정'을 고른다. 2026년 강남권 84㎡ 40억원대 거래를 본뜬 가정으로, 시가 25억원 초과라 대출 한도가 2억원이고, 그래서 내 돈 38억원을 넣었다. 전세가율이 40%로 낮으면 10년 기준 같아지는 상승률이 연 2.9% 안팎으로 올라간다. ④ '경기 E시 가정'을 고르고 상승률을 1%로 내린다. 집값이 싸서 대출이 작으니 같아지는 상승률도 달라진다. ⑤ 안정성의 값을 200만원으로 올려 손익분기점이 얼마나 당겨지는지 본다. (이 책의 모델. 대출 = 집값 − 내 돈(반전세 보증금도 내 돈 안에서), 전세대출 = 전세 − 내 돈. 서울 A구와 E시의 집값·전세는 2장의 교육용 시세. 대출 점검은 비규제지역 LTV 70%, 규제지역 LTV 40%와 시가 구간별 한도(15억 이하 6억, 25억 이하 4억, 초과 2억)만 본다. 강남권 가정은 이름 없는 교육용 값이다. DSR은 21장에서 소득과 함께 본다.)

서울 고가 주택에서는 저울이 한쪽으로 더 기운다. 2026년 1월 KB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0% 아래로 내려갔고 송파·용산·서초는 40% 안팎이다. 전세가율이 낮다는 것은 같은 집을 빌리는 값이 집값에 비해 싸다는 뜻이고, 집주인 쪽에서 보면 임대수익률이 낮다는 뜻이다(3장). 시뮬레이터에 집값 17억원, 내 돈 13억원(대출 4억원), 10년 보유를 넣으면 같아지는 상승률은 전세가율 68%일 때 연 약 2.1%이지만 41%일 때 연 약 2.8%다. 40억원 집에 내 돈 38억원(대출 2억원), 전세가율 40%면 약 2.9%다. 빌리는 쪽 비용이 싸질수록 사는 쪽은 집값이 더 올라야 본전이다. 그런데도 이런 집이 거래된다는 것은 사는 사람들이 그만큼의 상승이나 돈으로 세지 않는 값(입지, 학교, 안정성)을 기대한다는 뜻이다. 그 기대가 맞을지는 이 계산이 말해 주지 않는다.

여러 숫자를 바꿔 보면 결정이 세 덩어리로 나뉜다는 것이 보인다. 첫째, 대출 규제와 내 돈이 '살 수 있느냐'를 먼저 정한다. 둘째, 보유 기간과 상승률·금리·기회비용이 '사는 쪽이 싸냐'를 정한다. 셋째, 안정성과 비유동성이 경계선 근처에서 무게를 더한다. 그리고 어느 단계에서든 결론이 거의 동점이라면, 그 결정은 계산보다 우리 가족이 어떤 위험을 더 견디기 어려운가로 내리는 것이 맞다. 집값 하락을 견디기 어려운 가족과 2년마다의 이사를 견디기 어려운 가족은 같은 숫자 앞에서 다른 길을 고른다.

하늘네 집 노트

CASE 하늘네집 노트 · 20장

사기, 전세 연장, 반전세: 10년 총비용과 손익분기점

태호는 하늘네 식탁에 세 장의 종이를 놓았다. 왼쪽은 C아파트와 같은 생활권 84㎡를 6억 2,000만원에 대출 3억 8,000만원으로 사는 길, 가운데는 2027년 4월에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보증금을 4억 2,000만원으로 올려 전세를 이어 가는 길(전세대출 2억원 유지, 늘어난 2,000만원은 예금에서), 오른쪽은 보증금 2억원에 월세 약 91만 7,000원의 반전세다. "오늘은 어느 쪽이 좋다는 말은 안 하겠습니다. 어느 숫자가 바뀌면 결론이 바뀌는지만 같이 보죠."

이 책의 모델로 대출 금리 연 4%, 기회비용 3%를 두고 10년을 계산하면 이렇다. 집값이 연 2% 오르면 10년 누적 비용은 매매 약 1억 4,350만원, 전세 약 1억 6,460만원, 반전세 약 1억 8,610만원이다. 매매가 전세보다 싸지는 손익분기 보유 기간은 6년, 반전세보다는 4년이다. 그러나 집값이 연 1%만 오르면 매매는 약 2억 1,230만원으로 전세(약 1억 6,010만원)보다 5,000만원 넘게 비싸고, 15년 안에 손익분기점이 없다. 0%면 매매 약 2억 7,510만원으로 차이가 1억원을 넘는다. 10년 동안 매매와 전세가 같아지는 상승률은 연 약 1.7%다.

상승률 \ 금리3.5%4.0%4.5%5.0%
연 1%없음없음없음없음
연 2%5년 / 3년6년 / 4년8년 / 6년9년 / 9년
연 3%2년 / 2년2년 / 2년3년 / 2년3년 / 3년

표: 손익분기 보유 기간(전세 대비 / 반전세 대비, 15년 안). 기회비용 3%. 기회비용을 4.5%로 올리면 상승률 2%·금리 4%에서 전세 대비 손익분기점이 6년에서 8년으로 늦춰진다.

재원이 물었다. "그럼 안정성은 얼마로 쳐야 해요?" 딸은 2030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재원이 일하는 학교도 B시 안에 있다. 하늘네는 원치 않는 이사 한 번의 값을, 이사비와 중개보수에 아이의 전학과 적응까지 쳐서 1,000만원으로 잡아 보았다. 계약마다 그런 이사가 생길 확률을 25%로 두면 한 해 125만원이다. 이 값을 넣으면 상승률 2%에서 손익분기점이 6년에서 5년으로 당겨지고, 같아지는 상승률은 연 약 1.5%로 내려간다. 그래도 상승률 1%에서는 결론이 바뀌지 않는다. 하늘이 정리했다. "결국 우리가 몇 년을 살지, 그리고 집값이 물가만큼은 오를 거라고 볼지가 갈림길이네." 태호가 덧붙였다. "하나 더 있습니다. 하늘 씨가 서울로 직장을 옮길 가능성이요. 그 가능성이 크면 사는 쪽의 비유동성 값이 커집니다."

이 장에서 정한 것세 길의 10년 비용을 같은 저울에 올렸다. 10년을 살 때 매매와 전세가 같아지는 집값 상승률은 연 약 1.7%(안정성 값 한 해 125만원을 넣으면 약 1.5%)다.
아직 남은 문제얼마짜리 집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 지금 사는 길과 2년을 더 기다리며 청약을 넣는 길 중 무엇이 하늘네의 계획에 맞는가?
다음 단계21장: 감당 가능한 가격을 역산하고, 두 길을 모두 계산한 뒤 하늘네가 하나를 고른다.

핵심 정리

  1. 세 길을 비교하는 공통 단위는 '한 해에 사라지는 돈'이다. 매매는 이자·기회비용·보유세·수선비·거래비용 상각에서 집값 상승분을 뺀 값, 전세는 대출 이자와 보증금의 기회비용, 월세는 월세와 보증금의 기회비용에 이사 비용을 더한 값이다.
  2. 원금 상환은 비용이 아니라 강제 저축이다. 대신 갚은 원금도 집에 묶이는 내 돈이 되어 기회비용이 붙는다.
  3. 사고팔 때 드는 몇 %가 첫해에 몰려 있어 짧게 살면 매매가 비싸다. 누적 비용이 같아지는 손익분기 보유 기간보다 오래 살아야 사는 쪽이 싸다.
  4. 손익분기점은 집값 상승률에 매우 예민하다. 하늘네 숫자로는 전세 대비 상승률 2%에서 6년, 1.5% 이하에서는 15년 안에 없다. 상승률은 다섯 힘을 한 줄에 묶은 예측이라 경계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함께 본다.
  5. 기회비용은 아낀 돈을 꾸준히 모으고 실제로 그 수익률로 굴릴 때만 성립한다. 습관과 세후 수익률이 무너지면 강제 저축이 있는 매매가 앞선다.
  6. 거주 안정성과 매수의 비유동성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고, 경계선 근처에서 결론을 바꾸는 무게추가 된다. 그 무게는 가족마다 다르다.
  7. "월세는 버리는 돈"도 "집은 무조건 오른다"도 한쪽 비용만 본 말이다. 결정은 보유 기간 → 실제 숫자 → 실제 수익률 → 같아지는 상승률 → 안정성 → 나쁜 경우 점검의 순서로 한다.

확인 퀴즈

매달 원리금 181만원(이자 127만원, 원금 55만원)을 내는 집주인과 매달 월세 120만원을 내는 세입자가 있다. 주거비 비교에서 바르게 말한 것은?

원금 상환은 빚을 줄여 집의 내 몫을 키우는 강제 저축이다. 그러나 이자만 비교해서도 안 된다. 집에 묶인 내 돈의 기회비용, 보유세, 수선비, 거래비용, 그리고 집값 변화까지 넣어야 세입자의 월세(와 보증금의 기회비용)와 같은 저울에 오른다.

누적 비용 그래프에서 집을 사자마자 1~2년 안에 팔면 사는 쪽이 가장 비싸게 나오는 주된 이유는?

사고팔 때 드는 돈은 집값의 몇 %로, 보유 기간과 상관없이 한 번 든다. 10년을 살면 한 해 몫이 작아지지만 1~2년이면 그 기간이 다 떠안는다. 그래서 짧게 살 가능성이 큰 사람에게 매매는 불리하고, 이것이 매수의 비유동성이 비용인 이유다.

"전세로 살면서 아낀 돈을 굴리면 사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계산상의 기회비용은 아낀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가정한 수익률로 굴린다는 전제에서 나온다. 아낀 돈의 일부를 생활비로 쓰거나 실제 세후 수익률이 낮으면, 원금 상환이라는 강제 저축이 있는 매매가 앞선다. 집값이 많이 오르면 오히려 사는 쪽이 유리해진다.

상승률 × 금리 지도에서 보유 기간을 10년에서 3년으로 줄였더니 '사는 쪽이 유리한 영역'이 오른쪽으로 크게 밀려났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거래비용의 한 해 몫은 보유 기간에 반비례한다. 보유 기간이 짧을수록 매매의 한 해 비용이 커지므로, 경계선(같아지는 상승률)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사느냐 빌리느냐를 정할 때 보유 기간을 가장 먼저 정한다.